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남북관계 개선 반대론에 대하여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해 여러 갈래의 논의가 활발하다. 속도의 완급문제를 비롯하여 탈북자, 국군포로 송환이 안 되는 것과 관련하여 당국의 협상능력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있다. 북한의 정책이 어느 정도 변화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도 주요 쟁점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대북협상 자체를 반대하는 주장도 제기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YS와 이철승(李哲承)씨가 이 주장의 대표적인 발언자이다. YS는 최근 <자유수호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를 만들어 김정일위원장의 방한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역시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총재 또한 “역대 대통령의 경우에는 안보문제만은 믿을 만했는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안보를 사실상 해체한 상태이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이들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맹목적인 반공주의 또는 사적인 감정의 연장으로 일축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한 어떠한 주장이라도 검토의 가치는 있다는 포용적 태도를 가지고 고려해보자.

김정일위원장의 방한 반대, 즉 제2의 남북정상회담 반대로 집약되는 이들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 한반도 통일대통령을 꿈꾸는 김정일이 한국을 방문하여 환영을 받고 가면 수백만의 희생으로 지켜냈던 대한민국의 가치관은 무너질 것 -

YS 주도의 단체가 낸 신문광고문 중의 일부이다. 김정일위원장이 방한하여 남한주민들의 환영을 받게되면 반공(대한민국의 가치관)이라는 신념이 무력화 될 것이고, 이는 안보상의 무장해제를 가져올 우려가 크다는 것이 이들이 주로 경계하는 논거이다.

이 주장은 적대관계에 있는 쌍방이 관계개선을 해 가는 과정에서 흔히 나올 수 있는 견해이며, 구체적으로는 아직 북한의 변화(특히 대남적화전략)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김위원장 방한과 같은 남북관계의 한 단계 진전시도는 위험하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즉, 남북관계는 현 단계에서 상당기간 묶어두거나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 특히 김정일위원장이 개혁개방으로 확실하게 정책전환을 했는지에 대해 아직은 그렇다고 확신할만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사실이다. 우선 사정이 급해서 계속 손을 내밀어온 남한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고육책을 쓰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상황에따라서는 원점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현재까지는 주민통제와 같은 대내정책에 있어서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거로의 복귀가 용이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예측도 하나의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아직은 모든 상황이 유동적일 뿐이다. 그렇다면 남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지레 소극성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한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체제불안정 등을 우려하여 남북관계의 진전에 명백히 소극적이 된다면 그때 가서 적절한 대책을 취할 일이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대북 안보의식이 약화되기 때문에 불확실한 상황에서 관계진전을 지속하면 우리만 손해를 본다는 우려 또한 의미는 있으나, 현재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할 대목으로 판단된다. 한미연합전력이 북한에 비해 우위에 있으며, 아직 군축과 같은 본격적인 군사논의가 없는 만큼 안보불안을 앞세워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을 반대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주장이 국민다수에게 안보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낡은 반공주의로 간주된다는 현실도 고려해야한다.

북한의 현실, 특히 주민들의 인권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있는 사람들은, 현재 당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불만 또는 아쉬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그것이 김정일위원장의 주도 아래 진행된다고 해도)의 진전은 그 자체가 의미가 크며,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민주화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민주화는 남북화해와는 차원이 다른 과제인 만큼 남북관계의 기류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야 할 것이다. 다만 남북관계의 기류는 북한민주화운동에서 고려해야할 중요한 환경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전술적 탄력성을 잘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