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시리즈 7: 아버지의 생일선물(2)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84년작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서 주인공 누들스는 사랑하는 여인 데보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분위기 있는 고급식당을 통째로 빌려버린다. 물론 종업원과 실내악단까지 몽땅. 이러한 구애(求愛)방식이 요즈음의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너무 흔히 써먹어 약간 상투적으로 느껴지지만 개봉 당시만 해도 꽤나 낭만적이고 거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만약 김정일씨가 이 영화를 본다면 ‘가소롭다’고 말하지 않을까.

김정일씨가 통크게 선물주기를 즐긴다는 것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실중 하나이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우리 측의 만찬 테이블에 올라온 송이를 보고 ‘올 가을에는 우리가 보내주겠다’면서 갓 채취한 송이를 비행기에 실어 3톤이나 보낸 것은 최근에 우리 모두가 익히 지켜본 모습이다. 어느 나라 손님이 북한 들쭉술의 맛을 칭찬하니 돌아가는 비행기를 들쭉술로 가득 채워 보냈다든지, 1991년 열린 5000명 대공연 후 참가자 전원에게 일제 소니 컬러 TV를 나눠줬다든지 하는 일화도 이미 유명하다. 자신의 맘에 들면 국가 재산과 인력을 마치 자신의 재물인양 아낌없이 턱턱 쓰는 그의 선물 공세는 그야말로 광폭(廣幅)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김정일씨가 그의 나이 이립(而立)에 대를 이을 아들을 보았으니 그 기쁨이 어찌 하해(河海)에 비할 수 있었으랴.

‘김정일 패밀리’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전혀 없다. 대한민국의 영부인이 방문을 하여도 상대해줄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는 없었다. 다만 최근까지 알려진 정설(定說)로는, 김정일씨의 첫 번째 부인은 60년대 북한 영화계를 주름잡던 트로이카중 하나인 다섯 살 연상의 여인 ‘성혜림’이며 지금의 공식(?) 부인은 김영숙이라는 것이다.

김정일씨는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하나 보았다. 김정일씨의 사랑스런 아들의 이름은 '김정남'. 김정남에 대해서는 14년간 미공개 귀순자로 살아왔던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북한명 이일남)의 수기에 의해 세상에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다. 김정남은 1971년 5월 10일생, 이제 서른살 청년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한영의 수기를 살펴보면 통크고 대담한 아버지를 만난 덕분에 호강하며 보낸 김정남의 유년시절이 우리의 눈과 귀를 놀라게 한다.

"자그마치 백만 달러". 아버지 김정일이 자라나는 아들을 위해 매년 쏟아 부은 생일선물 구입비용이란다. 김정일 관저의 물자를 담당하는 호위사령부 2국 9부에서 매년 일본, 홍콩, 싱가포르,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를 두루 다니며 새롭게 등장한 모든 놀이기구를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는데, 그 중에는 다이아몬드 박힌 시계, 금도금한 장난감 권총까지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장만된 선물을 3백 평쯤 되는 놀이방에 전시해 놓고 이를 하나하나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족히 이틀은 걸렸다니 자신의 통큰 기개를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김정일씨의 독특한 EQ 교육방식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감히 무엄하게도 왕실의 가족사를 발설한 천기누설죄로 김정일씨가 급파한 공작원의 총을 맞고 증언자 이한영씨가 비명횡사해 버렸으니, 이 황당무개한 생일선물의 진실에 대해서는 먼 훗날 김정일씨에게 직접 물어봐야 될 듯 싶다.

김정일씨의 장남 김정남은 여태껏 정치 일선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김정일씨가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받은 최고의 생일선물은 백두산 마루에 정일봉 솟아있고 어쩌고 하는 나라상속문. 나라를 상속해 주는 것이 집안의 내력이고 전통이라면,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물려준 ‘조선’을 김정남은 과연 언제 이어받을까. 김정일씨가 아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줄 최고의 선물이 무엇이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