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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0·4 선언’, NLL 불법성 전제로 합의”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11-09 09:38:46  |  조회 3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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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엔 ‘역사적’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적어도 회담 당시와 회담의 남측 당사자인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현직으로 남아있는 시간엔 그랬다. 하지만 그 뒤엔 달랐다. 김대중 대통령의 6·15 공동선언은 정상회담 대가로 5억 달러 가까운 금액을 비밀송금한 사실이 임기 말 드러나 의미가 퇴색했다. 노무현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대북송금 특검을 진행함으로써 김대중 정권의 뒷돈거래를 파헤쳐 세상에 알렸다. 그렇지만 노무현 정권은 더욱 큰 논란 속에 정상회담을 치렀다.

대선 두 달을 남겨놓은 시점에 대규모 대북 프로젝트를 합의해주고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 미심쩍은 협의를 벌였다. 이를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었다. 수십조 원에서 100조 원까지로 추산되는 10·4선언 이행 재원을 놓고 “다시 한 번 돈을 주고 회담을 산 것”이란 비판도 대두했다. 정권 막판에 쫓기듯 합의한 사안들은 제대로 이행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노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하지만 ‘역사적인 10·4 선언’은 꼭 5년 만의 대선 국면에서 남남갈등에 불을 붙이는 뇌관으로 작용하며 그 존재를 다시 알렸다.

한반도 종전선언 포함한 10개 항목 합의
10·4 선언은 2007년 10월 평양에서 치러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서명된 남북 공동의 합의문이다.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을 포함한 10개 항의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 공식명칭이다. 전문과 8개 조항, 2개 별항으로 구성됐다. 선언 가운데 발표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사항은 제4항이다. 한국의 노 대통령, 북한의 김정일, 미국의 부시 대통령,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한자리에서 만나 6·25전쟁의 종전을 세계에 선언하는 이벤트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 것이다. 그 골자는 “남과 북이 현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직접 관련된 3자 혹은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10·4 선언 제1항은 “남과 북은 6·15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적극 구현해 나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2항은 “남과 북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남북관계를 상호존중과 신뢰 관계로 확고히 전환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못박고 있다. 10·4 선언이 6·15 공동선언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에 만족한 것인지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임 전 원장은 합의가 발표된 직후 “이번 합의는 6·15 선언의 큰 울타리 안에서 장애물을 제거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제시한 것이라고 본다”며 “6·15 선언에 기초해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합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비판과 논란이 쏟아진 것도 사실이다. 북한 전문가인 김달술 씨는 “김정일 위원장이 연말 대선으로 한국의 정권이 바뀌기 전에 경제적 지원을 못박는 틀을 만들어 놔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건 제3항과 5항이라 할 수 있다. 제3항은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공동어로수역을 지정한다”고 밝혔다. 또 해당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과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 등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협의하기 위하여 국방장관 회담을 그해 11월 중 열기로 합의했다. 서해 NLL 관련 논란을 잉태한 대목이다.

임기 말 남북 간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
제5항에서는 이른바 ‘유무상통’이란 개념을 내세워 남북 간 대규모 경협 프로젝트를 합의했다. 이 항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개성공업지구 1단계 건설의 빠른 시일 완공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한 개보수 문제 협의·추진 ▷안변과 남포 지역 조선협력단지 건설과 농업, 보건의료, 환경보호 등 협력사업 진행 등의 사안에 합의해줬다. 이 부분은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으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노 대통령이 임기 넉 달을 남겨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국민 부담이 따를 합의를 차기 정권에 떠넘겼다는 점에서 비판이 대두하기도 했다.

