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삐라, 북한 주민의 ´영혼의 양식´이다"
강철환,이민복 등 "북주민 삐라 통해 정보흡수" 강조
[2008-12-09 04:24:52]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지(삐라) 살포 문제가 남북문제 및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8일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2008북한개방전략포럼:‘북한으로의 정보자유 촉진방안’ 세미나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 전단지 및 대북방송 사업의 성과와 개선방안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이 개최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홍관희 안보전략연구소 소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는, 주제 발표에 앞서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의 인사말을 통해 “삐라 살포가 다원주의인 우리 사회에서 민간단체들에 의해 자유롭게 행해질 수 있는 행위임을 북한의 위정자들도 인식해야만 한다”며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대북전단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대북풍선삐라 문제에 관한 첫 주제 발표를 맡은 이민복 기독북한인연합 대표는 “대북삐라 운동을 정치운동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것”으로 “입이 막히고 사지와 정신까지 묶여진 사람을 풀어주는 것이 거창한 정치운동이 될 수 없고, 그것은 자유롭게 보고 말하며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인간 본질에 해당된다”며 대북 전단지의 성격을 정의했다.

이 대표는 “북한 주민 역시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어 하는 강렬한 욕구가 있다”며 “때로는 외부 소식을 얻기 위해 목숨이 위험한 일을 감수하기도 한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먹는 문제보다도 북한 주민에게는 삐라를 통한 ‘영혼의 양식’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 대표는 “라면봉지 하나, 이쑤시개 하나도 북한 주민에게는 남한 주민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정보를 얻는 중요한 물건”이라면서 “변질될 수도 있고, 인민군이 주워 독약을 타 본보기로 북한 주민을 죽이기도 하는 등 음식은 심리전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6자회담을 계속한다고 해도, 김정일의 북한 체제는 폐쇄성, 우상화, 핵무기 이 세 가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극심한 식량난도 이겨낸 북한 주민들에게 시급한 것은 물질보다는 정신과 영혼의 문제인 바깥 세계의 정보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삐라 날리기”라고 덧붙였다.

이어 주제 발표에 나선 강철환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은 “햇볕정책이 김대중 정권의 업적과시라는 것을 파악한 북한이 이를 역이용하기 시작한 것이 97년 이후 새로운 남북관계였고, 그것은 북한인민이 제외된 김정일 개인과의 남북관계였다”고 진단하면서 “남한국민들은 삐라 한 장이 무슨 효과가 있냐고 회의적으로 보지만 식량난 이후 남한에 대한 정보 욕구가 폭발한 북한 주민에게는 생각과 판단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대북 전단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 부위원장은 “인민군 병사가 남한에 향했던 총구를 평양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삐라 한 장의 효과”라며 “이런 인민군을 우리 편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남북평화를 위한 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 부위원장은 계속해서 “한나라당과 정부와 통일부가 나서서 삐라를 뿌리지 마라 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지적한 뒤 “우리가 신경 쓰고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한시적인 북한 정권이 아닌 우리 동포인 북한주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정부를 향해서도 “한번 양보하면 끝이 없는 것이 북한정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 횡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남북평화의 길”이라고 충고했다.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90년대 중반 대량 아사 후 북한 내 정보 소통을 촉진하는 매개체는 탈북자와 시장”이라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북 라디오 방송을 강화하고, 정보소통의 마당인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대북전단지와 관련해서는 중립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하 대표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지 살포에 맞서 최근 친북단체들도 전단지를 뿌리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과 관련, “6.15 단체 등 친북단체들도 날조, 비방 등 실정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방송의 기회를 주겠다”며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날 토론자로 나선 김태진 북한민주화운동본부 대표는 “아무것도 모르는 북한 주민들에게, 당신들 상황이 이렇다 하고 깨닫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삐라”라며 “북한 주민의 눈과 귀를 여는 작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광백 자유조선방송 공동대표는 “탈북자들의 증언과, 북한당국의 반응이 민감한 것을 볼 때 전단지의 효과는 명백하다”면서 “더 많은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도록 지금보다 삐라의 양과 횟수를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국경없는 기자단’ 서울특파원인 김비태씨는 “삐라는 북한이 아니라 남쪽에다 뿌려야 한다. 남쪽에 북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며 꼬집고는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에는 그렇게 열심인 반면 북한에서 300만 명이 굶어죽어도 촛불시위 하는 사람이 하나 없다”며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어 “일본 사람보다도 북한 인권에 더 무관심한 것이 남한 국민들”이라고 질책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유를 누리며 살 때까지 남쪽 국민들은 매일같이 촛불 시위를 열어야 한다”며 북한 인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켰다.

[박주연 기자]phjmy97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