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태어났다는 말이 30대란 말이므로 결국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세대를 의미한다. 386세대를 한정시켜보면 80년대에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운동을 한 세대들이며 이들은 2000년 총선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정치신인들이다. 그간 386세대는 유권자로서 특별한 대접을 받아왔지 정치를 담당하는 세대로 인정받아 온 것은 아니다.

386세대는 2000년 선거에서 바야흐로 정치예비군에서 정규군으로 부상했다. 386세대가 공천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주목을 받게되면서 이를 두고 사회에서는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386세대의 정치권 진입을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판단하기 이전에 기억해야 할 것은 90년대 이후 정치의 중요 이슈 중의 하나가 세대교체였다는 사실이다. 그간 정치권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차세대의 준비 부족을 먼저 꼽아야겠지만 정치권의 주 전선이 여야간의 정권교체 문제에 집중되었다는 것에도 있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간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서 그간 잠재되어 있었던 세대교체론이 386세대론으로 변화하여 개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386은 세대교체론의 직접적인 수혜층이 되었다.

모든 생명체는 신진대사를 함으로 낡은 것이 새 것으로 교체되는 것에 대해 크게 기꺼워 할 일도 아니고 크게 안타까워 할 일도 아닌 자연스런 생명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 필요할 것 같다.

다음으로 왜 386세대가 광범위한 정치예비군을 형성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386세대는 전후 세대 중에서 정치적 지향이 가장 강한 세대이다. 그리고 정치적 경험을 통하여 세대적 힘, 시대적 힘을 분명하게 인식한 세대이다. 386세대는 혁명운동을 통해서 민주화투쟁의 주류를 형성했다. 사실 386세대란 연령적 의미보다 80년대에 혁명운동이란 자각을 가지고 사회운동에 참여한 세대의 이름이다.

혁명이란 정치투쟁의 가장 극적인 형태이다. 모든 정치 활동은 권력의 쟁취와 참여를 목적으로 한다. 혁명은 정치적 경쟁을 넘어 정적에 대한 배제와 정치적 독점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혁명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정치적 지향이 없다면 오히려 그것이 부자연스럽다 할 것이다.

386세대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386세대가 과격하다는 인상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지금도 386세대가 80년대적 인식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면 민주적 절차가 확립된 현재의 기준에서는 확실히 불온하고 위험하다. 그러나 386세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거 공천을 받은 사실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승인한 것이며 정치를 '타도'의 영역이 아니라 경쟁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386은 위험한 세대가 이미 아니다.

2000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386이 자문해야 하고 사회에서 검증해야 할 것은 위험성의 여부가 아니라 386세대의 비젼과 목표, 전략,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능력에 관한 문제이다. 이런 견지에서 386세대를 정치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으로 파악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80년대라면 거시적인 범주에서 동질적인 세력이라 할 수 있었고 '운동권'이란 공동의 이름으로 통칭될 수 있었다. 80년대 당시 386세대는 이념적으로는 사회주의 지향적이었고, 정치 방법에 있어서는 혁명적이고 급진적이었으며, 정치적 지반은 민중지향적이었다.

과거를 중시하고 이력을 절대적으로 중시하는 사람은 386세대가 계속 불온하게 보일 것이지만 객관적으로는 짧게는 10년 이상, 길게는 20여년 전의 386세대의 성향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386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라는 단순함을 거두어낸다면 이들이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할 수 있으며,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있다. 386세대의 사회적 이상이 사회주의에 있었다 할 지라도 한국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해온 역할은 야당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해온 세력이었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이다. 386세대가 여야의 공천 대상이 되었다는 것과 유권자들이 이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심과 기대가 높은 것은 386세대가 민주주의 발전에 공헌했다는 객관적인 인정이다. YS와 DJ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386세대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386세대의 민주화 투쟁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다.

Keys는 386세대에 대해서 사상적으로 시비할 생각이 없다. 그것은 386세대가 1990년대의 세계적인 차원에서 사회주의가 붕괴한 것을 지켜봤으며 10년에서 20년간의 사회적 경험을 통하여 사회적 의식을 바꾸어나가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386정치인도 정치인인 이상 순수한 이념적 논쟁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정견과 정책으로 판단해야 한다. Keys가 386정치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영역은 대북관과 통일관이다.

