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북한 정치범수용소 연재를 시작하며
얼마 전 이른바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송되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들의 송환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지하였다. 이것은 그들의 대부분이 남파간첩이거나 빨치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감옥에서 고생한 것을 감안한 것이기도 하고, 이제는 북으로부터의 체제위협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자신감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송환된 비전향 장기수들은 북쪽에서 떠들썩하게 환영을 받았고, 이들은 김정일에 대한 충성의 맹세로 화답하였다.

그런데 정작 이들의 귀향을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겉으로 보여지는 대대적인 환영행사에도 불구하고 일반 북한 주민들의 속마음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지난 이인모 노인의 송환 당시에도 북한사회는 겉으로는 환영행사로 인해 떠들썩했다. 그러나 그 이후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증언은 전혀 엉뚱했다. '아니, 남한의 감옥은 대체 어떤 곳이기에 수십 년 동안 갇혀있던 사람이 살아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였다. 이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그 중에서도 완전통제구역)에서 경비대원으로 근무하다 탈북한 안명철씨의 수기 『그들이 울고있다』에서도 이러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인모가 이송된 후에 만들어진 북한의 현재 최고의 영화 「민족과 운명」의 속편 12~14부 이인모 편은 우습기 그지없었다. 이인모의 감옥살이를 담은 이 영화는 이인모가 감옥 안에서 혹독한 굶주림과 뭇매로 인해 다리가 불구가 되고 폐인이 되었고 배고픔에 쥐를 잡아먹는 장면을 담았다. 이것을 보던 경비대원 모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43년간 옥살이를 했으면 응당 시체가 되어야 할 사람이 산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수용소(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는 43년은 고사하고 3개월 간 구류장 생활을 하고 나면 사람은 완전 폐인이 되어 출소 후 5∼6개월 이내에 죽고 만다. 그리고 배고픔에 쥐를 잡아먹는 장면은 사람이 연기를 하면서 쥐를 먹는데 사람이 배가 고프면 연기는 고사하고 닥치는 대로 입안에 넣기 바쁜데 우습기 그지없었다." - 『그들이 울고 있다』 107p

어떤 탈북자들은 임수경씨가 방북 후 귀환하여 체포되자 남한의 감옥에서 단식투쟁도 하고, 임수경씨의 부모가 청와대와 여기저기에 탄원서를 냈다는 방송을 보고 그녀의 방북 못지않게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아니 왜 임수경의 부모들은 감옥에 가지 않았는가?' 이것 역시 이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야 한다. '아니 그렇다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대체 어떤 곳이란 말인가!'

Keys에서는 북한 정치범수용소(북에서는 '독재대상구역'이라 부른다)에 수감되었거나 경비대원으로 있다 탈북한 사람들의 증언을 토대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연재할 예정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에 대해선 90년대 초반까지는 잘 알 수 없었다. 이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혁명화구역)에서 석방된 후 탈북한 강철환, 안혁씨와 이들과는 반대로 정치범수용소(완전통제구역)에서 경비대원으로 있다가 1995년 탈북한 안명철씨의 증언으로 그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93년부터 98년까지 완전통제구역에 수감된 후 탈출하여 1999년 10월 한국으로 온 김용씨가 있다. 특히 석방 후 탈출한 강철환, 안혁씨와는 달리 김용씨는 그 누구도 탈출이 불가능하다던 정치범수용소, 그것도 완전통제구역에서 탈출한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이들 4명은 사실 정치범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출신배경과 성장과정,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이유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은 전부 북한체제(김일성, 김정일)에 충성을 다했던 사람들이고 그 집안 또한 일반 주민들보다 괜찮았던, 속된 말로 잘나갔던 집안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강철환씨의 집안은 일본 조총련 내에서도 상당한 고위직이고 거액의 헌금(사실상 전 재산)을 내고 북송선을 탄 이른바 귀국자 집안 출신이고, 안혁씨의 경우는 아버지가 간부인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나 학생시절에도 남들로서는 엄두도 못 낼 오리털 파카를 입고 다녔고, 김용씨는 북한 내에서도 가장 막강한 국가안전보위부의 중좌(중령) 출신으로 산하 외화벌이사업소에서 근무하면서 최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닐 정도로 인정을 받으면서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죄로 정치범수용소에 간 이들은 그곳에서 진짜 정치범이 되어 결국은 탈북하게 되고 만다.

강철환씨는 조총련 내부의 누군가가 누명을 씌워 할아버지가 사실상 숙청 당하자 일가족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었고, 안혁씨는 친구들과 백두산 근처로 놀러갔다가 중국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 더욱이 안혁씨는 중국에 잠깐 구경 갔다 온 후 아무래도 문제가 될 것 같아 근처 국가보위부에 중국에 갔다왔다고 자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간첩으로 몰려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었다. 김용씨의 경우는 더 기구하다고 할 수 있다. 김용씨는 인민군 장교로 잘 살고 있다가 친어머니가 나타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자신의 출생신분을 전쟁고아로 알고 있었으나, 실은 자신의 아버지가 미국의 스파이라는 죄로 총살당한 반역집안 출신이란 것을 알고 친척들과 뇌물을 동원해 호적을 위조하였다. 호적을 위조한 후 출신성분이 더 좋아져 국가안전보위부에 들어간 김용씨는 그러나 평양 주민들의 호적정리에서 호적위조가 드러나 결국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고 만 것이다.

국제사회가 한 나라의 인권상황을 파악할 때, 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그 나라의 감옥이다. 특히 정치범들을 어떻게 대우하는 지를 중요하게 본다. 이것은 정치범수용소와 감옥에 한 나라의 인권상황이 압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살펴보면 북한 사회 전체의 인권을 가늠할 수 있다. 전반적인 인권 개선을 위해서도 정치범수용소의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북한은 현재 공식적으로 정치범수용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어느 사회든 자신의 아픈 곳을 감추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미 강철환씨와 안혁, 안명철씨와 김용씨의 증언으로 그 실태와 죄상이 낱낱이 밝혀졌다. 그러나 남북화해의 분위기와 남한 국민들의 철저한 무관심으로 정치범수용소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오가와 하루히사 일본 동경대 교수는 사람들이 정치범수용소에 무관심한 이유 중에 그들이 증언하고 있는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이 너무나 끔찍하여 오히려 잘 믿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인권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권선진국들에서는 아직 이들의 증언이 번역되지 않아 그 구체적 참상을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불행히도 강철환(『대왕의 제전』), 안혁(『요덕리스트』), 안명철(『그들이 울고있다』)씨의 저서들은 현재 절판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또 아직도 2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들이 한 증언이 우리 사회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 이대로 사라져서는 안 될 것이다.

Keys는 앞으로 이들의 증언을 최대한 되살려 죄없이 죽어간 정치범들의 원혼을 위무하고 지금도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하루빨리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다음 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