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는 북한문제의 심각성과 절박성을 전북지역 대학생들에게 알려내기 위해 9월 17일부터 각 대학별로 실천주간을 정하여 '선전의 거리'를 운영하고 탈북난민들의 지위인정과 보호를 위한 대학생 10만인 서명과 모금활동 등으로 진행되었다.

또 9월 21일 5시부터는 실천한마당을 정리하면서 여기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지속적인 결의를 모아가기 위해 초청강연마당과 결의마당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4백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각계 사회단체인사들을 초청하여 격려와 연대의 말을 듣는 것으로 막을 올렸고, 각 대학별로 진행한 실천활동에 대한 보고대회로 이어졌다. 또 북한 예술선전단 출신의 마영애님를 모셔서 탈북 이후 남한에서의 생활과 북녘에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감칠맛나는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반갑습니다', '휘파람', '사랑의 미로' 등을 함께 불렀다. 마지막으로 자리에 참석한 대학생들과 함께 '북녘동포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북녘동포들의 현실을 잊지 않고 희망의 날이 밝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북한인권과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투쟁하겠다는 결의로써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를 통해 대학생들은 그 어떠한 정치적 목적과 사회적 이해관계도 인간의 인권을 유린하거나 침해해서는 안되며 민주주의와 독재는 양립공존할 수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각인하였고, 북한 인민들의 생존 및 인권개선의 문제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며 기필코 실현되어야 한다는데 공감하였다. 북한민주화를 위한 전북지역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전국 각지, 세계 도처로 뻗어나가길 바란다.

얼굴 없는 그대에게(대학생 결의마당에서 낭독된 글)

그저 지나는 세월이겠지만, 그대를 생각하면 많은 계절을 어쩌지도 못하고 서성이며 보낸다는 것이 그저 미안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우러른 하늘아래에서 꽃이 피고 지고, 눈이 내리고 그쳤겠지만, 오늘 따라 그 배경에 야윈 당신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그대를 생각하면 이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온다는 것도 가슴이 아픈 일입니다. 그 가늠할 수 없는 추위가 얼마나 그대를 잠 못들게 할지를 알고 있는 까닭입니다. 그 긴 밤에도 봄을 기다리는 당신의 야윈 손목이 아릴 것 같아 속이 탑니다.

오늘따라 당신의 안부를 묻는 것이 두렵습니다. 잘 지냈냐는 인사보다 잘 견디고 있냐는 인사를 해야 할런지. 아니면 살아있느냐고 물어야 할까요. 당신에게 묻는 안부는 이렇게 어렵고 두렵기만 합니다. 당신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까 무섭습니다.

그 쪽의 사정을 보여주는 비디오를 여러 친구들과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끝내 다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죽어가고 꺼져가는 형제들을 그저 바라봐야만 하는…, 이것은 고문입니다. (중략) 하지만 우리는 기억합니다. 바람이 없이도 혼자서 돌아가는 바람개비 이야기를. 그래요 우리가 소망하는 것은 안락한 삶이 아니었습니다. 또 우리가 기다리는 날은 그저 오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소망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내고 찾아가야 하는 아름다운 실천이었습니다.

지진에 무너진 땅에도 샘물은 솟고 폭풍이 몰아친 들에도 꽃은 핀다고 말해주면서 웃어 보이던 당신의 떨리는 목소리는 그대와 우리가 스스로 희망이기를, 스스로 바람을 일어내고 돌아가는 바람개비라는 것을, 엄혹한 현실을 이상으로 바꾸어가는 투쟁과 싸움을 통해 확인한 사랑과 믿음이 아니었는지요.

밤이 길면 새벽이 가까이에 있듯이 우리들의 날도 가까운 곳에 있다고 믿습니다. 서러운 날들이 가고 목메인 아픔도 사라진 약속의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 한 겨울 눈보라도 따숩게 안아낼 넉넉한 마음으로 못뵈었던 얼굴을 서로의 가슴에 파묻고 "그 동안 잘 지냈느냐" "그 동안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고 물어볼 수 있겠지요.

더 이상 당신의 안부를 묻는 것이 어렵지 않고 무섭지도 않을 그런 날에 언덕에 올라 함께 바람개비 날려요. 따뜻한 봄바람에 말입니다. 그럼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