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북한의 개성 개방의 의미
1. 개성 선택의 의미

지난 8월 정몽헌 현대 아산이사회 회장과 강종훈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서기장이 개성 경제·관광특구에 대한 합의서에 서명하면서 북한의 개성 개방정책이 가시화되었다. 이미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를 포함한 부지조사단이 개성지역을 현지답사중이며 측량작업을 시작으로 공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매우 빠른 행보로 개성공단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개성이 갖는 의미는 북한이 개방정책의 파트너로 남한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 경제개방정책이란 결국 외자유치를 의미하는 만큼 투자할 파트너가 필수적인데, 개성은 그 지리적인 조건으로 볼 때 철저히 남한을 고려하여 선택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점에 대해 한 정부당국자는 "북한의 개성 경제특구 구상은 이곳이 북한에서 관리하기 쉬운 지역인데다 남한에서 가깝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면서 "외국인 투자가 자유로운 중국의 경제특구와 달리 북한은 개성특구에 일차적으로 남쪽 기업인의 투자만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북한이 경제개방을 추진하더라도 과연 투자유치가 가능한가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인프라가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당장에 이윤이 나지 않을 뿐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북한의 교통, 전기, 통신 등의 인프라 구축에 우선 투자하는 것을 감수할 외국기업을 찾기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조건에서는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나설 수 있는 남한만이 북한 경제개방정책의 파트너로 가능하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개성을 특구로 지정하였다는 것은 단순한 제스츄어가 아니라 실제로 개방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특구로 개성의 이점은 대단히 많다. 서울과의 거리가 78㎞에 불과한 점, 오는 9월 개통되는 경의선의 북한 첫 기착지인 점이 높이 평가된다. 중국의 선전(深土川)이 홍콩을 배후로 성장한 특구라는 점에서 개성은 서울을 배후로 클 수 있는 특구라는 게 북측의 계산인 셈이다. 또한 남한의 인프라를 우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북측과 현대가 공단부지로 합의한 개성은 당초 거론됐던 해주에 비해 입지조건이 월등하다는 게 정부의 견해다. 해주는 군사요충지이기 때문에 북측이 개방을 꺼리는 점 이외에도 인프라 부족으로 개성보다 초기투자 부담이 많은 게 흠이었다. 인근의 해주항도 개보수 비용이 막대해 물류 여건이 좋지 않다.

이에 반해 개성은 이미 남한의 전력을 끌어다 쓰는 논의가 되고 있으며, 항만도 인천항을 이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철도연결은 작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개성 내의 도로와 통신문제만 해결하면(현대는 시내외 전화망 설치운영사업을 조기에 실시키로 북한과 합의했다) 공장건설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추세대로 남한의 인프라에 의존하고 남한 기업의 투자에 의해 개성 특구가 만들어진다면, 개성은 사실상 북한 속의 남한 비슷한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2시간이면 개성에 닿을 수 있으며, 남한에서 송출한 TV방송을 볼 수 있으니 이러한 표현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 북한의 정책전환

현대측은 개성공단을 중국 개혁개방정책의 상징인 선전의 완전개방식 경제특구로 만든다는 전략으로 2000만평 규모의 공단조성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 선전 모델이 현대를 비롯한 남한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입장은 무엇일까? 그 동안 북한의 개방노선 추진여부에 대해 그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는 견해는 북한의 개방은 북한의 경제발전에 획기적인 계기는 되겠지만 북한정치의 불안정을 가져오리라고 보았다. 마치 소련 고르바쵸프의 정책전환이 소련붕괴를 촉진시켰던 것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우려하는 북한정권은 쉽사리 개방정책을 채택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개성을 특구로 정하면서 정책전환을 시도하는 북한정권은 정치 불안정(자유의 물결로부터의 도전)에 대해 어떤 대안을 준비하였을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베이징 북중 정상회담(5.29)때, 특히 선전이 경제특구로 설정된 후 컴퓨터 첨단 기지로 발전한 데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 사실로 볼 때 적어도 수개월 전에 특구 방식의 경제개방에 대해 결심이 섰을 것이며, 이때 그 부작용에 대한 대책도 구상되었을 것이다.

우선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 개성을 철저히 북한내의 고립된 섬처럼 관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이 선전을 개방의 거점 또는 모델로 삼아 이를 확대시키는 전략을 쓴 것과 달리, 북한은 개방의 효과를 개성에 국한시키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개성을 특구로 정하면서 명백히 개방정책을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방정책이 어떤 수준에서 진행될 지에 대해서는 개성 이후의 상황에 대해 시간을 두고 지켜보아야만 명확해질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정권이 개성을 출발로 보느냐 아니면 끝으로 보느냐이다.

개성은 현재 인구 35만 명이 살고 있는데 2000만평의 공단이 조성되면 그 노동력 수요로 인해 대폭적인 인구 유입이 예상된다. 그리고 중국 노동자의 임금수준인 월 5만원을 기준으로 북한노동자의 임금이 지불되더라도, 이는 북한주민 일반의 소득에 비해 엄청난 수준이 된다. 결국 개성특구 주민은 북한 내에서는 특수한 집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양상이 북한 내에서 어떻게 조정되고 관리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북한이 새로운 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의 한 언론에서는 북한의 개성 개방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대의 도박'이라고 표현 한 바 있는데 개성 개방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여하튼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개성의 개방은 그 출로가 보이지 않던 북한경제의 파탄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