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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기홍]김영환의 가혹한 운명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07-30 10:06:52  |  조회 9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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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중국 랴오닝(遼寧) 성 국가안전청에 구금되어 있는 동안 초기 수사과정에서 심각한 고문을 당했다. 오랫동안 북한인권운동을 함께해온 동료로서 가슴 아픔을 금할 길이 없다.


김 씨는 1986년 한국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47일간 심한 고문을 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에 따르면 “20일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일 고문을 받았으며, 그 후 7일간은 며칠에 한 번씩 고문을 당했고, 마지막 20일간은 주먹으로 얻어맞거나 기합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전두환 정권하의 안기부는 김 씨가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당시 그가 추구하던 이른바 ‘민족해방(NL)노선’이 학생운동과 노동운동권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데 대해 배후에 거대한 조직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김 씨는 본인 주도로 198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주사파 NL운동이 종북으로 편향되도록 한 과오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시인하고 깊이 반성한 바가 있다.


필자는 김 씨가 종북이라는 과오와는 별개로 1987년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제헌의회 수립 같은 급진적 구호 대신에 직선제 개헌 같은 온건하고 대중적인 구호를 제시함으로써 학생 대중이 적극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결국은 1987년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데 일정하게 기여한 바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민주화는 1980년대 중반까지 지속돼 왔던 심각한 고문을 근절시키고 한국이 인권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도 수사 과정에서 일부 인권 침해적 요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적이고 체계적이고 잔혹한 고문은 이제 역사의 기억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고, 그들의 고통에 우리 국민은 고마움을 느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김 씨처럼 1980년대 학생운동을 했던 민주화 세대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본다.


그런데 청년시절 남한 정부로부터 모진 고문을 받았던 김 씨가 북한인권운동을 하다 중국 정부로부터 고문을 받았다니 그의 가혹한 운명에 연민의 마음이 인다.


중국이 김 씨를 포함해 북한인권운동가들에게 고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에 비로소 김 씨를 통해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2개국(G2)의 일원으로 세계질서의 주도국으로 등장한 중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게 해명하고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고문이나 가혹행위는 본질적으로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측면에서 경중을 따질 사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경중을 따지자면 중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북한 내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다시금 인식했으면 한다.


‘정치범수용소’ 말고도 북한 내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다 법적 판결도 없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언젠가 북한이 민주화를 이루면 실상이 밝혀지겠지만 그러기에는 때가 너무 늦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관심을 높인다면 북한당국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역사의 진보에는 불가피하게 개인들의 희생이 따른다. 그러나 희생이 희생에 그치지 않으려면 진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김 씨가 당한 1986년의 고문은 한국의 민주화를 통해 상처를 치료받았다면, 2012년의 고문은 중국의 진상규명과 사과를 넘어, 그가 목표로 한 북한의 민주화를 통해 결국 치유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 씨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그 개인의 고통을 통해 한국과 세계인들에게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 실현의 절박성을 호소한 셈이다.

 

 

*동아일보 기고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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