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호소합니다. 아빠를 돌려주세요! - 최우영
나는 계절 중에 겨울이 가장 싫다. 요즘같이 찬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는 날이 계속될 때면 언제나 북한에 계신 아빠 생각이 난다. 생지옥 같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피를 토하며 내 이름조차 심한 기침으로 한꺼번에 부르지 못할 내 아버지의 모습이 선하다.

우, 콜록콜록 영, 콜록 콜록콜록, 아 흐흐흐흐 흐느끼며 피눈물을 흘리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 괴롭고 가슴이 찢어진다. 덕을 쌓고 효를 쌓아 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나는 살아가면서 불효를 쌓아가고 있다는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으며 만약 내가 우리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소리치지 않으면 동진호 납북 사건은 그저 지나간 사건으로 잊혀져 버린다. 그렇게 내 아버지를 잃어버릴 수는 없다.

제 아버지 최종석(56)씨는 1987년 1월 15일 백령도 부근에서 조업을 하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북한으로 납치된 동진호 선원입니다. 북한은 민간어선이므로 간단한 조사를 마치고 남한으로 돌려 보내주겠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를 해왔고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우리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그해 2월초에 송환이 될 것이라는 공문까지 받았습니다. 9시 방송뉴스에까지 보도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김만철씨 가족이 북한에서 탈출을 했고 북한은 우리 정부에게 동진호 선원12명과 김만철씨 가족 12명을 교환하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하면서 김만철씨 가족이 화려하게 환영을 받는 동안 동진호 선원들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모진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어찌 정부를 믿고 따르는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무시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12명의 가장과 김만철씨 가족 12명을 맞바꿀 수가 있습니까? 이는 동진호 선원들만 납북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 형제, 부모들 적어도 150여명의 행복을 앗아가 버렸고 그 가족들도 납북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 이후로 북한은 납북 선원 중 단 1명도 송환시켜 주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납북된 선원 12명이 정치적 희생양이 되었다는 것을 가족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북한과 관련된 일이라 그 누구에게도 억울한 심정을 토로할 수가 없었습니다. 행여 북한에 계시는 아버지가 더 다칠까봐, 혹은 남아 있는 우리 가족에게 불이익이 생길까봐 두려워 마음속으로만 신문고를 두드렸습니다.

지난 13년간 저는 정권이 바뀌거나 유관 국가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생사확인을 요청했고 [동진호 선원 최종석납북사건]이 잊혀지지 않도록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기사에 실리도록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1999년 1월 31일 국가 정보원이 생사확인명단을 발표하였는데 동진호 선원 중에는 유일하게 제 아버지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우슈비츠 수용소보다 더 악명 높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억류되어 있다는 발표에 또 한번 저희 가족은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가족들이 보고 싶었고 그 누구도 모르는 우리들만의 응어리진 상처를 서로 기워주고 위로받고 싶었지만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가족의 연락처를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고마우신 분의 도움으로 일본 동경에서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을 구출하는 국민 대집회」(1999년 5월 1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조총련이 있는 일본에서 소리없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제 아버지의 납북 사실을 알리러 갔습니다. 놀라운 일은 일본에서는 각 시마다 시청을 중심으로 북한에 납치된 사람을 구출하는 협의회가 있었고 전국 곳곳에서 한 달에 한번씩 집회가 열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납치자 가족들은 납치자 이름이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북한에서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는 확신과 희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의 국민집회는 북한에 납치된 사람들을 송환하는 문제를 정부와 의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뤄줄 것을 요구하였으며 일본 정부가 진정으로 일본인의 인권을 위한 정부인지 비난까지 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이 문제에 앞장을 서고 수많은 지식인들이 납치된 일본인들의 송환을 위해 지지성명을 발표하는가 하면 150만명의 국민들이 서명운동에 참가하였습니다. 정부 발표로 454명이나 납치되고도 아무 소리가 없는 우리나라의 정치인, 지식인들과는 참으로 대조적이었습니다.

저는 이제「북한에 납치된 가족을 구출하는 모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와 뜻을 같이 할 분들의 관심과 동참을 원합니다. 납북자를 둔 가족은 물론이고, 이 땅의 양심있고 뜻있는 분들의 도움을 간절히 구합니다. 우리의 모임이 결성된다면 북한땅에 납치된 사람들에게는 생명의 동아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