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통신: 보위부 지하감옥 체험자의 증언(2)
1996년 5월 탈북하여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강재성(가명 34)씨와의 약 3시간에 걸친 인터뷰를 2회에 걸쳐 분재한다. 강씨는 탈북하여 거처를 마련한 후 약 10여 차례 북한에 넘나들며 거의 모든 가족을 중국으로 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3번에 걸쳐 체포되어 국가보위부 감옥에 수감된다. 그는 이 인터뷰를 통해서 약 2년 동안 그가 겪은 경험을 증언하고 있다. 2000년 2월 20일 이루어졌다.

채록자는 그의 증언에 대해서 (1)가족들과 함께 안정된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차분한 감정상태에서 이루어졌고, (2) 채록자와 10여 차례의 만남을 가진 후에 신뢰를 확인하고 인터뷰에 응했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대단히 높다고 설명한다. (3)또한 채록자는 사실 여부에 대해 진지하게 탐색하면서 인터뷰했다. (4)인터뷰는 녹음되었다.
지난호에 이어 2회분을 싣는다.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 비극

- 그러면 그 공개처형 당한 가족들은 어떻게 됩니까?

“수용소에 가거나 또 산골로 추방당합니다. 그러니까 세상 구경을 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 그래요. 그러면 그 처형하는 거 말고 죄질이 아주 악한 사람은 생체실험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 얘긴 들어봤어요?

“그 안에서 공개처형할 사정이 안되는 사람들은 비밀리에 죽이는데, 이런 일이 있습니다. 훈련소에서, 가령 태권도 훈련을 할 때 급소를 찌르는 훈련을 직접 그 사람들에게 하게 합니다. 함경북도 은성군(이전의 청송군)에 가게 되면 보위부 비밀기지가 있는데 여기서 그런 일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 그런 소문이 있다는 말이죠?

“소문이 아니라 그런데서 나온 사람들이 어디를 몇 번 가격하니까 얼마 만에 죽더라는 얘기를 나와서 하니까 그걸로 사람들이 짐작할 수 있는 겁니다.”

- 태권도를 직접한 사람이 나와서 그런 얘기를 하는걸 들었단 말입니까?

“예”

- 그래요. 그리고 식량사정이 아주 안 좋았을 때 인육을 먹었다는 얘기가 많이 있던데... 그건 얘기하기가 힘들면 하지 마시고....

“괜찮습니다. 괜찮은데... 사람이, 인간이 자기 본색을 잃고 사람고기를 먹는다는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 옆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사람이 하도 살기가 바쁘고 하니까 옆집 아이를 잡아서 먹은 이런 비참한 현실이... 우린 이런 일을 다 목격해보고...”

- 몇 년도 일입니까?

"97년도입니다.”

- 다른 지역에서도 그런 사실을 들은 적 있습니까?

“그런 건 뭐 어디나 없이 많습니다. 사람을 죽여서는 장바닥에 나가서 돼지고기라고 속여 장사를 하다가 총살되는 사람들... 내가 ○○에 갔을 때 8명을 공개처형하는데 5명이 살인범죄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4명은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죄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건... 북조선땅 어느 곳이든 그런 일이 없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 한번은 세 살 난 어린아이가 배가 고파서 울고 있는데 먹일 것은 없고... 그래서 엄마가 부지깽이로 울지말라고 한 때 때렸는데 그걸 맞고 애기가 죽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생각하길 우리가 죽이자고 해서 죽인 것도 아니고 한 대 맞고 죽은 건데... 해서 불 때고 있던 아궁이에 태워서 증거를 없애려고 했습니다. 동네에 나가 술 두 병을 사와서 마시고 술김에 태웠는데 술기운이 오르자 살이 익어 고기냄새가 맛있게 느껴지고... 그걸 먹었다고 합니다.”

- 그건 언제 어디서?

"96년도 ○○입니다.”

-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아니면?

“이건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고 거기서 본 사람이 한 얘기입니다. 내가 이런 일이 있었다 하니까 우리 마을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다 하면서 얘기 중에 나온 말입니다. 그러니까 북조선땅이라는게 어디나 할 것 없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비극들이 수없이 많이 일어납니다.”

남한 간첩이란 누명을 쓰고

- 아까 ○○ 보위부감옥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것하고 관리소하고 차이점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관리소라함은 수용소를 말합니다. 여기는 일단 들어가게 되면 다시 영원히 못나오는 데입니다. 그러나 감옥은 그 단계에 들어가기 전에 고문도 하고 문건도 작성해서 죽일 사람은 죽이고 하는게 감옥입니다.”

- 관리소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그 안의 상황에 대해서?

“그 안의 상황이라는 건 우리가 그 안에 들어가 볼 수가 없으니까... 때가 되어 말할 날이 오면 정말 비참하고 충격적인 일이 많을 겁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이건 사람이니까 사람인가 하지...”

- ○○ 보위부감옥에 있다가 20일만에 탈출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서 탈출하게 되었습니까?

(자세한 탈출 경위는 증언자의 신원 노출을 피하기 위해 생략했음)

- 탈출 후 바로 중국으로 넘어왔습니까?

