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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北, 핵포기 가능성 희박…협상에 한계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11-09 09:37:53  |  조회 5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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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여 북핵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지 이제 거의 20년이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사이에 제네바 합의가 있었고,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있었으며, 베이징 6자회담에서 몇 차례의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핵문제의 해결 가능성은 요원하다. 미북 간의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논쟁으로 시작된 2차 북핵위기를 해결하고자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은 지난 2008년 12월 수석대표회의를 마지막으로 4년 가까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우여곡절 끝에 올 초 미국과 북한 사이에 2·29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6자회담의 재개가 기대되었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협상가능성이 또다시 무산되었다. 게다가 올해에 한국과 미국에서 대선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분간 북핵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北, 핵·미사일 프로그램 강화하겠단 의지 강해
북한은 지난 7월 이후 외무성 담화와 비망록 등 일련의 발표를 통해 핵문제를 새롭게 포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선언하며 새로운 핵정책을 취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한국의 관점에서 보기에 그 대체적인 내용은 기존의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석된다. 북한은 여전히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미북관계를 정상화시켜야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미북관계 정상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폐기가 북한 비핵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현 시점에서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발표의 의미는 작년 미북 사이의 접촉 및 2·29 합의 내용을 더 이상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2·29 합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인해 좌초되었기 때문에 한미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특유의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핵협상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임을 강조하며 두 개의 상충되는 이슈를 동시에 진행하려고 노력해왔다. 따라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북한에 다시 접근할 가능성을 주시했지만, 이제 그 기대를 접었으며 당분간 미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없으며 대화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이 대선을 전후하여 새로운 협상국면에 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

北, ‘전략적 기다림’은 결국 자신들 편이라 생각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기대하면서도 당분간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기다림’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의도는 외무성 담화에서 제시된 ‘두 가지 길’에서도 잘 나타난다. 북한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첫 번째 길은 미국이 대북적대시 정책을 포기함으로써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 하라는 요구이다. 북한은 현재 미북협상의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자신들의 핵무기 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는 두 번째 길을 선택하고 있다. 물론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한미의 관점에서 보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북한이 늘 그렇듯이 합의 이후 합의내용을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합의를 깨뜨려버리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북협상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이 핵문제를 처리하는 유일한 길임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점이다. 북한 외무성의 담화문 및 비망록은 미국의 대북제재 역사와 전개과정을 자세히 기술하면서 미국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현재 미북회담과 6자회담이 단절된 상태에서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증강하면서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작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올해 2월 말 베이징에서 3차 미북대화를 지속하였으며, 이후 비핵화를 위한 사전조치를 취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핵협상에 대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는 우라늄 농축프로그램 보유로 인한 자신감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한반도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영변의 플루토늄 핵시설은 이제 노후화되어 더 이상 심각한 위협의 대상이 아니지만, 새로운 우라늄 프로그램의 보유는 북한의 핵능력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플루토늄 프로그램에 비해 기술적 특성상 탐지가 어렵고 핵탄두 제조도 더욱 용이한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북한이 2010년 11월 공개함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 문제에 대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전략적 기다림’은 시간은 결국 자신들 편이라는 자신감의 반영이라고 볼 수 있다.

美, 위험부담 무릅쓰고 대북정책 변화 힘들어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인해 단기적으로 한반도 정세가 경색되어 미북접촉 및 6자회담 재개가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미북대화는 결국 재개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이 파키스탄이나 이란의 핵프로그램과 연계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이 문제해결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자신감이 깔려 있는 듯하다. 따라서 북한은 2012년 이후에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주변국과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재정립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크게 불리한 점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최근의 ‘핵문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는 북한의 장기적인 전략구상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북핵정책은 당분간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11월 대선을 치르고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하게 될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 시작된 북핵위기 20년 동안 미국은 대북포용정책과 대북압박정책을 모두 시험했지만 결국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기 강력한 한미공조에 바탕을 두고 대북제재를 실시했지만 사실상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11년 이후 시도된 미북접촉을 통해 2·29 합의를 이끌어내었지만 그마저도 좌절되었다.