386세대는 아버지 세대의 반공주의를 거부한 세대였다. 그리고 민주주의만이 진정한 안보라는 식의 야당적 방어논리에도 만족할 수 없는 세대였다. 386세대는 이념의 눈으로 북한을 바라보았다. 북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386은 북한의 사회주의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으며, 북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386 역시 북한의 사회주의를 사회주의의 모습으로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랬다. 사회주의의 붕괴를 역사의 현실로 바라봐야 했던 386세대가 80년대 식의 잣대를 가지고 북한을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그간의 행적을 통하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386세대에게 이념적 열정이 사라진 자리가 휑하니 비어있다. 사회주의가 과학적 이념이며 실현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는 별개로 사회주의를 지지했던 근본 동기에 대해서까지 회의할 필요는 없다. 착취, 수탈, 압박, 독점, 독재, 불평등, 소외를 극복하고 마침내 인간이 해방되고자 했던 강한 욕구가 사회주의를 지지하게 된 것이라면 그러한 욕구는 여전히 숭고한 사회적 활동 동기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의 실현이 개인적인 삶의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의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방법론도 사회를 운영하는 영역인 정치를 하는 사람에게는 잘못된 것이기는커녕 오히려 미덕일 수 있는 것이다.

부자유에 대해, 독재와 탄압에 대해, 동족에 대한 편견에 대해, 불합리에 대해, 가난한 이웃에 대해, 소외된 공동체의 성원에 대해, 인권이 짓밟히는 국민들에 대해, 학살당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해, 불평등한 조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사회적 양심에 호소하고 저항을 조직한 것에 대해 누가 감히 팔매질을 할 수 있겠는가.

386세대는 광주의 진실, 북한에 대한 진실을 알리기 위해 투옥, 체포, 징역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의 공개는 서슬이 시퍼렇던 국가보안법과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386세대가 북한에 대한 잘못된 정보로 사회에 악영향을 준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다해야하지만 국가공동체의 운명과 밀접한 진실을 알려고 노력했던 것까지 비난을 당해야 할 이유는 없다.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억압되었던 시절에도 갖은 희생을 무릅썼던 386세대가 북한 현실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실망을 넘어 안타까운 일이다. 문제는 모르는데 있는 것이 아니고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의도적으로 침묵하는 것이다. 북한 사회의 아사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정보가 세상을 가득 메우고 있는 현재의 추세에서는 모르는 체 하지 않는 이상 모를 수가 없는 문제이다. 북한의 참상은 80년 광주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심각하다. 북한의 인권 유린은 80년대 한국의 인권 상황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의 사회적 책무는 사회공동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직업으로서 정치인의 최소한의 사명이다. 그리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시기에 맞지 않는 용기를 만용이라 한다면 때에 맞지 않는 침묵은 비겁이다.

더구나 386세대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은 시대적 금기와 비겁을 과감하게 깨고 자기희생을 각오한 결단과 헌신을 보여준 것에 대한 사회적 보상이다. 386세대가 기성 정치인과 다른 도전정신과 용기가 없다면 어디에서 세대교체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386세대 역시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자 한다면 사회적 기대에 대한 배반이며 그렇다면 386컴퓨터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너무 급하게 사라져버린 세대가 될 것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데 특별한 도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386이 공유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민중적 관점만으로도 충분하다. 북한의 주민이 굶어 죽어가도 죽은 수령의 시신을 보존하기 위해 천문학적 재화를 낭비하고 체제를 방어해줄 충복들의 충성심 확보를 위해 벤츠를 사들이는 체제는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누구의 체제인가. 북한의 체제는 누구를 위해서 유지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386세대 이전 세대는 민주주의의 물질적 기초를 확보하기 위해서 피와 땀과 청춘을 바쳐야 했고 근대적 사회운영원리를 확립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해야 했다. 386세대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세대인 동시에 첫 수혜자들이기도 하다. 앞선 세대의 정치적 비젼은 조국근대화, 민주주의 실현이었다. 통일에 대해서는 비젼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없이 매우 방어적인 성격의 것이었다. 386은 포스트 민주화 시대의 비젼을 가질 수 있고 현실적으로 통일의 비젼을 가질 수 있는 세대이다.

사회적 과제를 인식한다는 것은 엄청난 숙제를 안게된다. 그러나 무관심과 소극, 안일이 편하다고 해서 상황에 운명을 맡긴다면 신진정치인으로서 개인적 입신영달 말고 무슨 사회적 의미가 있겠는가.

Keys는 진실을 향해 돌진했던 386세대들에게 북한문제, 통일문제를 정면으로 대면해서 진실을 발견하고 정치적 대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386정치인들에게 행운과 형광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