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시리즈 6: 아버지의 생일선물(1)
머리맡에 놓아둔 새 운동화 한 켤레, 혹은 예쁜 인형이나 장난감, 노트나 필기구..... 우리가 자라오면서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날에 아버지로부터 받았음직한 선물들이다. 우리네 아버지들은 감정표현에 좀 익숙하지 못한 편이셨던 것 같다. 그러나 언제나 무뚝뚝하셨던 당신들께서도 자식의 생일날엔 약주 한 잔 드시고 벌개지신 얼굴로 집안에 들어서시면서 한 손에는 어린 녀석의 생일선물을 들고 오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젊은 시절에는 항일투쟁에 여념이 없었고 해방 후에는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 책임비서,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상 등 늘 국가를 위한 일에 바빴던 아버지 김일성으로부터 소년 김정일이 어떠한 선물을 받으며 자라왔는지는 아직까지 별로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그러나 김정일의 나이 지명(知命)이 되어서야 아버지로부터 큼직한 선물 하나를 받았으니, 그것이 바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김정일 송시(頌詩)’다.

白頭山頂 正日峰 小白水河 碧溪流
光明星誕 五十周 皆贊文武 忠備
萬民稱頌 齊同心 歡呼聲高 震地

백두산 마루에 정일봉 솟아있고 소백수 푸른물은 굽이쳐 흐르누나
광명성 탄생하여 어느덧 50돐인가 문무충효 겸비하니 모두다 우러르네
만민이 칭송하는 그 마음 한결같아 우렁찬 환호소리 하늘땅을 뒤흔든다.

이 시는 1992년 아들 김정일의 생일 선물로 김일성이 직접 써서 선사한 한시(漢詩)로, 1992년 4월 47일 노동신문에 한글 해설과 함께 게재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아들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칭송의 마음을 담아 고령의 나이에 의복 정갈히 하고 정성스레 먹을 갈아 한 자 한 자 붓을 놀렸을 부정(父情)을 생각하니 절로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 작품(?)이 공개된 이후 북에서 ‘인류문화사에 특기할 시대의 기념비적 명작’이라고 한 소개가 결코 허황된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자신은 이제 왕(王)에서 상왕(上王)으로 명예퇴직할 것이니 ‘자, 이제 이 나라는 완전히 니꺼다, 세상을 다 가져라' 하는 아버지의 공개적인 ‘나라 상속문’에 세자의 마음 또한 얼마나 뜨거웠으랴. 대학을 졸업한 1964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중앙지도과 지도원 근무를 시작으로 정계에 등장하여, 아버지의 권좌 옆에서 착실히 국가운영의 수업을 쌓아온 지 어언 30년. 노쇠한 아버지는 자신이 물러나야 할 때를 잘 알고 아름다운 은퇴를 단행하신 것이다.

이 감격의 송시를 인민들과 함께 하고 싶었으니, 이를 위해 노동당출판사에서는 ▷ 푸른색 문양에 테두리를 하고 아랫단에는 백두산과 정일봉을 도안해 놓고 가운데에는 흰 바탕에 김일성이 친필로 쓴 송시의 원문과 한글 뜻풀이를 새겨 넣은 일반 가정용 ▷ 벽면에 쉽게 늘어뜨릴 수 있게 대형으로 만든 사무실이나 공공장소용 등의 족자를 제작·배포하였다 한다(자료출처 : [북한용어 300선집], 내외통신사, 1993년).

감격스런 이 족자를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 놓고 쭈욱 원샷을 들이켰을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그러나 이러한 아버지 김일성의 지극한 자식사랑도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의 아들 정남에 대한 광폭(廣幅)한(?) 사랑에 비할 수 있으랴!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