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s' Comment: 한해를 마감하며
올해는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이러한 변화가 북한 인권상황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졌다. 우선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김정일 정권의 북한 내의 주민통제체제에 대해 어떠한 개선의 시도도 없다는 사실이다. 탈북자에 대한 처벌강도가 낮아졌다는 정보도 있으나, 강제수용소의 존재, 어떠한 정치적 비판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 관료적 전횡의 지속 등 억압적 정치구조는 계속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대남 관계 개선정책이 북한의 개혁개방의 시작일 수 있다는 시각이 널리 퍼지면서 북한 내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분야는 물론이고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변화의 내용은 거의 발견되고 있지 않다. 사회주의 체제의 개혁과정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소유관계의 개혁이나 개인의 창의성을 자극할 수 있는 생산물의 처분권 부여 등에 대한 논의도 북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장기간 식량난이 계속되면서 주민들이 생존방법을 익히게 되고, 남한으로부터의 각종 지원으로 인해 아사자가 속출하던 90년대 중후반에 비해 상황이 다소 호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기아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식량배급이 정상화되고 있지 않다. 아울러 공장들 또한 여전히 대부분 가동되지 않아 식량을 살만한 급료를 받을 수도 없다. 결국은 생산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탈북자 안철씨가 98년에 이어 두 번째로 비밀리에 찍어온 북한 장마당의 비참한 모습에서 확인되고 있다.

남한 내에서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은 거의 확산되지 못했다. 역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김정일 정권에 의한 위로부터의 변화에 대해 기대하는 분위기가 퍼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 막연한 반공주의적 시각에서 북한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북한 정권의 대남 정책 변화를 바라보면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게되었다. 이 충격은 반공주의에 대한 반작용으로 북한체제 또는 정권에 대해 우호적으로 보는 것이 시대에 걸맞은 태도라는 역편향을 낳았다. 맹목적인 반공주의도 잘못된 것이지만 김정일 정권의 한 면만을 보고 전체를 속단하는 태도 또한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민주화 주장에 대해 구시대적인 냉전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반공주의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김정일이 공산주의자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또 김정일을 지지하는 북한 주민에 대해 반대하는 것도 아니며, 북한 주민들을 일인독재하의 철저한 무권리와 기아에서 해방시키자는 것이다. 인권과 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시대착오적이라는 의미의 냉전적 발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북한민주화 또는 김정일 정권 반대가 남북관계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타났다. 그러나 민간차원에서 진행하는 북한민주화운동은 남북당국간의 관계개선문제와 그 차원을 달리한다. 김정일 정권이 남한 내에 자신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이유로 남북관계에 소극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부터가 이상하다. 현재 김정일 정권은 북한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도 있는 대남 개방정책을 취할 정도로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독재정권이 자체의 실정으로 인해 갖는 취약성에 대해 남한 내에서 걱정 해줄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남북관계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개성특구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개성특구의 추진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북한의 개방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이로 인한 영향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쉽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북한정세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비록 소규모이지만 이산가족의 상호방문 등의 남북교류 또한 북한의 통제체제에 보이지 않는 부담으로 기능 할 수 있다.

김정일 정권이 대남 관계 개선정책, 엄밀히 말하면 남한에 의존하여 통치위기를 풀어보려는 정책을 채택하면서 북한정세는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되었으며 솔직히 상황이 복잡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변화의 성격을 잘 읽어내고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내야 북한민주화운동의 진전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