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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개혁·개방, 中·베트남식 아닌 ‘평양스타일’로 갈 것” 인쇄하기
이름 NKnet
2012-10-05 09:41:34  |  조회 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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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개혁·개방을 선택할까?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신호가 하나씩 포착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천명했고, 이후 현장 경제를 챙기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개혁·개방 모범국가들에 대한 북한 최고위층 인사들의 방문도 눈에 띈다. 지난 8월 북한의 명목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베트남을 방문했고, 북한의 2인자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은 국가원수급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경제 협력과 지원을 요청했다. 실질적 권력자와 명목상 국가수반인 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사회주의 국가로서 경제 개혁·개방에 성공한 나라들을 방문하여 개방 의지를 내보였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북한의 폐쇄된 계획경제 체제하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개혁·개방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개혁·개방은 ‘양날의 칼’과 같다. 체제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북한으로선 전면적인 개혁·개방 또한 쉽지 않다. 어린 김정은이 과감하게 개혁·개방이라는 칼을 빼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찬일: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본지 편집위원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본지 편집위원(이하 안찬일)=‘김정은 체제의 개혁·개방 가능성’에 대한 토론에 앞서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본격 출범한 김정은 체제의 내구성 내지 체제 안정성에 대한 평가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일 사망 직후에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이러저러한 말들이 많았지만 9개월여 시간이 흐른 지금 외부에서 보기에는 상당히 안정감 있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지난 9개월여 기간 보인 김정은 체제의 권력 안정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이하 양운철)=개인적으로 볼 때 겉으로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여요. 그리고 김정은이 파격적인 행보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개혁·개방에 대한 기대감도 많이 갖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이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산업구조라든가 관료의 능력, 정치문화, 인프라 등 이런 것들이 모두 열악하기 때문에 개혁·개방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안정적인 이유는, 주민들이 크게 반란(revolt)이나 항의할 만한 어떤 악재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경제난이 계속되고, 또 수해라든가 하는 문제들이 있지만 그것은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만약 최근에 말이 나오는 ‘6·28방침’과 같이 정부가 야심차게 시도한 것들이 실패할 때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문제의 시작이라는 건 체제의 안정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김정은에 대한 비난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정영태)=북한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경제문제인데, 이 경제문제가 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밑으로부터의 혁명이라든가 아니면 내부 권력 투쟁 등을 자초하게 될 거라는 얘기들을 하는데, 실제 잘 아시다시피 북한의 경제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거든요. 북한은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부터 98년까지를 ‘고난의 행군’ 시기라고 했는데, 경제난만 놓고 보면 그때가 최악이라고 볼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안정성 측면에서 별다른 문제없이 공고화시켜서 지금까지 왔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김정은 체제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은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비교될 정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김정은 체제는 아버지로부터 모든 것을 세습한 정권입니다. 세습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물려받으면 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교적 안정되게 그 유산을 누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체제를 운용해나가는 소위 리더십이 어느 정도 발휘될 것인가에 따라 그 안정성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이하 조동호)=저도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이양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불안정한 과정일 수밖에 없는데, 성격상 그것을 가장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가 세습일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권력의 이양과정에서 세습이 아닌 기존의 가신들이 개입된다면 이해관계를 상당히 조절해야 하고, 권력이나 부가 재편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싸움이 벌어지고, 혼란과 불안이 조성될 수 있는데, 정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에서 아들로 권력이 세습되기 때문에 가신들도 그대로 따라가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새 시대에 안 맞는 사람들을 일부 쳐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권력 구도 자체가 그대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안정성을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엘리트 그룹에서 아직까지는 반대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현재까지는 김정은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고, 반대할 명분도 찾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찬일

