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ark: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일정권 회생의 마지막 기회!
죽음이냐 개방이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에서 개혁개방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 라든지 '개혁까지는 힘들더라도 개방은 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 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이야기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생각이 기초되어 있다. 첫째 대부분의 사회주의국가들이 개방되거나 붕괴했는데 북한만 그냥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며 둘째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의 경제발전이 북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이며 셋째 북한의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있고 특별한 다른 활로가 없는 조건에서 개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며 넷째 미국과 남한 정부의 유화정책이 개방 결심을 좀 더 쉽게 해줄 것이라는 것이며 다섯째 최근 북한의 중국 및 러시아와의 외교관계가 호전되었기 때문에 개방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실 현재 북한 경제의 자생력은 완전히 붕괴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대규모의 자본과 설비, 기술, 전문인력, 경영기법, 그리고 활력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북한경제가 정상적으로 회복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따라서 김정일이 선택할 다른 활로가 없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주장이 약간은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개방은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전면 개방으로 가는 조짐들인가? 아니 전면 개방까지는 안 가더라도 중국 개방 수준의 반이나 반의 반 만이라도 개방하는 길로 가는 조짐들인가?

김정일이 전면적 개방정책을 채택한다면

만약 김정일이 전면적 개방정책을 채택한다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의 사정은 여러 모로 급격히 좋아질 것이다. 미국, 일본, 서구 자본은 정세 불확실성과 사회간접자본 미비 때문에 갑자기 많은 투자를 하기는 힘들겠지만 남한 자본이나 해외교포 자본의 투자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며 이 돈이 주로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나 산업설비에 쓰인다고 하더라도 인건비나 다른 명목으로 대중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은 인민생활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또 북한이 확실하게 전면 개방정책을 편다면 남한이나 다른 나라들의 구호활동도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서 북한 인민의 기아 문제 등 극단적인 상황은 일단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가는 바람은 북한 사회에 상당한 자극을 줘서 기존의 비효율적이고 경직된 산업 시스템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북한 인민은 다른 후진국에 비해 교육수준도 높고 근면하고 집중력도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강점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조건만 만들어주면 북한 경제 발전의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경제 문제뿐만이 아니다. 북한이 개방되면 감시의 눈이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에 북한의 인권 상황도 급격히 개선될 것이다. 불법구금이나 극심한 고문 등이 크게 줄어들 것이며 정치범수용소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극히 경직되고 비효율적인 관료조직도 외부 바람의 영향을 받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경제난 때문에 와해 상태로 빠져들었던 교육체계는 정상을 되찾을 것이며 경제난 때문에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 있었던 군사력은 빠른 속도로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에서 원조 받는 돈을 군비확충에 사용하면 이래저래 말도 많고 제약도 많지만 북한의 자체 경제력 회복으로 생긴 돈을 군비확충에 쓰는데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말 개방은 김정일 정권의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을 수 있는 좋은 길이요 현 위기의 특효약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좋은 개방을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개방이 김정일 국제적 위상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김정일은? 김정일의 위상은? 김정일은 이런저런 문제가 많기는 했지만 카스트로나 가다피처럼 국제적인 관심을 많이 모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는 개방을 주도한 사람으로 주로 인식되고 기억될 것이다. 카스트로나 가다피와는 아예 비교조차 안 되는 형편없는 인물이고 나쁜짓도 대단히 많이 했지만 그 동안 개인적으로는 국제적인 관심을 거의 끌지 않았다는 것이 큰 강점이다. 개방이 되면 그 동안의 극심한 인권탄압 등이 외부에 알려지겠지만 인권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조건에서 외부에 알려지는 것은 타격이 크지 않다. 그리고 중국은 중국대로,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지정학적인 이유 때문에 북한의 환심을 사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이런저런 문제들을 들추어내려 하기보다는 감추어두려고 할 가능성이 많다.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국제적으로 김정일 및 김정일정권의 위상은 개방했을 때 개선되면 개선되었지 나빠질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는? 국내에서의 김정일의 위상은? 그까짓 위상쯤이야 좀 떨어져도 상관없지. 아니 꽤 많이 떨어진다고 해서 뭐 큰 일 날 것도 없지 않은가? 개방이 안 된 상태에서도 김정일의 위상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데 어차피 마찬가지 아닌가? 개방이 되고 나서 경제적 여건이 빠른 속도로 좋아지면 김정일의 위상이 다시 조금 높아질 가능성이 전혀 없지도 않다.

김정일의 진짜 고민거리

그러면......김정일정권 자체는? 김정일체제 그 자체는? 바로 이것이 문제이다. 북한의 모든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나오는 것이고 김정일 정권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도 바로 이 문제 때문이다.