서해 NLL문제와 관련한 논란의 불씨는 10·4 선언 발표 일주일 만인 그해 10월 11일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당겼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NLL을 영토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남북 간에 합의한 분계선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된다”며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놓고 ‘영토선’이라고 주장하면 헷갈린다”고 말했다. 또 “우리 남쪽에서 NLL이 희석될까 겁내는데 그 NLL 때문에 남북 경제협력을 하지 말라는 얘기냐”며 “김정일 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 해결은 뒤로 미루고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얘기로 옮겨갔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반발과 논란이 확산됐다. 특히 국방부를 비롯한 우리 군 당국은 “지금까지 NLL에 대해 영토선이라는 용어로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대통령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해 8월 21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한 김장수 국방장관은 “NLL은 실체가 있는 영토 개념”이라며 대통령의 언급과 온도 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상회담 한 달 뒤인 11월에는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공동어로 문제 등을 위한 군사보장 방안을 다루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남북 간의 NLL문제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제대로 된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다. 또 각종 후속 회담이 이어졌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대선을 앞둔 국면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북경협 투자나 서해 공동어로 문제 등은 주목받기 어려웠다. 대선 결과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게 되면서 10·4 선언은 위기에 빠졌다. 경위야 어찌됐든 남북 정상 간의 합의란 점에서 이명박 정부도 10·4 선언 자체를 부정하긴 어려웠다. 또 북한도 2008년 4월 1일 노동신문을 통해 이 대통령을 비난하기 전까지는 MB정부에 대해 나름대로 접근책을 구사하는 분위기였다. 10·4 선언이 생명력을 사실상 완전 소멸한 건 노무현 대통령의 가족·측근 비리의혹과 사망이었다. 퇴임 이후 불거진 가족과 측근 비리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입장에 처하자 문재인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측근세력들은 스스로 ‘폐족’임을 자처하며 공개활동을 접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자살은 10·4 선언의 빛을 완전히 바래게 만들었다.

되살아난 ‘10·4 선언’ 둘러싼 논란의 불씨
10·4 선언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난 건 지난 10월 4일 서울 광화문 세종홀에서 열린 10·4 선언 5주년 기념식에서다. 발표가 이뤄진 지 꼭 5년 만에 10·4 선언의 뇌관인 NLL문제가 터진 것이다. 민감한 이슈를 건드린 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다. 문 후보의 발언은 10·4 선언 이행을 위해 열렸던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거론하다 나왔다. 문 후보는 “국방장관이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또 “국방장관이 회담에 임하는 태도가 대단히 경직됐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4 선언 중 핵심 내용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와 관련해 “국방장관 회담에서 군사적 합의만 이뤄졌으면 그나마 많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는데…”라며 책임을 당시 국방부 쪽에 돌렸다.

그러자 국방장관으로 회담 수석대표를 맡았던 김장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발끈하고 나섰다. 김 전 장관은 “당시 특별지대 공동어로수역의 전제조건은 해상경계선인 북방한계선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며 “북한은 NLL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와 우리 영해에 기준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이는 북한이 NLL을 인정 않겠다는 뜻이라 내가 논의나 합의를 해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문 후보도 이날 언급에서 “북방한계선을 변경하자는 것은 아니라 그대로 두고 평화수역으로 선포해 충돌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이란 점은 분명히 했다. 하지만 10·4합의 이행 불발 책임을 김 전 장관 측에 떠넘기며 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 터져 나온 문 후보의 발언은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새누리당 외통위 간사인 정문헌 의원은 10월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북한이 얼마나 핵이 필요한지를 내가 국제사회에서 설득하고 다니는지 아시냐’,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등의 말을 했다”며 대화 내용을 일부 폭로했다. 정 의원의 발언이 나오자 여당은 대화록에 노 전 대통령의 NLL 양보, 퍼주기 대북 지원 발언이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반발했다.

