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정치범수용소의 '사람들'을 생각하며
일본에서 북한 강제수용소(정치범수용소)를 연구하고 있는 오가와 하루히사 동경대 교수는 북한에 강제수용소가 설치된 지 35년이나 지났고, 그곳에서 생활한 사람들의 수기도 여러 차례 출판되었는데 그 참상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고 있는 이유를 다음 일곱 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이 사실이 외부세계에 새어나가는 것을 극구 막아온 점, 둘째는 경험담이 영어로 출판되지 않아 인권의식이 높은 서구인들이 이를 모르고 있는 점, 셋째는 수기에 쓰여진 사실이 너무도 끔찍하여 쉽게 믿어지지 않는 점, 넷째는 남북대치 상황에서 한국의 정보당국의 개입에 의한 사실 조작으로 보는 점, 다섯째는 북이 사회주의를 내세우다보니 사회주의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환상을 갖고 있는 점, 여섯째는 북한이 이중기준을 적용해 81년에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한 점, 일곱째는 북한이 건국 초기부터 지금처럼 끔찍한 사회는 아니었다는 점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정치범수용소를 연구해온 학자답게 다각적인 측면에서 잘 분석해 놓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동족인 한국민들은 왜 이러한 사실을 믿지 않을까요? 위의 이유들이 대체로 적용되리라고 보지만 제가 감히 여기에 하나 덧붙인다면 그것은 알려고 하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직접 체험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유추하고 비교하고 뒤집어보는 등의 독자적인 능력을 가졌는데, 이런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이지요.

강철환, 안혁, 안명철씨 등의 수용소 출신자들과 수용소 경비병 출신들의 증언들에 이어 최근에 탈북한 김용씨 등이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인간 이하의 끔찍한 실태에 대해 많은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의 증언보다도 더욱 극단적인 증언들이 또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른바 지하수용소에 관한 증언입니다. 지하 100m 깊이의 금광에서 발에 족쇄를 찬 채 일하고 있는 수용자들에 관한 것입니다. 이들은 강제노동이 끝나도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지하 300m 지점의 숙사에서 먹고 자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이들을 짐승에 비교하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이 되고 맙니다(김정연 저, 『평양여자』, 1995년, 고려서적 발간 - 오가와 하루히사 교수의 글에서 인용). 21세기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말조차 낮 뜨거운 것으로 변해 버립니다.

Keys는 이번 호부터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글을 연재합니다. 이는 자칫 남북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잊혀지기 쉬운 북한의 민중을, 그들 중에서도 가장 잔혹한 처지에서 하루하루를 살다가 세상으로부터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을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또한 과거 히틀러가 자행한 아우슈비츠의 학살에 못지 않은 이와 같은 악랄한 범죄행위가 반드시 만천하에 밝혀져 끔찍한 만행이 조금이라도 일찍 종식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이 이러한 날을 하루라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