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수신 : 국회의원 김원웅
“지금 우리 사회에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인권단체임을 표방하는 일부 단체들이
있는데 저는 그들이 진짜 순수한 의미에서 인권단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단체들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인권단체임을
자처하면서도 우리 내부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인데 북한인권문제를 순수하게 접근하지 않고
북한 체제의 전복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권을 정치종속물로 삼는
단체들을 어떻게 인권단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상은 개혁국민정당의 대표인 김원웅 국회의원이 어제(7월 6일) MBC의 시사교양프로그램인 생방송 『이슈&이슈』에
출연하여 발언한 내용 중 한 대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김원웅 의원은 지난 7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에 유시민, 이미경, 송석찬 등 9명의 의원들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바 있으며, 이미 〈북한민주화를 위한
정치범수용소 해체운동본부〉에서 공개질의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이다. 이런 와중에 김원웅 의원은 북한인민의 인권을 외면하고
정략적인 행동을 한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자숙하고 있을 생각은 하지 않고, 결의안에 반대 표결한 것이 마치 현명한
판단이며 양심적인 행동이라도 되는 양 방송에 출연하였다.
자신의 확고한 정치적 입장을 갖는 것이야 막을 도리가 없지만 김원웅 의원이『이슈&이슈』에서 발언한 내용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투성이여서 소신(所信)이라기보다는 무지(無知)에 가깝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줘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우리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전혀 무지한 김 의원에게 오히려 연민의 감정을 느꼈고, ‘우리가 그동안
더욱 열심히 활동을 못한 탓’이라는 반성의 마음까지 들었다. 김 의원의 이번 발언들을 살펴보면 지금 세간에 널리 퍼져있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판단의 결정판이라 불릴 만 하며, 더구나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와 주관적 추측을
마치 객관적 사실인 양 이야기함으로써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우려마저 있어 이번 기회에 조목조목 따져보고자 한다.
질문 1. 어느 인권단체인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숱한 문제점을 제쳐두고 우리는 우선, 김원웅 의원이 방송에서 지적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인권단체임을
표방하는 일부 단체”가 어떠한 단체를 말하는 것인지 정확한 해명을 요구한다. 김 의원의 발언은 방송당시 돌출적으로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이미 준비한 원고를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식의 ‘준비된’ 발언이었다. 따라서 단순한 실언이라
생각할 수 없다. 김 의원은 “그들(북한인권단체들)이 진짜 순수한 의미에서 인권단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단체들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김 의원이 말한 ‘순수하지 못한 북한인권단체들’이란 과연 어느 단체를 말하는지, 김 의원은
적시해달라.
김 의원은 외국에 있는 북한인권관련 단체가 아니라 정확히 ‘우리 사회’라고 하였다. 현재 통일부에 등록된 사단법인
중 북한인권문제 해결을 표방하고 있는 단체는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좋은벗들, 북한민주화네트워크가 있으며, 임의단체로는
피납탈북시민연대, 북한민주화를 위한 정치범수용소해체운동본부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유관단체로서 탈북자동지회, 납북자가족모임,
납북자가족협의회,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두리하나선교회 등이 있다. 도대체 이들 단체 중 어느 단체가 김 의원이
말하는 ‘순수하지 못한 단체’인가.
질문 2. 북한의 정권교체를 주장하면 순수하지 못한 것인가?
김원웅 의원은 “북한인권문제를 순수하게 접근하지 않고 북한 체제의 전복을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북한인권관련 단체들 사이에는 북한인권문제의 해결방도로 식량 및 물자지원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국제사회의 여론형성이 가장 선차적인 문제라고 주장하는 단체, 중국에 있는 탈북자 지원을 통해
북한 내부의 민주화운동을 촉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등 여러 방법론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북한정권교체’를
전면에 내놓고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단체가 있고, 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단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북한인권개선이라는 대하(大河)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론의 차이’일 뿐이다. 여러 가지 주장이
다 맞을 수도 있고, 다 틀릴 수도 있으며, ‘북한정권교체’를 주장하는 것이 옳지 못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아주기 위한 주장을 전개해야지 그들 단체와 일면식도 없는 김 의원이 무슨 근거로 ‘순수성’을
이야기하는가.