정문헌 “노 대통령 ‘NLL 주장 않겠다’ 발언”
사실 NLL 관련 대선 후보의 발언은 문재인 후보가 처음이 아니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 “(기존 경계선을 인정하는) 그런 정신만 지켜진다면 10·4선언에 포함된 (공동어로수역 등) 여러 가지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북한 국방위원회는 박 후보를 맹비난하면서 “10·4 선언에 명기된 서해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문제는 북방한계선 자체의 불법무법성을 전제로 한 북남합의조치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10·4 합의가 NLL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합의라는 북한 군부의 언급은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파장을 예감한 듯 문재인 후보는 10·4 선언 5주년 행사에서 “NLL에서 대선을 앞두고 북풍이 또 발생할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북풍이 없는 선거가 돼야 한다. 북한 당국이 서해 NLL에서 신중하게 행동해달라”는 이례적 주문을 했다. 나흘 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통일부 국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NLL을 주장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며 비밀녹취록이 있다고 폭로했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졌다. 북한은 논란이 증폭돼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시달리는 형국이 되자 곧바로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선호하지 않는 후보를 비판하며 남한 대선에 개입하려다 북한 군부가 자충수를 두는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와 “대선 국면에서 NLL을 들고 나와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데는 일단 성공한 셈”이란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10·4 선언과 6·15 선언의 이행을 압박하며 이명박 정부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10·4 선언 5주년을 맞아 조선중앙통신은 ‘북남관계 파탄의 5년을 고발한다’는 글에서 “역사적인 북남공동선언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애국과 매국, 통일과 분열을 가르는 시금석”이라고 주장했다. 또 6·15 선언, 10·4 선언 등 남북공동선언이 흐지부지된 것은 현 정부와 새누리당 때문이라고 비난하며 “이명박 역도의 비참한 운명은 반공화국 대결로 얻을 것이란 파멸뿐이며 ‘우리 민족끼리’야말로 겨레의 지향이고 역사의 진리임을 확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나라의 통일을 원하고 민족의 평화번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손잡고 나가며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실현하기 위해 책임적이고도 인내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런 주장을 통해 우리 대선 후보들에게 현재의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10·4 선언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할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경우 이미 10·4 선언 이행을 포함한 전면적인 대북관계 복원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에 북한 대표를 초청하고 취임 첫해인 내년 김정은 제1위원장과 남북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실무를 진두지휘한 그로서는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경우에도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10·4 선언에서 합의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경우에도 북한이 NLL을 준수해준다면 특별지대 문제를 북한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북한이 NLL을 우리 요구대로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실행까지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일단 10·4 선언에 대한 원칙적인 존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경우 구체적인 언급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지만 10·4 선언 등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시각을 고려할 때 10·4 선언은 대선 후보 중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전면복원이냐 제한적 존중 또는 협의냐 하는 운명으로 갈릴 것이 예상된다. 그리고 임기 초 북한은 10·4 선언 등의 이행을 집요하게 요구하며 새 대통령과 정권 길들이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구미제로 남은 10·4 합의 막전막후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임기가 얼마 남았느냐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자신이 북한 최고지도자와 합의한 대규모 프로젝트나 지원사업의 이행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간다 해도 일단 강행하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만하면 임기 말 정권 재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10·4 선언의 사례는 정권 차원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상회담이나 대북 프로젝트 같은 대북접근을 결정할 경우 엄청난 후유증이 따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 파장은 한 정권을 넘어 다음 정권에까지 미치고 남남갈등과 소모적 논쟁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 말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근무했던 한 전문가는 10·4 선언 도출 과정을 이렇게 말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임기 말 정상회담에 반대했다. 설사 만난다 해도 의미 있는 합의나 이행이 어렵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일부 정치참모들이 대통령을 흔들기 시작했다. ‘역사에 남을 수 있다’는 등의 달콤한 이야기로 유혹한 것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무너졌다.”
이제 10·4 합의가 이뤄지게 된 남북 최고지도자의 속내와 막전막후는 영구미제로 남게 됐다. 당사자인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모두 숨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통일 이후 평양의 비밀 문서보관소가 열리거나, 30년간 비밀로 지정된 노 대통령의 회담 관련 기록이 공개된다 해도 전모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10·4 선언을 둘러싼 논란과 5년 후에도 대선 정국을 흔들고 있는 적지 않은 후유증은 남북관계에서 최고지도자의 대북인식과 통일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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