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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 장군님의 전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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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세 번째 이야기
“병사들의 제대준비”
“어머니, 당신의 아들 철룡이는 영예스러운 군사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래, 돌아왔구나. 용하다. 그런데
입당은 했니?" “예. 중대에서 맨 처음으로 영광스러운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였습니다." “정말 자랑할만하다.
온 동네에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구나."
이것은 과거 북한의 부모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자식들과 하던 말이다. 이랬던 것이 지금은 이렇게 달라졌다.
“어머니, 군사복무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아이구, 죽지 않고 살아왔구나. 그런데 살아갈 준비는 해 가지고
왔냐?" “그럼요. 이것은 아버지 외출할 때 입을 군복, 저것은 어머니 옷감, 이것은 동생 양복감, 그리고 이것은
제가 사회에서 입을 옷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다냐? 앞집 아들은 배낭만 해도 몇 꾸러미를 가져 왔는데……."
“어머니, 이제는 짐을 가지고 다니는 추세가 아니에요. 배낭만 많이 가져오면 뭘 해요? 알짜를 가져와야지. 여기 돈을
따로 준비해 가지고 왔어요." “(돈뭉치를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어이구 이게 얼마인가! 용하다, 용해.
너 장가가고 우리 식구 장사밑천하고도 남겠구나. 내가 아들하나야 잘 낳았지. 앞집 아들보다 훨씬 낫구나." “그런데
어머니, 저 입당을 못했어요." “일 없다. 입당하면 뭘 하냐? 당원이 되면 더 거추장스럽다. 당원이라고 장사도
제대로 못하지, 쌀을 더 주더냐 돈을 더 주더냐? 우리도 입당한 것을 후회한다. 지금은 그저 돈만 많으면 된다."
지난 날 제대군인들은 집으로 돌아갈 때 노동당원증을 가슴에 품고 가는 것을 가장 큰 영광으로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의
전사들은 당원증이 아니라 어떻게 하든 앞으로 사회에 나가 살 수 있는 ‘밑천’을 하나라도 더 많이 둘러메고 나가는 것을
기본으로 여기고 있다. ‘당원은 돈만 있으면 아무 때나 할 수 있다’는 사회의 실상을 알고 있기에 돈을 가지고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대체로 사관들은 제대할 나이가 되기 1, 2년 전부터 제대준비를 착실하게 한다. 입을 옷도 변변치 않은 북한 사회에서
군복은 대단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라도 군복이라도 하나 더 챙겨놓으려고 노력을 한다. 전사들을 시켜
훔쳐오든 빼앗아 오든, 하여간 돈이 될만한 것들은 모조리 팔아 챙긴다. 전사들도 자기 상관들의 제대준비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을 한다. 하나라도 더 준비해주어야 자기가 제대할 때 후배들이 또 그만큼 노력을 해주는 것이다.
북한에서 사관들이 제대할 때 10만원, 20만원을 모아 가지고 집에 가는 것은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중국 국경이나
해안경비대 같은 데서 복무하는 군인들은 자기 나름대로 ‘50만원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결국은 백성들이
녹아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 제대준비를 하느라고 극성은 극성이다. 서로가 더 많이 모아 가려고 경쟁적으로 준비를 한다. 한번은 회령에 갔던 적이
있었다. 국경경비대에서 사관장을 하는 친구를 만나러 갔었는데 군대 병실(兵室, 내무반)에 있기가 멋쩍어 그가 아는 민가에
며칠 간 머물렀다. 사관장인지라 먹는 무엇이 있어서인지 나를 정말 잘 대해주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집은 내 친구가 제대준비를 하느라고 돈과 물건을 저장해두는 집이었다. 얼마나 많은 것을 얻어먹는지,
친구의 제대 준비품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텔레비전, 녹음기, 재봉기를 비롯하여 중국산 전자제품들과 각종 의류,
심지어는 앞으로 장가갈 색시에게 줄 첫날 옷감 등을 비롯해 별의별 것이 다 있었다.
내가 친구에게 “정말 대단하다”고 하니 내 친구가 하는 소리가 “국경경비대 사관장을 4년이나 했으면 이만한 것은 그리
큰 것이 아니야”라고 하면서 “앞으로 사회에 나가도 10년은 끄덕하지 않을 돈을 준비해 놓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보통 일이다. 제대하는 병사들이 집에 갈 때면 무슨 배낭들이 그렇게도 많고 짐이 많은지……. 또 몸 속 깊은
곳에는 두툼한 돈뭉치가 얼마나 되는지……. 과연 그것을 신령님이나 알겠는지…….
실록: 장군님의 전사들
프롤로그 / 나가자 인민군대 / 처음부터
신발 잘 신겨라 / 쟤들이 싸움이나 하겠노? / 우린
나라를 지킨단 말이야 / 훈련에서 배운 습격전을 실천에 옮긴다 /
현대판 '임꺽정'들 / 잔재주는 따를 사람이 없어 / 1900년대
태생은 다 동갑 / 장군님의 전사들과 누가 감히 맞서? / 이수복
영웅은 화구를 막았지만 나는 달리는 차를 막았소 / 한창 나이의 전사들
/ 장사의 능수들 / 병사들의 제대준비 /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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