개방이 되면 김정일정권의 위기가 가중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주변 국가 특히 남한과 비교되는 북한의 경제상황이나 인권상황 등 모든 것이 지나치게 낙후되어 있다는 것을 북한 인민이 알게 되는 것이다. 그 동안 북한 정부에서 이런 것을 조금씩 알려왔으면 그래도 상황이 좀 덜 심각할텐데 이를 계속 감춰오는 식의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에 그 폭발성은 더 커지는 것이다.

둘째 북한체제의 장점이자 단점은 김정일에 모든 권위와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인데 개방이 되어 김정일의 권위에 상당한 손상이 가게 되면 현 체제나 정권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에서는 오랫동안의 비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인해 노동당이나 정부기관은 모두 껍데기만 남아 있을 뿐 아무런 자생력이 없다. 현 북한체제의 유일한 버팀목은 김정일이다. 김정일의 권위가 무너지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아무 것도 북한에는 남아있지 않다. 북한이 개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김정일의 권위는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

현재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북한 인민 사이에서 김정일의 권위는 빠른 속도로 떨어져 왔다. 그리고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정일의 입장에서는 좀 다르다. 북한의 권력구조 속에서 대중이 김정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김정일이 잘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설사 부분적으로 안다고 하더라도 전면 개방하는 모험을 감행하는 것보다는 이대로 계속 가는 것이 훨씬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들은 전면개방이 어려우면 부분개방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부분개방이라고 하면 그것이 어떤 성격의 부분개방인지를 먼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전면개방에 가까운 부분개방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전면개방에 가까운 부분개방이라면 그것이 갖고 있는 위험도 역시 전면개방이 갖고 있는 위험에 근접할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 개방의 효과라는 것이 있을지가 극히 의심스럽다. 사실 북한은 중국에서 개방을 한 직후인 80년대 초부터 소위 '북한식' 개방을 추진해 왔다.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서 공장도 짓고 호텔도 짓고 병원도 지었다. 나진선봉특구도 이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때로부터도 올해가 벌써 10년째 되는 해이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경제는 계속 악화되기만 해왔다. 그런 식의 개방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효과는 다른 요소들에 비하면 극히 미미했다는 것이 지난 20여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증명된 것이다. 중국의 경험을 보면 개방이 가장 큰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개방이 자극을 줘서 인민과 관료와 기업의 경제활동 능력과 체질을 강화시켜주는 것인데 개방이 인민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 자체를 막으려고 하니 효과가 있을 리가 없다. 외부 자본도 북한경제의 체질 자체가 강화되지 않으면 많이 들어오기 힘들다. 중국도 초기에는 단순히 '애국' 만을 앞세운 극히 일부 화교자본만 들어왔지만 자체의 경제체질이 개선된 다음에야 엄청난 규모의 외부투자가 이루어졌다. 북한에도 어떤 식의 개방을 하든 단순히 '동포애'를 앞세운 극히 일부 자본은 반드시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경제를 살려낼 수 있을 만큼의 대규모의 투자는 북한경제 체질 자체가 강화되지 않으면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인민이 살고 김정일이 사는 길

북한체제가 전면 개방된다고 해서 북한체제가 반드시 붕괴되리라는 법은 없다. 만약 지금 북한이 바로 전면개방을 실시하고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고 고문이나 기타 인권유린을 줄여나가며 경제제도와 관료체제를 개혁해간다면, 그래도 북한체제가 붕괴될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하겠지만, 북한체제가 붕괴되지 않을 가능성이 30% 정도는 되리라고 본다. 그 시기의 민심동향에 따라 어느 정도의 가능성은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현재처럼 개방을 하지 않거나 개방하는 시늉만 낸다면 붕괴를 면할 길이 없다.

전면개방을 하지 않더라도 빈번해진 중국과의 비밀왕래 때문에 외부세계의 사정과 밖에서 김정일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하는 것들은 이제 빠른 속도로 대중 속에 퍼지고 있다.

그러한 것은 정부가 정보를 가공해서 정부 주도하에 정보가 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정부 혹은 김정일정권은 이미 정세의 주도권을 상당히 상실하고 있다. 탈북자들을 족치고 인민을 쥐어짜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은 자기 목을 죄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실 전면개방하고 개혁하지 않는다면 그 방법 밖에 다른 방법이 없기도 하다. 그렇게 인민을 괴롭히면서 자기 자신도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북한의 김정일정권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좋은 기회이다. 어찌 보면 마지막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과거처럼 개방하는 시늉만 하고 돈이나 받아 챙기려 하지 말고 개혁과 개방에 응해 나서야 한다. 이것이 북한 인민이 사는 길인 동시에 김정일 자신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