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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노동당, 뇌물 잘 바치는 자가 득세하는 곳으로 전락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10-10 11:24:49  |  조회 3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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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0월이다. 무슨 세월이 이렇게 빠르게 가는지 내가 북한을 떠난 지도 벌써 10년째 접어든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거늘 그런데도 하나도 변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한시도 잊을 수 없는 내 고향땅 북한이다. 갑작스레 죽은 김정일을 대신해 서른도 안 된 애송이가 지도자랍시고 설쳐대는 꼴을 보노라니 이제는 절망감을 넘어 치솟는 격분을 누를 길이 없다. 부자도 3대를 못 간다는 옛 조상님들 말에 약간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북한 땅에서 오늘도 죽도록 고생하고 있을 인민들을 생각하면 잠이 다 오지 않는다.


 

최근 김정은이 보여주는 행보를 보면 절망감이 더하다. 능라인민유원지에 찾아간 김정은이 놀이기구 하나 탄 것을 가지고 인민의 행복과 안녕을 부르짖지 않나, 모란봉악단 공연을 본 것을 두고도 마치 천재적인 예술가인 양 지껄여대는 것만 보고도 그가 이끌어갈 북한의 앞날이 대번에 보인다. 올해 태풍으로, 큰물피해로 아직도 밖에서 고달프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찾아볼 생각은 않고 놀이장과 공연장에서 정치적 쇼를 하는 것만 봐도 그의 인민관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노동당원 아니면 사회적 성장 어려워

 

자기 아버지 수완을 어쩌면 그렇게 똑 닮았는지 선전수단을 이용해 자기 우상화에 매달리는 것도 여전하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 북한 인민들이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까. 절대로 아니다. 단지 오래 내려온 관습마냥 무관심 속에 그저 묵묵히 적응할 뿐이다. 김정은이 그렇게 자랑하는 수백만에 이르는 조선노동당원들 역시 동상이몽 속에 이 사회가 뒤집혀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원이 되지 않고서는 사회적으로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지 입당하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쓰고 있다.


 

말이 난 김에 내가 속한 당 세포에 있었던 한 당원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 친구는 여느 사람들하고는 많이 달랐다. 같은 당 세포 소속이긴 해도 주당 생활총화에 참가한 적이 거의 없었다. 석 달에 한 번 정도 참가하면 잘하는 셈이었다. 하긴 공장에 나오는 날도 한 달에 며칠 안 되었다. 고난의 행군이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 일명 ‘8·3제품’조에 속했기 때문이다. 사실 ‘8·3제품’이라면 인민생활소비품생산을 위한 가내협동제품을 일컫는 말인데, 한 달에 일정한 정도의 돈을 작업반에 내고 직장에는 나오지 않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외화벌이를 하든 장사를 하든 작업반에는 돈만 내면 그만인 것이다.


 

노동당 입당하면 인생이 바뀐다!

 

세포비서도 그에게서 얼마나 받아먹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주당생활총화에 빠지는 것에 대해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 친구는 또 우리 세포당원들에게도 이따금씩 한턱을 쏘는 걸로 자신의 당 생활을 착실히(?) 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와 단 둘이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다. 그의 생활이 너무도 부러워 술을 마신 김에 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런데 그가 입당할 때의 이야기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8년 동안은 그야말로 당에서 하라는 대로, 학교에서 책에서 배운 대로 정말 착실하게 당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운이 없었던 탓인지, 아니면 너무 고지식하게 살았던 탓인지, 다른 대학동창생들은 모두 입당을 해 출세했는데 유독 자기만 입당을 못해서 밑바닥을 헤맸다고 한다. 대학 전 기간 10점 최우등생에 ‘김일성 장학금’까지 받아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졸업했던 그가, 단지 입당을 못했다는 이유 때문에 동창생들 중에서 가장 밑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밑바닥에서 헤매던 그의 인생항로가 바뀐 것은 우연한 기회에 입당을 하면서부터라고 했다.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하던 어느 고사포부대 여단장이, 입당을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 친구를 보고 “자기 부대에 들어오면 2~3년 안에 꼭 입당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단다. 그 말 한마디에 서슴지 않고 그 부대 노무자로 들어갔지만 행정 군관인 여단장이 입당하는 데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친구는 바로 방향을 틀었다. 지휘소 정찰중대 정치지도원을 통해 여단 당원등록과 지도원을 소개받은 것이다. 그때부터 보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당원등록지도원을 외화상점과 외화식당에 데리고 다니며 갖은 물건과 음식을 제공했다.


 

당원 되기 위해 엄청난 뇌물 바쳐야

 

난생 처음 이런 대접을 받은 당원등록지도원은 얼떨결에 넙죽 받아먹긴 했지만 보름이 지나자 ‘이 친구의 부모가 도대체 얼마나 잘 살기에 이런 융숭한 대접을 해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지도원은 그 친구의 집을 찾아가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허름한 단층집에 얼핏 봐서는 도저히 그런 외화 돈을 쓸 집으로 보이지 않았다. 친구를 만난 지도원은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보름 동안 숱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단 한 번도 조건을 말하지 않았던 그 친구는 딱 한마디를 했다. “지도원 동지, 저 사람 만들어주십시오.”


 

이미 많은 뇌물을 받아 챙기기도 했지만 당원등록지도원은 그 친구의 절절한 말에 감동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지도원이 그 친구를 찾아와 양주와 담배, 고급당과류에 양복지를 준비하라고 했다. 외화상점에 가서 요구한 물건을 사서 건네주니, 지도원은 곧바로 사령부 당원등록과장을 찾아가 기어이 노무자 입당 펀드(1년에 한 명 정도 입당펀드가 떨어짐)를 1명 더 따 가지고 내려왔다. 마침내 그 친구가 입당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부대에 들어온 지 1년 4개월 정도밖에 안 된 사람이 10년도 훨씬 넘은 사람들보다 먼저 입당하게 되자 반발이 일었다. 중앙당에 신소가 올라갔고 이어서 중앙당 신소처리 지도원이 직접 내려와 여단 정치위원을 비롯한 세포비서, 세포 당원 모두를 개별적으로 만나 경위를 조사했다. 워낙 똑똑한 친구였으니 1년여 동안 사람들을 푹 삶아놓았던 모양이다. 중앙당 신소처리 지도원은 꼬투리를 잡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그 친구를 불렀다. “다른 사람들은 10년을 넘었는데도 입당을 못했는데 동무는 이제 1년 4개월밖에 안 됐으니 후에 하면 좋겠는데 어때?” 그 친구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입당하는 것이 버스를 타듯이 순서를 기다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충성의 척도, 그리고 무한한 충성심의 발현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이 말 한마디에 그의 입당은 결정됐다.


 

이렇게 그는 고지식하게 살던 지난날에서 살짝 항로를 바꿨더니 그때부터 앞길이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그 친구가 해준 이 말이 오늘날까지 귓가에 생생하다. 실력과 정당한 노력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북한, 특히 조선노동당은 어느 순간 눈치 빠르고 아부 잘하고 뇌물 잘 고이는 사람이 득세하는 곳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정일이 이렇게 망쳤고 그를 계승한 김정은도 마찬가지다.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을 맞는 이 달, 과연 조선노동당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 평안남도 평성에서 출생해 9·19공장에서 자재지도원으로 근무하다 2003년에 탈북해 같은 해 남한에 입국했다. 현재는 자유조선방송 부대표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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