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4월 21일 NKnet 수도권 회원 Workshop에서 발표된 내용입니다. 필자의 양해를 얻어 원문을 약간 수정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더 많은 투고와 제언을 기다립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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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일전에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몇 사람과 식사를 함께 하던 중, 그 날 신문에 보도되었던 김정남 후계작업 관련 기사를 둘러싸고 대화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 자리의 사람들이 보인 한결같은 태도는 한 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김씨 왕조라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왜 그럴까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보다는 다소 시니컬한 태도, 또는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는, 관심 밖의 소재를 잠시 입에 담는 정도가 주류를 이루었다.

그 자리를 파하고 돌아오면서 지난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대조적인 모습이 떠올랐다. 당시 직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TV 곁을 떠나지 못하고 연일 정상회담과 김정일에 대한 이야기로 바빴다. 물론 분단이후 처음으로 가진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의의도 있었고, 각종 언론매체에서 쏟아 붓는 화제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직장에서 많은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처럼 이야기했고 심지어 김정일에 대해 호의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비단 내가 다니는 직장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하물며 청소년들의 김정일 팬클럽이 생겨나고 그가 입었던 의상과 선글라스가 유행할 정도였으니…

너무나 평범한 위의 대조적인 두 가지 일을 다소 장황하게 서술하는 이유는,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몇 가지 단초를 제공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문적인 주장이나 전략, 전술 방법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우리가 직장에서 또는 일상생활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풀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짧게 생각해 보려한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평화통일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과 북이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서 평화통일을 이루고 나아가 통일 한국이 번영·발전되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6·15 정상회담 당시 크게 환영하였고 회담 이후 진전될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그러나 대화가 답보상태에 빠지고 우여곡절을 겪는 요즈음에 대해서는 북에 대한 비판보다 남한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는 듯하다. 즉 북의 체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결함과 개혁개방으로 나오지 못하는 김정일 일인독재체제의 허약성에 대해서는 비판의 칼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현대사가 남(南)의 군사정권을 극복하고 민주화를 발전시켜 왔던 역사이고 오늘날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그러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해 왔던 데서 기인한다.

문제는 많은 국민들이 남북관계의 진전과 평화통일을 간절히 바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북에 있다라는 구체적인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 5차 남북장관급회담이 회담 당일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의해 무기 연기된 것에 대해서도 상식에 어긋나며, 국제외교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분노하면서도 ‘원래’그런 사람들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직장인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북한민주화운동의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남한 우월주의에 입각해 북한 문제에 대해 냉소적으로 생각하거나 웃음거리 정도로 치부하는 것을 북한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관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북한의 참담한 현실과 인권문제에 대하여

요즈음 장애인이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며칠 전, 장애인의 날과 관련한 보도를 접하며 소외계층과 인권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많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보편적인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에 대한 의식이 높아진 결과이다.

그런데 북한 인민들의 참담한 현실과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등한시되고 있다. 몇 년 전 북한의 식량문제에 대한 TV보도에 보였던 국민적 관심에 비하면 이상할 정도이다. 그것은 아직도 구체적인 북한의 인권과 참담한 생활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북한이 못먹고 못산다 정도로만 알고있지 가혹한 인권탄압, 비인간적 살육행위 등을 이야기하면 ‘설마 그 곳도 사람사는 곳인데’하고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대개 북한 문제를 기아, 지원의 문제로만 생각하지 인권문제, 체제문제로는 관심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북한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일반인에게 북한의 참담한 생활상과 인권탄압 현실에 대한 생생한 사례를 대중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평화통일을 이루고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국 북한이 그럴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김정일 독재체제)를 제거하는 것이 첩경임을 올바르게 인식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