‘정권교체를 목표로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순수하지 못하다’는 발상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 남한에서 민주화운동을 했던 재야인사들은 대개 노동자, 농민 등 기층 인민의 인권문제를 기반으로 정권퇴진운동을
벌였다. 역으로 노동자, 농민의 현실과 함께 하다보니 군사정권이 퇴진해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생각을 갖게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 김 의원은 이렇게 정권교체를 목표로 투쟁했던 재야인사들을 순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다보면 그 근본원인에 대해 고민하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정권교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거듭 묻지만, 김 의원은 왜 이것을 순수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가?
질문 3. 무슨 근거로 “국내의 인권문제에는 애써 침묵을 한다”고 말하는가?
김원웅 의원은 “그들(북한인권단체들)은 인권단체임을 자처하면서도 우리 내부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말했다. 정말 이 대목에서는 우리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NGO(비정부기구)들이 각각의 특색이 있어 환경단체는 환경문제, 여성단체는 여성문제,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문제에
집중하듯, 북한인권을 위해 실천하는 단체가 북한 인민들의 인권문제에 가장 우선적인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오히려 시민단체가 권력화되어 본연의 전문영역을 탈피해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이런 저런 사안에 다 접근하는 것이 문제
아니던가.
더구나 김 의원은 우리가 국내의 인권문제에는 ‘애써’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애써’라고 하면 ‘대단히 고의적으로’
라는 조건을 내포하고 있는데, 북한인권단체 중 어느 단체가 애써 다른 인권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단 말인가. 우리 사회
내부에서 관심이 소홀한 특정 인권분야가 있다면 이와 관련된 NGO들이 더욱 분발하여 사회적 공분을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이지, 북한인권단체의 구성원들이 국내의 인권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국내 인권의 뒷걸음질을 위해 일조하고
있는 것처럼 발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애쓰다’라는 표현은, 명백히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접근해야할 북한인권문제를
애써 정치적인 문제로 해석하면서 국회의 결의안에 애써 반대표를 던진 김원웅 의원의 이번 행동에 붙여야 할 수식어가
아닐까?
질문 4. 인권을 정치적 종속물로 삼고 사람은 진정 누구인가?
말이 나온 김에 우리는 김 의원의 심각한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의원은 국회의
『북한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에 반대하던 본회의 발언에서도 그랬고, 이번 방송에서도 “인권문제는 철저히 인도주의적 원칙에서
접근해야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현재는 북핵문제
해결이 우선이기 때문에 북한인권문제 언급으로 북한정권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논리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이것이 전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게 되면 그동안 쌓아온 남북관계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 그래서 인권문제는 나중에 접근해도 된다,
혹은 북한 정권이 스스로 변화하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발상. 이것이야말로 인권을 정치적 종속물로 만든 발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치적인 의도를 배제하고 인권문제를 철저히 인도주의적 원칙에서 접근한다는 것은, 그러한 인권탄압을 겪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 확고히 서는 것을 의미한다. 명백히 인권탄압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당신의 사정도 이해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하니 이해해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인도주의적인 자세인가. 자, 누가 도대체 인권문제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 그 선후차성을 따지고 있는지 김 의원은 대답하기 바란다.
질문 5. 북한 인권문제가 식량문제 때문에 발생했다고 믿고 있는가?
김원웅 의원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려워 탈북자가 발생했고, 그 탈북자들을 체포 송환하는 과정에서
수용소나 공개처형 등의 인권탄압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문제보다는 우선 식량문제를 해결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는 대북식량지원을 반대한 적이 없다. 다만 철저한 검증을 요구한 단체들은 있다. 인민을 먹여 살리자고 지원한
물자가 다른 곳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증거를 여러 곳에서 포착하였기 때문에, 식량을 지원하면 그 배급과정까지 확인하는
것이 완전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문제는, 김 의원의 말대로 식량문제 때문에 인권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식량난으로 인한 기아와
대량아사 이전, 그 훨씬 이전부터 내내 있어왔던 일이다. 정치범수용소나 공개처형, 각종 기본권의 제약과 탄압은 이미
1950년대부터 줄곧 있어온 일이지 식량문제로 인해 갑작스레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식량문제가 해결되면 인권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정말로 믿고 있는가? 그렇다면 식량난 이전에도 있어왔던 이러한 인권탄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그
대답을 듣고 싶다.
