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주재 한국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를 중국경찰 인력이 강제로 끌어낸 것과
관련하여>
'임오국치(壬午國恥)'라 할 만하다. 중국 선양(瀋陽) 주재 일본 총영사관에 진입하려던
탈북자 가족을 중국 경찰이 진입하여 강제로 끌어내던 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인데, 이번에는
한국이 당했다. 땅바닥에 뒹굴며 절규하는 어머니의 외침과 영문을 모른 채 울고 있는 두 살배기
어린애의 울음소리가 아직 귓전을 떠나고 있지 않는 차에 중국은 이어 한국 외교공관을 농락했다.
영사관 직원과 취재기자를 폭행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정말 이렇게 '막나가도' 되는 것인지
우리는 중국정부에게 묻고 싶다.
지난 1999년 5월 유고연방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이 NATO군의 실수로 폭격 당했을
때 유고 주재 중국대사는 "중화인민공화국이 공격당했다"며 흥분했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패권주의의 적나라한 작태"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중국 전역에서는 반미시위가
들끓었다. 그렇다면 어제 중국이 한국대사관에 가한 폭거(暴擧)는 "대한민국을 공격한
것"이며, 이제 더 이상 자국 내 외국공관의 불가침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중국이 전세계에 선포한 "패권주의적 행태"라고 보아도 되겠는가?
우리는 북한문제 때문에 한국과 중국의 우호관계가 깨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원칙처럼 강조해왔다.
이러한 원칙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신중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지 않고 지금과 같이 감정적이고 부적절한 대처를 계속한다면 우리 역시
중국정부에 대해 항의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그동안 견지해왔던 개혁·개방 노선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정부의 노고를 우리는 높이 인정하며 지지한다. 이렇게 내부의 문제는 크게
없건만 최근 중국 전진(前進)의 발목을 잡으며 대두된 문제가 '탈북자 문제'이다. 중국은
이 문제를 아주 귀찮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며, 그러던 차에 이번과 같은 우발적 대응이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중국정부도 익히 알고 있겠지만 탈북자 문제의 핵심은 '북한문제'이며, 북한의 정권을
변화시키면 문제는 해결된다. 탈북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그곳으로 돌아간다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을 '돌아갈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 것이 해결점이며,
그 인간 생지옥을 만들어낸 주범인 김정일(金正日)을 권좌에서 내쫓는 것이 북한 인민과 국제
사회가 할 일이다.
중국정부는 그동안 김정일의 존재를 인정하는 기조아래 그의 변화를 위해 음양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판명된 결론은 김정일이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를 상대로 조롱하고 술수(術數)를
부리며 북한사회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제라도 김정일을 두둔하던 노선을
철회하고 인접국인 북한 인민들의 간절한 염원에 함께 하길 바란다. 중국은 그러한 '힘'이
있고, 그것을 이루어낼 양심(良心)과 의지(意志) 역시 있다고 우리는 믿는다.
끝으로 우리는 유고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 사건 당시 탕자쉬안 중국 외교부장이 공식 사과,
철저한 조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는 중국이 이러한 잣대를 이번 사건에도
그대로 견지할 것을 요구한다. 폭격을 당하든 외교관의 옷이 찢기든 외교공관이 농락을 당했다는
점에서는 본질상 같다. 자기 나라가 당한 것은 발끈하고 다른 나라는 능멸해도 좋다면 어찌
대국(大國)이라 할 수 있겠는가.
(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2002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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