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으로 온 사회를 일색화하기 위하여 몸바쳐 투쟁하여야 한다.
2.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충성으로 높이 우러러 모셔야 한다.
3.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권위를 절대화하여야 한다.
4.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혁명사상을 신념으로 삼고 수령님의 교시를 신조화하여야 한다.
5.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 집행에서 무조건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6.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중심으로 하는 전당의 사상의지적 통일과 혁명적 단결을 강화하여야 한다.
7.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를 따라 배워 공산주의풍모와 혁명적 사업방법, 인민적 사업작풍을 소유하여야 한다.
8.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안겨주신 정치적 생명을 귀중히 간직하며 수령님의 크나큰 정치적 신임과 배려에 높은 정치적자각과 기술로써 충성으로 보답하여야 한다.
9.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유일적 령도 밑에 전당, 전국, 전군이 한결같이 움직이는 강한 조직 규율을 세워야 한다.
10.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개척하신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하며 완성하여나가야 한다.

우리가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원리는 무엇일까? 아니 조금 더 쉽게 표현하여 북한 주민들이 먹고 입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게 무엇일까?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하 10대 원칙)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1967년 6월 28일 김일성의 동생이자 당중앙위원회 조직부장인 김영주의 제청에 의해 당중앙위 제4기 16차 전원회의에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가 의제로 채택되었다. 이 회의에서 10대 원칙이 작성되고 김정일에 의해 1974년 김일성의 생일 전날 ‘당의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공포되었다.

수령우상화의 기반이 된 10대 원칙을 누가 주도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김일성보다는 동생 김영주와 아들 김정일이 경쟁하듯 앞장을 섰다가 김정일이 후계자로 굳어지면서부터는 김정일이 주도하였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그가 실권을 장악한 이후인 1974년에 공포한 10대 원칙에는 “전당과 온 사회에 유일사상체계를 철저히 세우며 수령님께서 개척하신 혁명적 위업을 대를 이어 빛나게 완수하기 위하여 수령님의 령도밑에 당중앙의 유일적 지도체제를 확고히 세워야 한다”(10조 1항)며 당중앙(당시에는 김정일을 당중앙이라 표현)인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 있다. 황장엽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때부터는 김정일을 통하지 않고는 어떠한 사소한 보고도 김일성에게 올라가지 못하게 되었고 김일성의 지시는 김정일을 통하지 않고서는 아래에 내려가지도 못하고 실현될 수도 없게 되었다고 한다.

총 10조 65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10대 원칙에는 각 항별로 유일사상체계를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물론 이 10대 원칙을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외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각 항 하나하나에 나와있는 것들을 그대로 실천해야만 한다. 그리고 김정일이 조직한 2일 및 주 조직생활총화에서 이 10대 원칙에 맞게 생활을 했는지 자기비판을 해서 점검을 받아야 한다.

“2일 및 주 조직생활총화에 적극 참가하여 수령님의 교시와 당정책을 자로 하여 자기의 사업과 생활을 높은 정치사상적 수준에서 검토총화하며 비판의 방법으로 사상투쟁을 벌리고 사상투쟁을 통하여 혁명적으로 단련하고 끊임없이 개조해나가야 한다.”(8조 5항)

최근 북경주재 UNHCR에 한국으로의 망명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었던 길수가족의 그림 중에는 산에 불이 나서 타 죽으면서도 구호나무를 지키는 군인의 그림과 학교에 불이나 친구들이 불에 타 죽어도 김일성 초상화만을 먼저 구해서 탈출하는 소년의 그림이 있다. 남한 사람들은 이것이 이해되지 않을 테지만 이것 역시 10대 원칙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의 초상화, 석고상, 동상, 초상휘장, 수령님의 초상화를 모신 출판물, 수령님을 형상한 미술작품, 수령님의 현지 교시판, 당의 기본구호들을 정중히 모시고 다루며 철저히 보위하여야 한다.”(3조 6항)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의 위대한 혁명 력사와 투쟁업적이 깃든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뜻있는 혁명전적지와 혁명사적지… 정중히 잘 꾸리고 잘 관리하며 철저히 보위하여야 한다.”(3조 7항)

10대 원칙은 꼭 김정일을 반대한다고 해서 어기는 것은 아니다. 노동신문으로 담배를 말아 피다가 그만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이름이 들어간 부분을 훼손한다던가 조그만 말실수만 하여도 살인강도보다도 무거운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다. 북한에서 일반 범죄는 사실 뇌물만 조금 주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10대 원칙 위반사건은 뇌물을 받았다가는 무거운 처벌을 받기 때문에 봐줄 수가 없다.

