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북한 인권 NGO(4): 탈북난민UN청원운동본부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을 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사람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테고 한 측면에서는 다 맞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인간존재는 복잡하고 우리가 앞으로 해명해야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상과 과학 기술의 발전, 이에 따른 사회운영 능력의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조건에서 대체로 합의할 수 있는 근거는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어떤 분들은 잘 성장하고 있는 우주 생명체에 인간이라는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우주 생명체의 리듬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고도로 발전된 생명체를 제외하고 우주생명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엔진 없는 자동차를 얘기하는 것처럼 허망한 것이다. 이러저러한 역사적 경험과 추론에 바탕을 둘 때 인간은 타고난 본능적 요구나 관계의 울타리를 벗어나 의식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공존과 협력을 만들어 가는데 필요한 사회적인 관계를 창조하고, 그것을 인류의 요구에 맞게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존재라는 낙관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존재에 대한 긍정적 판단이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에서 무력해 보인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직은 넘어설 수 없는 많은 과제들은 차치하고라도 기아와 전쟁, 억압과 파괴 등이 상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하고 있지 못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목전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량 기아 사태와 악랄하고도 고의적인 인권유린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를 볼 때, 인류의 보편 이성에 대한 낙관과 함께 현실에서의 참담함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 주민의 현실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과 냉소, 더 나아가 내재적 방법론이니 뭐니 하는 심각한 현실 왜곡,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 우리도 못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는 외국 인사에 대한 악의적인 모략을 대할 때면 도대체 우리에게 보편적인 인간애란 존재하는가, 우리가 직면해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헤쳐나갈 힘은 있는가하는 회의가 밀려온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가 한줄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북한 주민의 참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는 국내외의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있고, 북한 주민과 탈북 난민들의 인권의 개선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단체들이 미약하나마 존재하기 때문이다.

<탈북난민보호 UN청원운동본부(CNKR)>도 그런 국내 단체들 가운데 한 곳이다.

80년대 시국사건 변호를 많이 해서 인권변호사로 알려져 있는 김상철 변호사(기독교회 장로이기도 함)를 본부장으로 하는 이곳은 99년 4월 16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특별기구로 그 첫 출발을 알리고 1,0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당시 많은 참가자들은 전체 국민의 1/5이 넘는 숫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그런 생각이 바뀌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약 1년만인 올해 4월 25일 현재 500만 명을 넘어섰으며 11월 22일 현재 접수된 숫자만 9,315,601명에 달해 애당초 목표인 1,000만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어 그 성과에 모두 놀라고 있다. 기독교인들의 조직력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운동본부에서는 목표 달성 후에도 궁극적인 목표인 탈북자들의 국제법상 난민 지위 인정을 위해서 서명운동을 계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서명운동과 유엔인권 고등판무관 면담, 탈북 귀순자 세미나, 해외 기독교인과의 연대활동 등을 통해 탈북 동포에 대한 국내외적인 관심을 증대시키고 이들을 위한 효과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책을 모색,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250여만 명의 서명서와 2천2백 명에 이르는 탈북자에 대한 현장 실태 조사 보고서를 UN난민 고등판무관에게 전달했고, UN과 한미 양국의회 그리고 세계 각국의 언론으로 하여금 탈북자를 국제법상의 난민으로 보호해야할 당위성을 알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또 99년 10월에는 '탈북 난민의 인권'을 주제로 워크샵을 개최하고 그 성과물로 '탈북난민보호 국제협의회(ICNKR)'를 결성하였다. 이 협의회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메리에드 맥과이어와 유엔공보처 NGO협의회 의장인 에레인 발도프를 공동의장에, 김상철 변호사와 세계아동운동 회장인 피에르 마르샹을 사무총장에 선임하여 국제 협력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탈북난민보호 UN청원운동본부(CNKR)>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8월에도 800만 명 서명 달성과 함께 방한 중인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과 면담을 갖고 탈북자들에 대한 실상을 설명하고 국제 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운동본부는 또 국내에서는 서명운동 외에 소식지인 '탈북난민' 발행과 홈페이지(www.nk-refugees.or.kr)를 운영해 이 운동을 널리 홍보하고 있으며 탈북 귀순자 봉사단을 조직하여 탈북 귀순자를 상대로 한 사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의 통일운동단체와 인권단체, 그리고 정치지도자들의 철저한 무관심과 침묵 속에서 벌이고 있는 <탈북난민보호 UN청원운동본부>의 이러한 활동과 기독교인들의 중국 국경지대에서의 선교활동은 북한 주민들이 수령중심의 봉건 독재 체제와 사상으로부터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데 커다란 희망이 될 것이다. 운동본부의 종교적, 양심적 사명에 입각한 헌신적인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김상철 본부장의 절박한 글을 인용한다.

"우리는 북한 사람들이 300만 명이 넘도록 굶어 죽어 가는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 자신의 안락과 즐거움을 쫓는데 급급한 나머지 저 북한의 압제와 궁핍의 체제가 온전하도록 방조하고 혹은 도와주기까지 한 것은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