질문 6. 명백한 인권탄압에 침묵하는 것이 양심인가?
김원웅 의원은 방송에서 “북한인권문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상황 때문에 우리 사회에 있는 많은 양심적
인사들이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그동안 자제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대목도 우리를 분노하게 한다.
그럼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우리는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세상의 어떤 문제도 제기한 사람은 순수한 의도에서 내놓았지만 이것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명백히 목소리를 내야할 문제에 여러 가지 조건을 내세우며 애써 침묵할 것을 종용하는 사람이 양심적인가, 원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사람이 양심적인가. 전자(前者)를 현실적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양심적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후자(後者)를 비현실적이라고 지탄할 수는 있어도 양심에는 오히려 가깝다. 김원웅 의원은 어느 쪽인가? 스스로 현실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지만, 거기에 양심이라는 외피까지 뒤집어쓰려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은가? 양심이
있다면 대답해 보기 바란다.
질문 7. 그럼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목소리는 언제 내어야 하나?
우리는 국회에서 결의한 『북한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이나 유엔인권위원회의 『대북인권결의안』에 대해 적극
지지하면서도 “진작에 있었어야 할 일이 이제야 이루어지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데 김원웅 의원은 줄곧 “왜
하필 이 시점에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하는가”라고 그 의도를 의심스러워한다.
여기서 인권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연관지어 생각하는 김 의원의 잘못된 사고방식이 다시 한번 드러난다. 지금 북한인권문제를
제기 하는 사람들이 설령 정치적인 발상을 갖고 접근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금껏 꼭 필요한 일이었다면 오히려 늦었음을
반성하며 이번 기회에라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자꾸 그 의도를 부각시키는 것은 정략적인 태도밖에 안
된다. 김 의원이 정말 북한인권문제 해결의 절박성을 알고 있었다면 자신이 먼저 오래 전에 제기를 하지 그랬나.
나아가 우리는 김 의원의 생각대로라면 도대체 어느 시점에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남한의 정부와 의회, NGO는 발언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고 싶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고 갇히고 고통 속에 신음해야, 그때서야 북한의 인권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생각하며 접근할 것인가. 지금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지
않다고 미뤄둔다면 참상이 다 드러난 이후에 부담해야 할 재정적, 양심적 손해는 더욱 막대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 북한에 그러한 인권탄압이 없다고 말한다면 예외이지만 말이다.
질문 8. 북한 정권이 자발적으로 인권개선을 하고 있다고 보는가?
김원웅 의원은 “우리가 북한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을 내어놓는 것이 북한인권개선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회의적”이라고 말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이러한 견해를 내어놓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 전문가들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그렇게 북한인권실태에 대해 무지할 수 있나. 북한의 인권실태를 꾸준히 살펴온 사람이라면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북한인권문제를 개선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국제사회의 북한인권문제 제기가 북한정권을 압박하고, 이로써 비록 시늉에 불과하긴 하지만 김정일 정권이 인권문제 개선에
어쩔 수 없이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예로, 1990년대 후반만 하여도 탈북자 송환의 과정에서
갖가지 가혹 행위가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최소한 우리의 눈에 보이는 선에서는 짐승처럼 끌고 가는 행위는 없어졌다. 국제인권단체들의
꾸준한 석방 요구와 생사확인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송환된 탈북자들도 살아날 수 있었고, 국제인권위원회에 인권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예전보다 나아진 태도도 볼 수 있었다. 김 의원은 그것이 마치 북한 정권의 대단한 자발성에 의한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국제사회의 압력이 없었다면 지난 수십 년간 그래왔듯 북한 정권은 계속 자기식대로 처리하고 버티기 작전으로
나갔을 것이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우리의 성과로 돌리고 활동을 자랑하고자 함이 아니다. 어떤 문제의 성과가 보이기 시작할 때 대체
어떠한 요소가 결정적인 작용을 하였는지는 차후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우리가 북한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을
내어놓는 것이 북한인권개선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회의적”이라는 표현을 넘어서, 결의안을 채택하면 마치
커다란 일이라도 발생하는 듯 반대표를 던진 김 의원의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과거 남한에서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 세계 각지의 지식인들이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면서 연대의 뜻을 밝혔다. 물론 국내의 인권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모두가 쓸데없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인가?