10대 원칙 때문에 웃지 못할 사건도 많다. 1998년 탈북해 남한으로 온 최영주씨의 증언이다.

“그런데 하루는 남편이 큰 실수를 하고야 말았습니다. 김일성의 사진을 닦다가 실수로 그만 액자를 떨어뜨려 깨트리고 만 것입니다. 북한에서 이런 실수는 전 가족이 숙청될 수 있는, 정말 중대한 과오에 해당됩니다… 바야흐로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공개 자아비판을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공개 비판이 시작되면 그 처분에 따라 숙청을 당하게 되어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병원에 갑자기 검열대가 들이 닥쳤습니다… 그 검열대가 갑자기 들이 닥쳐 검열을 하는 바람에 병원에서는 남편의 과오에 대해서 처벌을 하지 못하고 15일이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이라고 해서 어떠한 법규범보다도 위에 존재하고, 북한 주민 생활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마치 성경의 십계명과 같은 원칙이 있습니다. 이 10대 원칙을 위반하고는 북한사회에서는 살아갈 수가 없는데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이 든 액자를 매일 아침 닦는 것도 이 10대 원칙에 의한 것입니다. 이 10대 원칙을 위반한 행위는 반드시 15일 이내에 그 처벌을 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갑자기 검열대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저의 남편에 대한 공개 비판이 연기되어 15일이 지나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관련 범죄를 15일 이내에 처벌하지 않으면 그 처벌을 하지 않은 사람마저도 크게 처벌받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천행으로 남편의 처벌 건은 공개화 되지 않았고, 없었던 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에피소드 하나.

“1980년대 말에 어느 유명시인이 ‘당이여!’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손바닥만한 작품이라도 7번에 걸치는 검열을 받아야 통과되어 출판될 수 있는데 이 시는 첫 검열에서는 ‘그저 당이여! 하면 어느 나라 당인지 아는가?!’라는 시비에 걸려 그 제목을 ‘조선로동당이여!’라고 고쳤습니다. 그 다음 검열단계에서는 ‘우리 당이 어떤 당인가’라는 시비에 걸려서 또 제목이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이여!’로 바뀌었습니다. 또 다음 검열에서는 ‘우리 당이 누구의 당이요?’하는 시비에 걸려서 그 제목은 다시 ‘영광스러운 김일성동지 당이여!’로 또 바뀌었습니다.
모든 것이 우상화검열단계에서 그 극치를 보장하지 않으면 절대로 통과될 수 없는 것이 북한입니다. 그래서 김정일이 그토록 유명한 수식사들을 많이 걸머진 것입니다. 그러면 김정일이 싫어하는 것을 일부 아첨장이들이 그렇게 하는가고 물을 수 있겠는데 그것은 아닙니다. 김정일이 직접 작성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라는 북한 지상의 법에는 김일성, 김정일을 최고의 수령, 최고의 영도자로 높이 우러러 받들어 모시며 끝없이 존경하라는 준칙이 적혀 박혀 있습니다. 이 준칙에 의해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큰 의미가 없지만 10대 원칙은 조선노동당 규약에 의해 뒷받침되어 있다. “조선로동당은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는 것을 당건설과 당활동의 기본 원칙으로 삼는다.”(조선로동당 규약 : 제6차 당대회 개정 - 1980년 10월 13일)

비단 북한 주민들만 이 10대 원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북한을 방문하는 남한 국민들과 외국인들에게도 10대 원칙을 강요한다. 지난 1999년 12월 5일 평양의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2000년 평화친선 음악회’에 참가한 댄스그룹 젝스키스와 핑클은 북한을 방문하기 전 관객을 향해 손가락을 뻗는 동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단단히 교육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왜냐하면 관객들의 대부분이 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있어 이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김일성 주석에게 삿대질을 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큰 불경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때문에 남한에선 방북인사들의 언행을 놓고 좌우파 간의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에게도 김일성의 동상이나 혁명유적지란 곳에 가서 헌화를 해달라고 사정을 한 다음에 사진을 찍어 이것을 대내외 선전거리로 크게 전시한다.

아직도 많은 남한의 북한연구가들과 학생들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내놓는 선전물과 자료만으로 북한을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10대 원칙의 중요성과 그것이 북한 주민들의 삶과 북한 사회 전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알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많은 탈북자들이 일부 북한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주장에 코웃음을 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북한사회는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무엇이 그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옥죄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정녕 북한을 이해하고 싶다면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보라.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북한의 모든 것, 북한 인민의 고달픈 삶이 담겨져 있다.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의 전문은 NKnet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