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북한이 넘어야 할 험한 산, 이산가족문제
남북정상회담 합의소식이 들리면서 이산가족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진전되면 우선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국민감정이기도 하다. 이 기대가 충족될 수 있을 것인가 여부는 이산가족에 대한 북한정권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남한정권은 이미 미전향 장기수의 추가 송환도 고려하고 있고, 가족상봉에 관한 한 북한주민접촉 신청을 전면 허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가족문제라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바라봐야 함에도 과거 이 문제는 남북한 모두 정치적인 차원에서 다루어온 것이 사실이다. 남한에서는 월북자 가족, 북한에서는 월남자 가족이 모두 ‘적’과 내통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우선적인 감시의 대상이 되었으며, 공직 진출 등에서 연좌제로 인한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제 남한에서는 민주화가 진행되고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 문제는 거의 해소되었다. 그러나 지금껏 북한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발견되지 않는다. 또한 처음부터 남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차별정책을 펴왔기 때문에 사태가 대단히 심각하다. 북한내의 이산가족을 몇 가지 유형별로 살펴보자. 우선 북한정권 초기에 토지개혁 등이 실시되면서 상당수의 월남한 지주, 종교인, 인텔리 등의 남은 가족들이 북한의 공식용어로 ‘특별독재구역’이라 불리는 강제수용소에서 생활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제수용소에는 들어가지 않았더라도 대학진학, 군입대, 노동당 입당 등에서 제한을 받아 대체로 북한 사회의 최하층에 속해 있다. 한국전쟁과정에서 월남한 잔류가족들도 그 처지가 나을 것이 없다. 특히 UN군에 협조한 혐의가 있는 월남자 가족들은 보다 심각한 억압을 받아야만 했다.

또 다른 종류의 특별한 이산가족이 있다. 납북자, 국군포로, 북송재일동포 등이 그들이다. 자발적으로 입북한 북송재일동포들조차 탈출을 시도했거나 이른바 불온한 언행을 했다는 이유로 다수가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보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서는 부부중의 한 사람의 성분이 나쁘면 공동으로 피해를 보고 그 자녀들도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월남자 가족들은 결혼에도 제약이 따른다. 신분을 숨기다가 나중에 발각되어 이혼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정권은 이산가족 상봉의 요구에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만남을 허용하면, 북한 당국에서 가한 온갖 악행들이 외부에 알려질 우려가 있고, 역으로 남한의 생활상이 전달되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일이다. 특히 우리는 전통적으로 친인척의 범위를 넓게 잡고 있기 때문에 이산가족의 범위가 확대되면 관련자들이 한없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북한정권이 제한 없는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징적인 차원에서 선별된 사람들에 대해 잘 통제된 방법으로 추진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가령 재미동포들에게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거나 그 가족들에게 금품을 보내게 하여 그 중의 일부만을 당사자에게 주는 식으로 돈벌이를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이산가족을 돈벌이에 활용 해보려는 시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정권이 이산가족문제에 있어 남한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면 남한정부도 정상회담을 전후하여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데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부담을 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남북관계의 진전은 물론이고 북한경제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북한정권의 본격적인 정책 전환이 반드시 요구되는데 이는 개방으로 가는 대단히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