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간부들 북한붕괴 시 보호해줄 수 있는지 물어"
권승준 기자 virtu@chosun.com
북한 내부의 고위간부들이나 외교관들이 북한의 미래를 비관하는 등 사상적으로 허물어져 가는 상황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북한의 주체사상을 처음 소개했던 김영환씨는 21일 미국 워싱턴시에서 열린 “2010 북한인권국제회의”에서 북한 내 변화 기류를 전했다. 김씨는 통해 여러 자리에서 만난 북한의 국영 무역회사 고위 간부나 해외의 북한 외교관들이 북한 체제에 대한 신념도 없고 주체사상에 대한 충성심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대북 단체들에게 밝혔다.
그는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을 때 공공연하고 노골적으로 북한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불안감을 표시하고, 심지어는 북한이 붕괴했을 때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지를 질문해 오는 북한 간부들도 몇명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는 “지난 1991년 비밀리에 방북해 김일성을 만났을 당시 그는 여전히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으며, 당시 만났던 북한 고위 간부들도 굳어 있고 무능해 보였지만 자신들의 체제와 이념에 대한 강한 충성심은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이어 지금은 20여 년 전 당시보다 북한 고위 간부들이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민주화 네트워크와 세종연구소, 미 국립민주주의기금(NED)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일이 5년 이내에 사망하고 김정은의 리더십이 약해 3대 세습이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고, 김정일이 5년 이상 생존하고 김정은의 리더십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면 3대 세습은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양국 정부는 북한 3대 세습이 자리 잡을 경우, 지배 엘리트의 분열 등 북한 정권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3대 세습이 실패할 경우에는 위기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칼 거쉬만 NED 회장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북한의 전체주의가 종식될 날이 올 것”이라면서 “한미 양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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