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씨가 과연 Keys를 볼까? 인터넷을 즐기신다 하니 직접 책으로 받아보진 못해도 혹시 이곳저곳 웹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nknet.org를 들르실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매월 업데이트 되는 Keys를 보게 될지도 모르지. Keys 내용 모두가 김정일씨에게는 가슴이 부글부글 끓는 내용이겠지만 이곳 '김정일 시리즈'는 그 중에도 가장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운' 코너일 것이다.

김정일 시리즈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열 두 번에 걸쳐 김정일 수령독재체제의 허구성과 김정일씨의 기만성, 이중성, 무능함을 풍자해 왔다. 김정일씨에게 붙는 그 화려한 호칭에서부터, 김정일화, 김정일 뱃지, 기쁨조에 대해, 그리고 김정일씨의 영화 취미와 카피라이터적 기질, 궁예와 김정일씨에 대한 비교에 이르기까지 '김정일 시리즈'는 성역을 두지 않고 '인간 김정일'을 파헤쳐 왔다.

심리학이나 역사학, 전쟁학을 전공하는 학자들 중에는 히틀러를 연구하는데 한평생을 바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른바 '히틀러학(學)'이다. 어쩌다 그런 이상한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됐는지, 히틀러가 그런 전쟁광이 되기까지 부모형제나 주위 환경 등 성장과정이 미친 영향, 그리고 선동연설이나 글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성격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히틀러가 인류 역사에 미친 해악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하여튼 그런 식으로라도 인류에게 연구대상이 되어주고 있으니,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얼마나 흥미롭고 고마울(?)쏘냐.

이제 김정일 시리즈는 한 살의 나이를 먹었다. 혹자는 김정일 시리즈를 매월 쓰는데 "소재가 고갈되지 않았느냐"고 묻지만 김정일씨는 너무나도 연구할 부분이 많은 인물이기에 고맙게도 필진에게 끊이지 않은 창조력을 제공해 주고 있다. 김정일씨가 죽은 후에도 아마 '김정일학'이 생길 것은 확실하다. 김정일씨의 행적, 숨은 자료를 찾아 한평생을 뛰어 다니는 학자도 생겨나리라. 이런 측면에서 김정일씨도 정말 흥미진진하고 고마운 인물이 아닐 수 없다.

■ 김우중씨에 대한 짧은 사과

지난 호 Keys 김정일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대우그룹 전회장 김우중씨의 수배전단에 빗대 김정일씨의 죄상과 그 형량이 어느 정도 될지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뒤늦게나마 김우중씨에게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물론 최근 좋지 않은 세간의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지만 그나마 한국경제의 부흥에 기여했던 김우중씨를 희대의 독재자이고 북한 인민들에게 털끝만큼의 기여도 하지 않은 김정일씨와 비교하였기 때문이다.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 낡은 호텔에 머물며 햄버거와 콜라로 연명하고 있다는 김우중씨가 혹시 지난 호 Keys를 보았다면 이 역시 무척이나 섭섭했으리라. 또한 김우중씨는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인신을 구속한 적이 없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을 해고하게 한 경력, 국가경제에 큰 부분을 차지한 대우를 파산하게 한 책임은 있을 지 모르나 수백만의 인민을 굶어 죽게 방치하고 숱한 사람들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무능정치인, 폭군 김정일씨와 그를 비교한다는 게 필진으로선 미안할 따름이다. 아무쪼록 해외에서 마음 고생이 심할 텐데 심신을 추스르고 대한민국 법정에 서길 바란다.

■ 사회주의 형법이 바라본 김정일씨

지난 호에서 우리는 김정일씨의 죄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형법'에 의거해 따져 보았다. 그런데 김우중 수배전단에 나열된 죄목과 비교하다 보니 아직 지적하지 못한 죄목이 너무 많다. 좀 지루하더라도 몇 가지만 더 들춰보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형법은 1987년 2월 5일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결정 제2호로 채택된 법률이다. 총 8장 161조로 이루어졌다. 먼저 1장과 2장은 형법의 기본, 범죄 및 형벌에 대한 일반 규정으로 형법의 총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죄형법정주의, 속지주의와 속인주의, 추급효 금지, 정당방위, 긴급피난, 자구행위, 위법성 인식, 공범, 교사범, 종범, 부작위범, 형벌의 종류와 의의 등 근대 형법의 기본적인 정신을 모두 담고 있다.

