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ement: 남북정상회담에 부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성명서"


남북정상회담이 막을 내리고 온 사회가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의 희망에 들뜬 지금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어느 부분에서도 460명이 넘는 납북자들의 귀환문제가 거론된 징후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상회담 이후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심지어 이 문제를 ‘잘 풀려가고 있는' 남북대화의 귀찮은 걸림돌로 치부하는 분위기조차 감지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가 남북관계에서 북한측 태도변화의 진위를 판단하는 시금석일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의 도덕성과 정당성을 규정하는 본질적 문제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호소한다. 당신이 진정 국제사회의 기대대로 개혁과 개방의 길로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면 무엇보다 먼저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납북된 사람들을 돌려보내야 한다. 납치와 강제억류는 명백히 국제법상의 범죄행위이자 용납될 수 없는 인권유린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이들을 송환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국가로서의 정당성을 가질 수 없으며 일개 범죄집단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에 호소한다. 정상회담 이후의 각급 후속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공식의제로 삼고 이들의 귀환을 반드시 관철시켜라. 혹시라도 ‘민족화해’니 ‘통일’이니 하는 거창한 명분으로 이들의 희생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국가적 명분 아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보는 반민주적 논리이며, 국민의 생명과 인권 보호를 핵심원칙으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헌법정신을 몰각한 행위로 비판받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또한 양심적인 지식인과 시민들에게도 호소한다. 납북자 귀환문제는 민주국가의 이념적 근본원칙을 지키는 문제이지 정치적 신조에 따라 입장이 갈리거나 국가적 명분아래 배제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맹목적 반공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민주주의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원칙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 각계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이들의 귀환운동에 함께 하기를 호소한다.

‘국가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국민 가운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희생되어도 용인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파시즘으로 통한다. 이는 20세기 여러 나라의 역사가 가르쳐주는 준엄한 진실이다. 우리가 민주주의의 근본원칙을 버리고 '민족통일'을 추구한다 한들 그것이 남과 북에 거주하는 7000만의 사람들에게 무슨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이런 견지에서 납북자들의 귀환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으며, 각계 각층과 연대하여 이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000년 6월 27일

납북자 가족모임, 납북자 귀환을 위한 시민연대 추진위원회


우리의 요구

1. 북한 당국은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납북자들을 즉각 송환하라.

2. 한국정부는 남북적십자회담및 정상회담 후속조치에서 납북자 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채택하라.

3. 정부기관은 한국정부가 인정한 납북자 454명에 대한 생사확인을 실시하라.

4. 815 이산가족 상봉단에 납북자가족들도 포함시켜라

5. 정부는 납북자가족 및 귀환 납북자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라.

6. 남한정부의 희생양이 된 동진호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라

7. 남북정상은 정치의 논리에 얽매이지 말고 납북자와 관련하여 인도주의적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2000년 6월 27 일
납북자가족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