“예. 혹시 붙잡힐까봐 산길을 타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 그럼 아까 보위부 감옥에 있을 때 남한 간첩이라고 누명을 썼다고 했는데 조선땅에서는 남한 간첩이라고 처형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까?

“혹간 이런 게 있습니다. 중국의 친척들 도움을 받아서 나가 살자고 해서 나오는 사람도 있고, 또 무턱대고 나와서 일을 하던가 방조를 받아서 살겠다고 나오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에 와서 기독교나 이런데 도움을 받게 되고 그들이 복음을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책도 주고 또 교육(기독교교육을 말함)도 시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붙잡히면 그걸로 끝입니다. 보위부 안에서는 이 사람들을 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선전합니다. 이 사람들이 기독교 복음을 받아서 전파하다 걸렸다고는 말 안합니다. 그렇게 말을 안하고 이 사람은 간첩이다, 안기부(국정원을 의미)의 간첩임무를 받고 들어와서 정보활동을 하다가 붙들렸다, 이렇게 해서 다 처형하고 맙니다.”

- 간첩이 아니더라도 다 그런 누명을 씌운단 말인가요?

“예. 그런데 보위부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조선에 어디 하나님이 있느냐. 우리는 오직 장군님만을 믿고 따르고 살면 된다. 사회주의 사회에는 용납이 안되는 자본주의 물이 들어 왔으니까 너희는 간첩이다. 이렇게 딱지를 붙여 처형을 합니다.”

- 그럼 그 간첩 누명을 씌워서 처형을 할 때 그것을 지켜보는 일반 주민들은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정말 간첩이라고 믿나요?

“공개처형 당시에 그렇게 알려줍니다. 아무개는 중국에 다니면서 남조선의 안기부 요원들과 접촉하면서 간첩임무를 받았다, 그 임무를 수행하다가 보위부에 적발돼서 체포되었다, 이러니까 사정을 모르는 북조선 사람들은 안기부에 걸려서 달러 받고 간첩활동을 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또 기독교에서는 처참한 북한의 현실을 사진으로 찍어오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나와서 사진이라도 찍다가 붙들리면 그것이 증거물이 됩니다. 그러니까 너는 간첩이다 그래도 할 말이 없는 것입니다.”

- 일반 사람들도 진실을 모르니까 선전하는 대로 다 믿는단 말이죠!

“북조선은 태어나서부터 교육이 그러니까...”

탈북자, 북한 주민 의식 변화의 상징

- 그럼 최근에 북한 주민들의 의식은 어떻습니까? 그전과 똑 같습니까?

“우선, 옳고 그른 것은 사람이 의식을 가지고 있으면 다 구분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사람들의 의식상태도 변하고 있습니다. 조선에서는 다 울타리 안에 가둬놓고 외국의 소식이나 잡지, 심지어 라디오도 못듣게 합니다. 당연히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다가 이제는 중국에 오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또 그 상품을 보고 중국 사람들이 자기네가 조선보다 한 50년은 앞서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걸 들으니까, 우리가 최고가 아니구나 라고 느끼게 됩니다. 또 ‘미제국주의자들' ‘일본 침략자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일제나 미제 상품들이 들어오는걸 보면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사람들이 앞에서는 얘기를 못해도 뒤에서는 평가를 합니다. 평가를 한다는 말은 그 전 하고는 달라서 사람들이 머리가 돈다는 말입니다. 글쎄 여기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을 주고 선을 그어주는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의 본심 자체가 그 전 날의 북조선 사람이 아니란 건 그렇게 말려도 중국에 오가는 사람이 많을 걸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 탈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이유 때문에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했다는 얘기입니까? 그런데 주로 탈북하는 사람들은 변방 사람들이 많지 내륙지방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까?

“예, 상대적으로 적지만 지금은 조선 땅덩어리 통채가 다 탈북을 합니다. 여기 와서 보면 평양에서 온 사람, 개성에서 온 사람이 다 있습니다. 옛날 속담에도 있지 않습니까.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변방(북쪽)에 있는 사람들은 앞쪽에 나와서 장사를 하는 겁니다. 그래야 북쪽 소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장사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앞쪽 사람들도 그렇게 중국에 왔다 갔다 하면 잘 살 수 있구나 하고 느끼면서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까 변방지대나 앞쪽지대나 관계없이 사정을 잘 알게 됩니다.”

- 그럼 개성 같은데서 사는 사람들도 중국이 더 잘 산다는걸 알기 때문에 탈출을 한다는 말입니까?

“예, (체제유지에) 지금이 제일 어려운 고비입니다. 마치 물먹은 담벼락 같습니다.”

- 그러면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에 대해서 생각하는건 요즘 어떻습니까?