따라서 현재 미국 내에서는 어떠한 대북정책이 효율적인 정책인지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며 대선 이후 새로운 대북정책을 모색하느라 한동안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고려하면 민주당 정부이든 공화당 정부이든 앞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북제재를 추진하던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도된 2·29 합의의 실패는 미국의 신행정부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때문에 미국이 더 이상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대북정책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내년 이후 미국의 북핵정책은 한국의 새로운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원하는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핵, 협상에 의해 단기간 해결 가능성 적어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12월의 한국 대선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현재 한국의 대선 구도에서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모든 주요 후보가 집권 시 대북정책의 일정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며,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 갈 계획임을 천명하고 있다. 또한 야권의 문재인, 안철수 후보 역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있으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북포용정책으로의 복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정서상 이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신정부의 대북정책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사이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대선 이후 정부 내에서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북핵문제에서도 새로운 협상국면을 기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의 신정부는 미국과 북핵협상에 대한 새로운 로드맵 마련을 협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의 낙관적인 기대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가 협상에 의해 단기간 내에 해소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2013년 이후 미북접촉이나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해도 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북핵협상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포기 의지를 명확히 가지고 있지 않다면 협상은 다시 난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정은 정권하에서도 북한이 현실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협상은 기본적으로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시작될 수밖에 없다. 김정은 체제 역시 한반도의 핵문제가 자신들의 핵무기 프로그램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핵무기를 한반도로 끌어들인 냉전기 미국의 핵정책과 대북적대시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이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위협하고 있으며, 북한이 선군정치를 통해 강성대국을 이룩하여 대미억지력을 가짐으로써 한반도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전략을 고려할 때 북핵협상에서의 목표는 북한의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이지만, 북한의 입장은 미북관계가 정상화되어 신뢰가 조성되고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폐기될 때 자신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즉 김정은 정권에서 ‘핵문제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선언한 것은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北, 핵무기 보유국들 간 핵군축 협상 주장
더구나 앞으로의 북핵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요인은 북한이 두 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스스로 핵무기 보유국의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 두 번의 핵실험 과정에서 한반도 핵문제의 핵심적인 이슈는 미국 핵무기 대 북한의 핵무기라는 인식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북한은 자신을 포함한 핵무기 보유국들 간의 핵군축 협상이 이루어져야 하며, 핵군축 협상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핵문제를 핵보유국 간의 주권평등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은 한미의 대선 이후에 보다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북한은 미북협상과 6자회담을 핵군축 협상장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참가국들은 협상의 목표를 북한의 비핵화로 제한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과 국제사회의 인식 차이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韓·美, 대북인식 및 정책 재조정 필요
결국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북한문제 그 자체의 해결이라는 인식전환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북핵문제의 해결이 어려웠던 것은 그것을 핵문제로 인식하고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이 가지고 있는 대내외적 딜레마에서부터 북핵문제가 야기되었다는 인식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체제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딜레마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핵문제의 해결은 북한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하며, 그러한 작업은 북한 자체의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한국과 국제사회는 북핵문제로 인해 20년을 고생했지만,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북한에게 남은 ‘전략적 기다림’의 시간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는 로켓발사와 미북접촉이라는 두 개의 김정일 유훈을 동시에 이행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로켓발사를 통해 새로운 김정은 체제가 이전의 김정일 체제와 마찬가지로 안정되어 있음을 대내외에 알리고, 장기적으로는 미북접촉과 6자회담을 통해 미국 등 국제사회에 접근하려는 새로운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체제는 김정일이 이전에 만들어 놓은 기존의 제도에 김정은이 안착하는 단계를 넘어 김정은 스스로 새로운 업적을 쌓고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단계로 옮겨가야 할 것이다. 정권출범 초기 김정은 체제는 김일성과 김정일을 잇는 백두혈통으로서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보하여 단기간은 체제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안정성을 위해서는 체제의 정당성을 보증할 만한 다른 결과물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북한의 구조적 모순이 지속되는 한 김정은 체제가 북한사회에 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경제상황이 될 것이며,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은 결국 중국, 미국 및 한국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성택의 8월 방중은 이러한 노력의 첫걸음으로 해석되며, 한국과 미국의 대선이 끝나고 나면 북한은 서서히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을 살필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지도자가 등장하면 으레 새로운 국가전략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시도할 수 있는 국가전략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체제의 변화와 동시에 한국 및 미국의 대북인식 및 정책 재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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