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록 - 장군님의 전사들

열 한 번째 이야기

“한창 나이의 전사들”

몇 년 전 북한의 황해도에서 있은 일이다. 스물 여섯 살 된 군인이 중대장 아주머니와 배급을 타러 같이 갔는데 남녀관계에 대한 시시껄렁한 소리를 하던 중 성적으로 흥분한 전사가 중대장 아주머니를 강간하고 살해한 것이다. 전사는 잡혀서 공개처형을 당했지만 이 사건은 북한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북한군의 군 복무기간은 만 16∼17세부터 시작해 28∼30세까지이다. 한창 젊은 나이에 군에서 10여 년을 복무하다나니 이제는 사관들이 거의 다 ‘아바이’들이다. 사회에 있으면 벌써 장가를 가서 아이가 2∼3명이 있으련만 여전히 군인이다. 그러다 보니 군대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것이 ‘여자문제’다.

북한군 전사들이 나이가 많은 여자들을 만나면 항상 “어머니 집에 딸 있습니까?”하고 물어본다. 사관들은 구분대 주둔지역의 민가(民家)에 나이가 찬 처녀가 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그 처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애를 쓴다.

도적질을 하든 어디 가서 빼앗아 오든 물건들을 그 집으로 짊어지고 가 환심을 사려한다. 물량공세를 펼쳐서라도 그 집의 딸을 쟁취하려고 한다. 그래도 이런 방법은 비교적 신사적인 방법이다. 어떤 군인들은 만일 딸을 나에게 주지 않으면 이 집을 다 망하게 하겠다, 다 죽여버리겠다는 등 위협을 하는가 하면, 딸을 강간해서라도 자기 것으로 만든다. 대체로 나이가 좀 있는 사관들은 거의 다 애인이 있든지 비밀리에 결혼한 아내와 자식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하다가도 진짜 제대할 때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경우가 열에 하나나 되겠는지……. 따라서 백성들은 웬만해서는 사관들에게 딸을 맡기려 하지 않는다. 일부 사람들은 하도 못살다 보니 군인들을 이용해보려 사위 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군인들에게 딸을 주었다가 앞길을 망친다면서 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좀 눈이 돌아가는 전사들은 애인을 두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애인이 없다. 그러니 나이는 있어 여자는 보고 싶지, 요새는 군대보고 누가 뭐라고도 안하지, 시간도 많지, 사회는 혼잡스럽지, 그까짓 거 여자 하나 해버리는 것이 무슨 큰 문제냐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어제 밤 뉘 집 딸은 경비 서던 군대 아이들이 강간했대.” “읍에 갔다오다가 대낮에 끌고 가서 강간했대.” 이런 어수선한 소리가 자주 들린다. 한번은 어떤 아주머니가 장사를 가다가 소변을 보려고 쌓아놓은 볏단 사이에 앉았다. 일을 다 보고 일어나려는데 누가 뒤에서 덥석 끌어 안았다. “왁”하고 소리를 지르니 글쎄 동생 나이 뻘쯤이나 되는 공산군이 “고아대면 죽어!”라고 눈을 부라린다. 그래도 고래고래 소릴 지르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보면서도 상대가 공산군이니 백주에 여자가 겁탈 당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나간다.

그때 나이 지긋한 아바이가 지나가다 그 광경을 보고 “임자, 그러면 쓰나. 밤도 아닌 시퍼런 대낮에……”라고 하니 이 공산군 아저씨가 한다는 소리가 참으로 어이없다. “아바이도 젊었을 때 다 겪어보았지요? 낮에 하고 싶으면 참았다가 저녁에 했소?” 북한에서는 젊은 여자 건 나이 먹은 여자 건 절대로 남자의 동행이 없이는 길을 떠날 수 없다. 밤에는 더 말할 것도 없고 낮에도 절대로 외진 곳에는 다닐 수가 없다. 장군님의 축지법에 정통한 전사들이 때없이 출몰하니까.

실록: 장군님의 전사들
프롤로그 / 나가자 인민군대 / 처음부터 신발 잘 신겨라 / 쟤들이 싸움이나 하겠노? / 우린 나라를 지킨단 말이야 / 훈련에서 배운 습격전을 실천에 옮긴다 / 현대판 '임꺽정'들 / 잔재주는 따를 사람이 없어 / 1900년대 태생은 다 동갑 / 장군님의 전사들과 누가 감히 맞서? / 이수복 영웅은 화구를 막았지만 나는 달리는 차를 막았소 / 한창 나이의 전사들 / 장사의 능수들 / 병사들의 제대준비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