▲ 안찬일

안찬일=김정일은 삼촌 김영주 등과의 권력투쟁을 통해 70년대 중반부터 아버지 김일성과 실질적인 공동정권 기반을 완성했고, 때문에 94년 김일성 사망 후에도 큰 흔들림 없이 비교적 안정적인 권력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경우 김정일과 비교해 권력승계 수업 기간이 상당히 짧았고 김정일처럼 스스로 권력을 쟁취한 케이스가 아니라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일방적으로 권력후계수업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커다란 문제없이 권력승계를 완성해 나가는 것 같은데 이러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또한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어려움이나 변수, 돌발 상황으로 어떤 것이 있을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동호=김정은의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보다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는 주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까 하는 거죠. 비록 아버지로부터 후계자로 지명되었고, 원로 그룹이나 엘리트 그룹으로부터 추대는 받았지만 아직 일반 주민들의 지지는 약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김정은은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자기도 자기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앞으로 40년, 50년 통치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주민들로부터의 지지 또는 충성심 확보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먹는 문제 해결, 인민생활 향상이 가장 중요한 과제일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첫 번째 공개연설에서 인민들의 허리띠를 조르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과연 그걸 실행할 수 있겠느냐가 문제인데요. 주민들의 생활이 어느 정도 개선된다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지속해 나가겠지만 개선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김정은 정권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입장이랄까, 중국의 요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김정일 때부터 개방을 하라고 굉장히 강하게 압박을 해오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가서 정치개혁까지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초 중국 전인대가 끝난 다음에 원자바오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얘기했습니다. 많은 중국 관계자들이 예상을 하듯이 저도 정치개혁이 조금씩 진전되어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시차는 있겠지만 중국이 경제적 개방을 넘어서 정치 분야에 있어서도 개혁 요구도 할 텐데, 북한 입장에서는 그러한 압력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하는 것이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봅니다.

 

한 가지만 짧게 더 말씀드리면 저는 기후(자연재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중동의 ‘재스민 혁명’이라고 하는 것은, 튀니지의 젊은 청년이 분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는데, 그것은 사실 그 이전에 이상기후가 있어서 밀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고 때문에 밀가루 가격이 오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빵 값이 올라가면서, 결국 먹는 문제가 어려워지면서 이에 대한 항의로 나타나게 된 겁니다. 만약에 동북아 지역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해서 북한 내부에 곡물 생산이 급감되고, 중국도 곡물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중국에서의 식량수입이 어려워지고, 게다가 중국도 식량이 부족해서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줄이게 된다면 과연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런 것들을 이제 관심 있게 볼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영태=김정일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김정은에 대한 세습이 완벽하게 되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이 아직까지 북한을 통치할 만한 역량을 가졌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김정은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가계의 인물이나 혁명 지원세력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특히 소위 당 조직들, 당을 통해서 북한을 통치해 나가겠다는 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핵심적인 지도부는 당 조직들입니다. 당 조직 지도부에는 당비서로 김경희가 있다는 얘기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그 다음으로 군대에는 당의 정치적인 통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총정치국장에 최용해를 앉혔다는 거죠. 그리고 조직지도부에 김경옥이 있습니다. 김경옥이 현재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라고 하잖아요.

 

김정일은 이들이 김정은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핵심적인 인물로 생각해서 김정은이 대장 칭호를 달 때 요직에 앉혔다는 말도 있어요. 그리고 장성택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기관이나 테크노크라트를 관리하면서 국가를 운영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정책이나 경제사업 등을 말이죠. 최용해는 군대 통제와 정치적 통제, 김경희와 김경옥은 조직지도부 등을 통해서 당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네 명이 현재까지 김정은을 잘 보좌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명목상으로나마 실질적으로 김정은이 혼자 통치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네 사람 간의 갈등, 가장 핵심적인 게 김경희인데 김경희가 건강상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갑자기 사망하거나 유보상태가 되어서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면 권력 구조상에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위로부터의 정권 변동 가능성, 만약 북한에서 정권 변동이 생긴다면 권력 간의 갈등이나 문제로 촉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운철=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체제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세습의 힘이라고 봅니다. 세습이 힘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관성이 있어요. 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독재능력과 시스템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또한 주민들의 충성심, 자발적인 애국심 등이 있어야 합니다. 제 생각은 앞으로가 문제라고 봅니다.

 

장마당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북한의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는데, 지금은 초기에 억지로 억누르고 있지만 이게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혼란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집권층의 분열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죠. 마피아 조직도 그렇잖아요.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싸움이 나듯이 집권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쉽게 분열할 수 있다는 거죠.

 

