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의 북한 인권 NGO(1): 북한민주화의 첨병

- 탈북자동지회 (http://www.nkd.or.kr)


탈북자동지회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순간, 왠지 촌스런 느낌부터 들었다. 마치 어색한 북한 삐라를 보는 듯한. 그제서야 이곳이 탈북자들의 홈페이지란 실감이 들었다. 하긴 탈북자 중에 웹디자인 제대로 배워서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심해진 90년대 이후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아직까지는 그냥 사회에 적응해 가며 살기도 바쁠듯하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여느 북한관련 연구소에서도 볼 수 없는 생생하고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다. 북한관련 연구소나 관련서적 중 상당수가 허공에 붕 뜬 경우가 많다. 물론 북한에 직접 가서 조사할 수가 없어 공식적으로 접할 수 있는 자료만 가지고 연구를 하니 불가피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광범위한 계층의 탈북자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북한의 공식 선전물에만 매달리는 연구는 북한을 제대로 파악조차 할 수 없다. 북한과 같이 대외적인 선전과 그 실상이 다른 사회는 더더욱 그 진실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한 배전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탈북자동지회의 홈페이지는 탈북자동지회 소개, 알림방, 회보 『민족통일』이 그 내용의 전부이다. 탈북자동지회는 남한 내의 탈북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안착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크게는 중국 동북지방의 탈북자들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내외의 사람들, 인권단체들과 협력하여 도와주는 일과 탈북자들만이 아니라 남한사회에 북한문제와 관련되어 올바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업은 회보 『민족통일』을 통해서 주로 이루어진다.

탈북자동지회 홈페이지의 주요 내용도 사실상은 회보 『민족통일』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민족통일』지 역시 탈북자들이 만들어서인지 문체나 논리전개에서 약간은 어색하다(실제 회보를 보면 더욱 어색하다). 그러나 내용만큼은 그 어느 북한관련 잡지보다도 알차고 훌륭하다. 특히 북한 최고의 이론가인 황장엽씨가 명예회장으로 있고, 일반 주민출신에서부터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탈북자동지회를 구성하고 있어 높은 이론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일반주민들의 실생활까지 고르게 다루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그 후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도 드러났지만 북한은 사실상 김정일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사회이다. 얼마 전 남북장관급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박재규 통일부장관이 먼 길을 기차로 달려가 김정일과 만나서야 문제가 풀린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김정일을 아는 것이 북한문제의 방향을 아는 데서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다. 이런 점에서 탈북자동지회가 가지는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족통일』 또한 김정일과 수령절대주의에 대한 글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1999년 6월호에 창간한 『민족통일』은 지금까지 한 달도 쉬지않고 16호가 나왔다. 주요 내용은 최근 정세 해설,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비판,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각 분야의 모습, 탈북자들의 수기, 시, 북한에서 유행하는 만담, 국내 탈북자들의 동향 등을 다루고 있다. 북한문제와 그 해결에 관심이 있고, 특히 북한 주민들의 생각과 사는 모습을 알고 싶은 사람이나 연구자들에게는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탈북자동지회는 김정일 수령절대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 고통받고 있는 북한동포들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입장을 지금까지 견지해왔다. 그렇다면 이들은 최근의 남북정상회담과 변화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의 『민족통일』지를 통해 이들의 심정을 살펴보자.

우선,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김정일에 대한 탈북자동지회의 시각은 조금은 들뜬 남한사회와의 시각과는 다르다. 먼저 대남관계에서 김정일의 달라진 행동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환영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남쪽 일반의 분석과는 틀리다. 남쪽의 일반적인 평가는 남한의 햇볕정책의 성공이라고 말하지만 탈북자동지회는 "북한이 지금까지 최악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외부의 원조가 큰 힘이 되었다. 이제 와서는 외부의 원조, 특히 한국의 원조가 수령절대주의 체제 유지의 사활적인 의의를 가진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바로 여기에 김정일의 변화의 원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리고 남한 사람들이 가장 충격을 받았던 남북정상회담 당시의 통이 큰 모습에 대해서도 "'21세기의 태양'의 명분과 체면을 세우자면 도도한 기세를 더욱 높여 원조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원조를 너그럽게 받아준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며 북한 내부를 의식한 모습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모습만 가지고서는 현재의 변화된 대남정책이 변함없이 지속될지, 특히 북한 대내정책의 개선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대내정책의 변화없이는 김정일이 진정으로 변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탈북자동지회에서 제기하는 북한의 대내정책 변화의 기준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이다.

- 수령에 대한 개인우상화의 부당성을 비판하고 동상과 사적비 등 전국을 뒤덮고 있는 우상화 건설물을 제거한다.
- 특별정치수용소인 통제구역을 공개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한다.
- 선거에서 복수제를 도입하고 인민들이 자기의 대표를 자유롭게 선거할 수 있게 한다.
- 간부들의 선발배치에서 계급적 성분에 의한 제도를 폐지한다.
- 지금 청년들이 13년간 군대에 복무하는 것을 2∼3년으로 줄인다.
-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고 생화학 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한다.

이러한 기준에 입각해서 본다면 북한의 현재의 변화는 어느 지점쯤에 와 있는 것일까?

북한민주화운동의 주체는 북한주민들이다. 아무리 밖에서 북한민주화를 떠들어도 내부의 북한주민들이 각성하고 일어서지 않으면 헛수고인 셈이다. 그러나 열악한 북한 내부의 상황에서 북한주민들이 조직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에 대해서 비판하게 되면 자신만이 아니라 그 일가족이 죽거나 독재대상구역으로 끌려가는 것이 현실이다. 비록 식량난으로 체제이완이 부분적으로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독재기구들의 조직은 막강하기만 하다. 이런 점에서 누구보다도 북한을 잘 알고 있는 탈북자들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와 민주주의사회의 자유를 다 같이 느낀 이들이야말로 북한체제의 허위와 기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남쪽의 안녕을 위해 부분적인 화해를 바라는 남한 사람들보다도 자신들의 부모형제와 이웃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북한민주화를 갈망하고 있고 남한사람들과 북한주민들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탈북자동지회의 더욱 적극적인 활동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