질문 9. 자기 나라 인권이 완벽하지 않으면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에 발언할 수 없나?
김원웅 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도 절대적 인권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라고 운을 떼면서, 특히 미국의
인권문제를 장황하게 거론하며 “이런 나라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식으로 발언했다. 인권문제를
이야기하면서 그 발언자의 자격문제를 거론하는 것이야말로 초보적인 인권의식도 없는 태도이다. 강도나 사기꾼도 다른 사람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수 있고,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인권을 탄압하는 사람도 여타 인권문제를 거론할 수도 있다. 자신의
인권탄압 실태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주위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미국이 자기 나라의 인권문제를
감추기 위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발상은 난센스에 가깝다.
또한 자기 내부의 인권문제가 완벽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로는 세상의 어떤 인권문제도
해결 될 수 없다. 그런 생각대로라면, 자기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가의 문제를 거론할 수 없으며, 자기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직장과 학교의 문제를 발언할 수 없고, 제 한 몸도 수신(修身)하지 못하면서 남의 일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물론 이는 논리적 비약일 수 있지만, 인권의 문제를 해당 국가 내부의 문제로 한정지으면 그것은
인권이 아니라 시민권의 문제이다. 인권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가치이며, 여기에는 국경, 인종, 종교,
풍습 등 모든 벽을 뛰어넘어 접근해야 한다.
하물며 개명한 21세기에 일체의 언론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 주거이동의 자유가 철저히 통제되어
있는 북한의 인권실태를 놓고 “세계 어느라나도 절대적 인권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형편이니 당신들 문제는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방치하는 행위이며, 나아가 간접살인이다. 도대체 김원웅 의원은 일국의 인권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다른 나라의 인권문제에도 발언할 수 있다는 것인지, 그런 선명한 기준이 있다면 제시해 주길 바란다.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거듭 말하지만 남한 국회의 『북한인권개선 촉구 결의안』 통과는 결코 빠른 행동이 아니다. 지금 해외의
인권단체와 정부, 의회, 각종 국제기구에서는 북한의 인권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은 “왜
남한 사람들은 통일을 한다면서도 자기 민족의 인권문제에 그토록 무관심한 것인가”하고 의아해 한다. 김원웅 의원은 다른
나라의 정치인과 운동가들이 북한의 인권문제 관심을 갖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국제여론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이 질의서에서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감정을 드러냈다. 다소 김원웅 의원의 심기를 건드리고, 본의를 잘못 해석한
부분이 있었다 하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하길 바란다. 그러나 김 의원은 우리의 분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북한 인민들이
향후에 던질 원망과 돌팔매질을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질의서의 내용 중에는 김 의원의 발언 중 일부 표현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것이 말꼬리 잡기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사소하게 비쳐질 수도 있는 이런 표현들이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김 의원의 무지와 평소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김 의원이 정말로 악의에 의해 북한인권개선 결의안에 반대 표결하고 북한인권단체들에 대해 비난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단지 국정의 여러 문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다소 연구와 검토가 부족했던 탓이라
여기고 싶다. 허나 이제 북한의 인권문제는 국내적으로도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동안은 ‘몰랐던
것’이라고 넘길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범인의 무지는 일개인의 무지로 끝나지만, 공인의 무지는
만인을 무지하게 하고 국가를 도탄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선 김 의원이 이상의 질의 사항에 대해 답변하고 『이슈&이슈』에서 북한인권단체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과
관련해 정중히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북한인권단체의 사무실을 찾아와 북한인권 실태에 대해 배우고 1일 자원봉사활동이라도
하고 갈 것을 권한다. 차제에 김 의원을 비롯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한 의원들과 북한인권단체들과의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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