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대행진: ‘보여주지 않는 곳’에 숨겨진 ‘생명’들을 위하여
-북한인권실현에 세계적 관심을 촉구하는 한·일 청년학생 연대성명서

600㎞! 지난 2월 4일부터 오늘까지 6일 동안 한국과 일본의 대학생 16명은 일본의 오사카에서 도쿄에 이르는 600㎞를 자전거로 달렸다. 그 기간동안 우리는 지나는 길에 만나는 일본의 도시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짧지 않은 여정을 마치고 제3회 북한인권난민국제회의에 참석하게 된 우리는, 세계 각지에서 이 행사를 위해 참석한 벗들에게 감히 묻는다. 지금 현재 지구상에서 북한보다 더 심각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곳이 어디 있으며, 북한 인민보다 저 참혹한 처지에 놓여있는 인류가 어디에 있는가.'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인간이 인간을 이렇게까지 비참한 지경에 내버려 둔 적 있었던가.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태국 등 세계 각 국에서 수 만 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체포와 송환의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들이 전해오는 북한의 소식을 알고 있는 우리는 - 우리 역시 그 전모를 알지는 못하지만 - 그러한 삶을 겪어보지 못한 세계인들에게 현재 북한 인민의 실정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그 정도로 상상의 한도를 훨씬 뛰어넘는 극한의 영역 저쪽에 ‘그들’이 떨고 있다.

지금껏 세계는 적지 않은 물자와 식량을 북한에 보내주었다. 우리는 이러한 온정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인류가 베풀었던 조건 없는 지원과 협조의 결과를 결산해보자면, 안타깝게도 그것은 헐벗고 굶주린 북한인민들에게 돌아가지 못했고, 오히려 독재자의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주장한다. 이제는 북한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도적 지원에, ‘인권’의 날개를 달아야 한다. 북한의 '가망 없는' 지도자를 권좌에서 물러나게 하지 않고서 북한 인민의 처지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과 참여 없이 북한의 자생적인 변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몇 년간 북한의 '절대 군주' 김정일은 일시적인 변화의 제스츄어를 보여주면서 수많은 손님들을 평양으로 초대했다. 하지만 우리는, 평양은 거대한 연극 무대에 불과한 곳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우리가 갈 수 있는 곳보다 갈 수 없는 곳이 훨씬 많다. 보여주는 곳보다 보여주지 않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갈 수 없는 곳, 보여주지 않는 곳에서 ‘그들’이 떨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요구해야 한다. 볼 수 없는 곳을 보여달라고! 화려한 무대의 뒤편에 감춰진 생명들의 진실을 밝히라고! 독재자는 스스로 그 문을 열지 않을 것이며, 오직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세계 양심들의 지지와 협조 속에 열릴 수 있다.

우리는 달릴 것이다. 600㎞가 아니라 6만, 60만㎞가 되더라도 달릴 것이다. 그것이 북한 인민을 살리고 지구상 마지막으로 남겨진 인권의 동토에 봄꽃을 피우는 일이라면, 지구 끝까지라도 기꺼이 달릴 것이다. 그리고 외칠 것이다. 북한의 진실 - 보여주는 곳보다 훨씬 많은 ‘보여주지 않는 곳’에 숨겨진 생명들의 존재 - 에 대해! 그들을 구해내는 인류 공동의 과제에 세계의 진보적 양심들이 함께 하길 기대한다.

- 식량과 지원물자에 대한 투명한 분배와 국제사회의 감시를 촉구한다!

-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는 정치범의 석방과 정치범 수용소의 해체를 촉구한다!

- 동북아 일대를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을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해 줄 것을 촉구한다!

- 북한에 납치되어 있는 한국인과 외국인의 조건 없는 송환을 촉구한다!

- 사상과 국적을 초월해 북한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

2002년 2월 9일

북한인권실현에 세계적 관심을 촉구하는 한-일 대학생 자전거 행진단 참가자 일동

※ 이 성명서는 영어와 일어로 번역되어 제3회 북한인권·국제회의 참석자들에게 배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