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오전 10시 한·일 양국 납북자 관련 단체들은 코리아나호텔에서 양국의 납북자 문제에 대한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는 우리 단체 한기홍 대표와 <피랍·탈북인권연대> 이서 목사, <납북자가족모임> 최성룡 대표, <납북자가족협의회> 최우영 회장,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회장 등 한국측 NGO 대표자와 <북조선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 협의회> 아라키 카즈히로 국장, <민사인권회> 나카타 이치로 씨 등 일본측 NGO 대표, 그리고 국내외의 기자 30여명이 참석했다.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한-일 연대 강화할 것

먼저 최우영 회장이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북한 김정일 정권은 반인륜적 납치·테러에 대하여 전 인류 앞에 사죄하고 납치피해자를 즉각 송환하라 △한국내 납치피해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김대중 대통령은 피해자가족과의 면담에 응하라 △한·일 양국의 북한 관련 담당자는 납치피해자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자 구출에 협력하라 △한·일 양국 NGO는 북한에 억류중인 납치피해자의 조속한 송환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대해 나갈 것 등을 요구했다.
다음으로 각 단체 대표들은 앞으로의 활동방향에 대한 국내 외신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일본 NGO 관계자들은 “한국의 납치자 문제와 관련해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함께 연대활동을 지속적으로 벌려 나가겠다”고 말하면서 당면해서는 “대남 공작원 출신 안명진 씨를 만나 북한이 인정한 사례 외에 일본인 납북자가 더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한 뒤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채택된 성명서는 북한에 보내고 남한 정부에도 전달키로 했다.

한국 고교생 납치 문제도 공론화시작

납북자 가족협의회 최우영 회장은 납치피해자의 실태에 관한 일본인 기자의 질문에 휴전이후 납북자 487명을 거론 하면서 “북한이 70년대 후반 우리 고등학생들을 납치해 대남 공작원으로 이용한 사실이 확인된 것만도 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고교생 납치 사실은 대부분 자수 간첩 등에 의해 확인됐다. 1978년 8월 전북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납치된 김영남(당시 17세·군산상고 1년)씨는 북한에서 노동당 작전부 소속 공작원으로 활동하다가 자수한 간첩 김광현씨가 본인이 직접 김씨를 납치했다고 밝혀 알려지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전남 홍도해수욕장에서 납북된 이명우(당시 17세·천안농고 3년)씨와 홍진표(당시 17세·천안상고 3년)씨의 경우도, 지난 95년 침투한 무장간첩 김동식과 97년 검거된 간첩 최정남이 “이씨와 홍씨가 북한에서 이남화(以南化) 교육을 담당하는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진술함으로써 납북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977년 8월 전남 홍도에서 납북된 이민교(당시 18세)·최승민(당시 17세)씨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강제 납북된 사실이 최정남을 통해 확인됐었다. 북한은 이민교 씨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공작원을 안내하는 전투원으로 키우기 위해 김일성정치대학 전투원 양성반을 졸업시켰으며, 1997년 당시 평양 용성구역 소재 ‘이남화환경관’의 수퍼마켓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최승민씨는 ‘이남화환경관’의 양복점, 스포츠용품 판매점에서 ‘김 선생’이란 이름으로 강사로 있는 것이 확인됐다.
납북자 가족모임 최성룡 대표는 “실제 납치된 청소년들은 확인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북한에서 공작원으로 이용만 당하다가 살해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신속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납북자관련 단체들은 오는 10월 17일 인천 부두가에서 ‘납북자 즉각 송환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린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