지난 호에서도 이야기했듯 김정일씨는 <제3장 반국가범죄>에 먼저 해당한다. 이미 법 위에 김정일씨가 서있고 모든 국가기관과 결정 위에 김정일씨의 지시와 서명이 유일한데 이것이야말로 심각한 반국가 범죄가 아니고 무엇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 헌법 제4조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로동자, 농민, 근로인테리와 모든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되어있다.

<제4장 사회주의경제를 침해하는 범죄>에도 김정일씨는 몽땅 해당된다. 형법 제63조에는 "사람의 생명, 건강에 위험을 주는 폭행, 협박을 하여 국가 및 사회협동단체의 재산을 강도한자는 3년 이상 8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으며, 제70조에는 "허가없이 물건을 다른 나라로 내가거나 우리나라에 들여오는 밀수행위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하며 부당하게 얻은 돈과 물건은 몰수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제72조에는 "인민경제계획을 되는 대로 세우거나 국가계획을 마음대로 고치거나 계획수행정형을 거짓보고 하거나 계획 및 계약 규률을 어기는 행위를 여러 번 하여 인민경제의 정상적인 발전에 큰 혼란을 준 자는 3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김정일씨가 국가 물건을 마치 자기 사유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외국의 초청 인사들에게 '통크게' 베풀고, 제의서 정치에 의해 인민경제계획을 무시하면서 제멋대로 주요 사업들을 수표해 준 것은 모두 형법상 처벌 대상이다. 이러한 김정일씨의 천방지축 정치는 <제6장 국가의 일반행정질서를 침해하는 범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잠깐 곁들이자면 천재적인 군사전략가이며 백승의 명장인 김정일씨가 군에 입대했다는 기록이 없는데,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 군복무를 면제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당한 이유가 없이 군복무를 기피했다면 "제108조 법이 정한 군사복무동원을 기피한자는 2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에도 해당한다. 김정일씨가 구속되면 아마도 북한판 '병역비리수사전담반'이 대대적으로 구성되어야 하리라.

<제7장 사회주의적 공동생활질서를 침해하는 범죄> 제138조에는 또한 "죽을 위험에 처하여 있는 사람을 해당 기관 또는 관계자에게 알려주지 않았거나 자기가 능히 할 수 있는 방조를 주지 않아 그를 죽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여러 가지 문헌에서 확인되고 있듯 인민들이 식량을 구하기 위해 천리를 헤매고, 풀뿌리 나무뿌리로 연명하고 있음을 김정일씨 역시 알고 있었는데도 세계 각지에서 지원한 물자를 인민들에게 분배하지 않고 빼돌린, 그리고 이를 방치한 김정일씨는 분명히 이 조항에도 해당된다.

아리따운 처녀들의 순결을 유린한 기쁨조는 어디에 해당할까. 사회주의 형법 제153조에는 "폭행, 협박하는 방법으로 또는 구원을 받지 못할 상태를 리용하여 녀성을 강간한 자, 15살에 이르지 못한 녀성과 성교한 자는 5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 앞 항의 행위를 여러 녀성에 대하여 하였거나 윤간한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 김정일을 살려달라!

역사상 많은 독재자들이 어떻게 최후를 맞았는지를 우리는 똑똑히 보아왔다. 남한 독재자들의 최후도 우리는 보았다. 그들 중엔 인민봉기로 권좌에서 물러나 가택연금 된 조금 점잖은 대우를 받은 사람에서부터, 외국으로 추방된 자, 혹은 도망간 자도 있었고, 간혹 쿠데타나 저격으로 심장에 총알이 박힌 사람도 있었으며, 때론 공개 방송으로 전 인민이 보는 가운데 처형당한 루마니아의 차우체스쿠 같은 경우도 있다.

김정일씨는 정말 큰 일이다. 일단 그에 대한 판결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법정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형법만으로 따지고 볼 때 그는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분노한 민중이 그를 어떻게 할 지도 모른다. 연구할 가치가 많고 증언할 내용이 많은데 어찌할까나. 정말 구원해주고 싶어도 그렇게 할 방법이 없다. 북한에 민주주의 봉기가 일어난다면 어쩌면 우린 북한 인민들의 흥분된 가슴을 진정시키는 데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할지 모른다. 중요한 연구대상인 김정일씨를 살려달라고. 그 날까지 김정일 시리즈는 김정일씨를 여기저기서 쉬임없이 살펴볼 것이다.

--------------------------------------------------------------------------------

* 북한의 형법을 비롯한 법률은 통일부 홈페이지
http://www.unikorea.net/uninkpds/admin000.htm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