“그전에는 ‘사회주의가 제일이다' 이런 말에 사람들이 유혹돼서 어렵지만 어울려 살았습니다. 그러나 고난의 행군이다, 불사조다 해서 참고 살았는데 이게 끝이 없다 이 말입니다. 한쪽에서는 계속 굶어 죽어, 그렇다고 자기 생존을 위해 나가서 장사하다 붙들리면 총살하고.... 처형당한 사람들, 그 가족들을 한번 생객해 보십시오. 내 가족이나 형제 부모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당했다 하면 겉으론 표현 못하지만 속으론 증오가 꽉 찬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북조선 당이라는게 계속 원수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 사람을 처형하면 적은 몇 십 명 불어납니다. 친척 형제는 몽땅 저주합니다. ‘내 부모, 내 형제, 내 혈육은 억울하게 죽었다. 생존을 위해 살자고 하다 보니까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는건데... 이놈의 사회 어디 두고 보자’ 이렇게 가슴에 증오의 칼을 갈고 있는 사람들이 지금 조선땅에는 한둘이 아닙니다.

북한주민 10중 9는 개혁개방을 원한다

- 그래요. 그러면, 중국이 개혁 개방해서 잘 살고 있는데 김정일도 개혁 개방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지금 상태에서 개혁 개방하면 인민들은 좋지요. 그러나 김정일 입장에서는 개혁 개방을 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전에는 우리가 다 몰랐단 말입니다. 그런데 중국에 왔다 갔다 하면서 김정일의 고향이 백두산이 아니라는 사실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련에서 태어났고 원 이름도 소련 이름이다. 김정일의 여자가 있다" 는 등의 말을 듣고 돌아가서 부모, 형제, 처자식을 놓고 ‘이런 이런 말을 들었는데 정말 이해가 안가는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는 겁니다. 의식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그 전에는 선거에 참가하지 않으면 반역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재작년에 선거를 했습니다. 선거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도 자기네끼리는 100프로 찬성 투표했다고 합니다. 그럼 사람들이 생각하길, ‘야 이건 다 거짓말 아니야? 굶어죽은 사람도 있고 탈북한 사람도 있는데 그럼 그 사람들이 중국에서 투표했단 말이냐?'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이제 이걸 고리를 쥐고 당기지도 못하고 놓지도 못하는 형편이 되어서 만일 개방을 하면 우선 자기가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 한국에서 금강산 관광을 하고 있는데 그걸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예. 중국에 와서 들었습니다.”

- 북조선에서는 못듣고?

“예.”

- 금강산 관광하는 것을 보고 김정일이 개혁 개방을 하려고 한다 이렇게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조선은 금강산, 묘향산, 칠보산 등을 다 관광지로 꾸리고 외국 손님들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지막 수를 쓰는 최후의 방법에서 나오는 것이지 금강산 관광을 한다고 해서 개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그러면 북조선에서는 남조선 사람들이 금강산 관광을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까?

“예. 북조선에서는 ‘미제국주의자들', ‘남조선괴뢰도당' 이렇게 욕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아 남조선 사람들이 들어와서 금강산, 묘향산 관광한다' 이렇게 말하게 되면 백성들에게 거짓말 하는 것밖에 안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혹시 남조선에서 회사가 하나 들어가면, 이걸 ‘남조선과 경제교류를 위해서 합영회사를 꾸렸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무슨 북침같은 있지도 않은걸 하나 조작한단 말입니다. 그래가지고 ‘이래서 남조선괴뢰도당들이 우리에게 굴복하고 우리에게 보상으로 공장을 하나 꾸려주기로 계약했다' 이렇게 말하니까 사람들이 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 의식이 변해서 위에서 거짓말을 하면 밑에서는 콧방귀를 뀝니다. 왜냐하면 중국으로 넘나드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그곳에서 언론에 보도된 것을 많이 보고 듣고 돌아가서는 ‘이번에 남조선에서 북조선 신의주 어디에 국수 가공공장을 짓는다더라. 또 선봉 어디에다가 무슨 합영회사를 짓는다더라' 하고 전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기관에서 거짓말을 하면 ‘아 저거 또 거짓말이구나' 하는 겁니다.”

- 혹시 나진 선봉에 가본 적 있습니까?

“예, 여러 번 가봤습니다. 그곳에는 외국인도 많이 들어가고 남조선에서 합작기업도 많이 들어가니까 요즘에는 철조망을 쳐놓았습니다. 정확한 지역을 말하자면 합송과 청학 사이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제는 자유의 맛을 알고 돈 맛을 알게 되니까 그곳을 넘어 다닙니다. 나진 선봉은 개방지역이라서 그곳에 가 장사를 하게 되면 같은 돈이라도 좀 더 벌 수 있는 형편이니까요. 철조망에 경비대가 서있지만 요즘은 경비대 자체가 돈을 받아먹고 사람을 넘겨줍니다. 한 사람 넘어가는데 조선 돈 10원입니다. 갈 때 10원 올 때 10원, 이래서 사람들이 무시로 드나드니까 그런 말이 소문이 돼 전파되고 아 사정이 이렇구나 하고 생각이 변하게 됩니다.”

- 그러면 북한 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개혁 개방을 열망하고 김정일이 개혁 개방을 안하니까 김정일에 대한 분노가 많이 커져가고 있다는 거죠?

“요즘은 북조선 사람들중 우리가 살길은 개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10중에 9입니다.”

- 김정일이 물러나야 개혁 개방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