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이영화 <RENK> 대표가 입수한 난민의 수기
이 수기는 북한의 정부기관에서 일했던 인물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고 한다.
정상회담 이후의 북한 내부 상황의 일단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하여 게재한다.


북조선에서는 상층부에 한정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비밀로 취급되고 있다. 일반 백성은 회담에서 어떠한 문제가 토의되고 무엇이 합의되었는가를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선노동당은 강연회 및 학습회 등으로 "남은 회담에서 양면전술을 사용한다, 불성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회담을 믿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의 선전을 대대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그 때문에 백성은 이번 회담도 내용은 모르고 말의 유희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고, 통일의 전망도 그렇게 밝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상황을 나타내는 데에는 군대도 다르지 않다. 군대에 물자는 배급되고 있지만 그것도 병사들이 배부르게 먹는데는 부족하다보니 군대가 가는 곳이면 도둑질, 강도질로 백성의 비난을 받고 있다.

병사들 속에서도 허약자, 질환자들이 나타나 군 병원에는 이런 환자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군 병원들은 의약품 부족으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강제노동에 내몰리면서 폐인이 되거나 죽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반 백성의 군대를 보는 눈은 복잡하게 되면서 군대를 가리켜 강도군대라고 부르고 있으며 자기 자식을 군대에 보내는 것을 꺼리고 있다.

경제상태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고, 많은 공장과 기업의 상태는 말이 아니다. 큰공장기업소와 중소기업소들이 많은 청진시만 보더라도 근 80~90%가 가동을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설비·부속품 등을 뜯어 팔아먹어서 폐허나 다름없이 되어 있다.

우리 나라 최대의 김책제철소의 실태도 용광로 3기 중 1기가 간신히 돌고 있는데,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소가 이 지경이니 다른 공장기업소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일반 주택의 전기사정은 말이 아니다. 저녁에 2`~3시간 정도 들어오면 많이 들어오는 것이다.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 물고생이 심하다. 청진시의 일부 지역에서는 대다수의 주민이 좌북천의 물을 먹고 있는데, 천의 상류에는 결핵병동과 광산이 있어 그 물이 모두 좌북천으로 흘러들고 있다.

올해 2월 말경 함경남도에서 열차충돌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내가 알기로는 사고의 범위와 인명피해에 있어 세계적인 사고라고 본다. 함경남도에서 평양으로 떠난 여객열차가 역을 출발하여 고개 길에서 정전으로 서게 되었는데, 기관사가 식사하러 간 사이 차가 내려 쏠리면서 역으로 도로 돌아와 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2개의 여객열차와 충돌하였는데 그 사고로 사망자가 3000여명이고 부상자도 부지기수라 한다. 지금 북조선은 경제의 빈궁으로 여러 가지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사고가 일어나면 모두 한국 간첩들의 짓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인민들의 식의주 문제도 말이 아니다. 식량공급은 한 달에 5~10일분을 주는 것으로 살아야 되니 아직도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집이 많다. 이렇게 굶주리는 집에서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돈벌이를 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청진시에서는 김책제철소에서 쓰는 원료, 연료가 아이들의 중요한 돈벌이 수단으로 되고 있다. 아이들이 공장에 들어가 석탄이나 기름을 몰래 내와서는 주민들에게 석탄은 한 바께스에 20~30원씩 팔고 기름은 1Kg 당 15~25원씩 팔아 돈을 벌고 있다. 이런 아이들의 평균 나이는 13~16살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교원들이 상관하지 않고 있다. 30~40명의 학생 중에 많게는 20명 적게는 10명 정도가 등교하지 않는다. 교원들도 자신의 생활이 어려우니 학급 아이들의 일에 관심을 둘 형편이 못된다.

농사 형편도 말이 아니다. 올해 7월 중순까지의 농사 형편을 보아도 비료 부족과 가뭄으로 농사가 잘 되지 않았으며, 특히 올해에는 위에서 감자를 심으라고 해서 감자를 많이 심었는데 7월 중순에 수확을 해보니 완전히 망하다 싶게 되었다.

작년에는 함경북도의 농장에서 밭 면적의 30%에 아편을 심었다. 1정보에서 옥수수 수확량은 6~7톤 정도라고 보면, 아편을 1정보 심으면 아편 진으로 3Kg 정도 나온다고 한다. 이 정도의 양이면 옥수수의 수 십배의 이익을 남긴다.

이렇게 북조선에서는 국가의 합법적인 승인 아래 마약이 재배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죽던가 살던가는 상관없이 이익만 올리면 된다는 것이 현재 북조선의 실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