이와 함께 얼핏 드는 생각은, 북한이 그나마 잘되는 게 중국과의 경협인데 만약에 이 북중 경협에서 북한이 얻는 이익이 감소했을 때, 예를 들어 북한이 크게 마음을 열어서 개방을 했는데 항만 사용료 같은 수익들이 생각보다 상당이 적고, 또 황금평 개발과 관련하여 오래 시간이 끌고 투자도 지지부진하다면 아마 상당한 책임 소재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때는 잘했는데 지금은 왜 이런 걸 못하냐는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안찬일=김정은 체제의 대외정책에서 특징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북한은 금년 들어 남측을 더욱 압박, 위협하고, 내부의 갈등 촉발을 유도하면서 남측의 국내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6일의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을 보면 1부에서는 중국곡 ‘오성홍기’를 번안가요(붉은기 펄펄)로 연주했고, 2부에서는 미국의 할리우드 문화와 서양 경음악들을 연주하는 등 대미, 대중관계의 중요성과 관계개선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 체제의 대남, 대미, 대중관계의 특징 내지 전략적 방점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영태=김정은은 새로운 수령이기 때문에 할아버지, 아버지 수령들과 다른 측면을 보여야 되겠죠. 그야말로 현대적인 수령의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첫째, 정책적으로 보면 과학기술을 강조해서 북한의 경제발전 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형식상으로라도 개방을 통해서 국제적으로 통하는 그런 리더십이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공연에서 미키마우스를 등장시킨다든지, 현지지도에 부인을 대동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세계 일반 지도자들이 공식 행사에서 영부인과 함께 등장해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 그런 국제적 관행을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동호=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새 시대에 새 지도자가 나오면 뭔가 자신의 컬러, 자신의 세상이 왔다고 말하고 싶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런 차원에서 이번 ‘모란봉악단’ 공연도 정치, 외교적으로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보다는 그냥 새 세상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정도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대미·대남 전략과 관련해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요. 북한이라고 해서 뾰족한 수는 없을 겁니다. 한국도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할 텐데, 각 대통령후보 캠프의 정책 고민도 그런 데 있을 겁니다.

 

외교 측면에서 미국하고도 동맹관계를 잘 유지해야겠고 그렇다고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중국과의 관계도 우습게 생각해선 안 되고, 그러니 연미니 연중이니 연미화중(聯美和中)이니 하는 전략들이 나오는 건데, 동북아에 위치한 작은 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거죠. 북한도 이와 마찬가지로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중국과의 관계도 더욱더 강화해나가는 그런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운철=대외정책은 모두 비슷해서 새로운 시도는 하기 힘들다고 봐요. 예를 들어 북미 간 관계개선이 잘 안 되잖아요. 일단은 중국과의 관계를 확고하게 하고 이후에 미국과의 개선노력을 하는데,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원조와 수혜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그 돌파구를 못 찾는 거예요. 중국이 요구하는 약간의 정치적 개혁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북한이 이를 거부하다 보니 대외관계에 부침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처럼 중국과의 관계도 시원치 않은데 어떻게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지겠습니까?


 

안찬일=북한이 ‘6·28방침’을 통해 하달한 ‘새로운 경제관리 개선 지침’을 다음 달 1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28방침’은 농업에서의 생산량을 국가와 농장원이 7:3으로 나눠 갖는 ‘생산물 분배 할당제’와 중소 규모의 공장·기업소에서 독립채산제(예산 독립제도), 월급제를 채택한다는 내용 등인데, 지난 2002년 ‘7·1조치’와 비교해 어떠한 특징이 있으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동호=아직 ‘6·28방침’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김정은 시대는 경제시대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제문제가 김정일의 유훈이기도 하고, 경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결국은 인민의 식생활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그 해결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개방 확대를 통해서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고, 또 하나는 언제 어떤 식으로 될지는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도 할 수 있는 조치, 즉 기존 경제 관련 체제에서 모순이나 비효율적인 것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6·28방침’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혁,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시스템 변화라고 하는 그런 본질적인 개혁은 북한이 아직 시도할 수 없고, 그렇다고 손 놓고 이 비효율과 모순을 감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까 기존 체제 내에서의 개선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사실 북한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과거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을 보면 비슷했습니다. 50년대, 60년대, 70년대, 모두 이와 비슷한 개선조치들이 있었는데 다 실패하거든요. 왜냐하면 본질적인 모순, 본질적인 문제는 놔둔 채 부분적인 개선을 하려고 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없었죠. 그래서 북한이 내놓은 이번 조치에 대해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정영태

▲ 정영태
정영태=
학자들이 거의 일치하는 의견은 현재까지 개혁·개방이라고 할 정도의 조치는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중국식 개혁·개방이나 아니면 베트남식 개혁은 나름대로 통제된 개혁·개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정도까지의 개혁·개방 조치는 없었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현 상태에서 생산성 등을 제고할 수 있는 약간의 경쟁 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형식의 조치는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시장의 경우는 북한이 아무리 통제하려 해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일정부분 시장경제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싫든 좋든 이러한 흐름에 밀려서 갈 겁니다. 그렇다면 우선 임금문제가 해결되어야 합니다. 임금이 나름대로 현실화되어야죠.

 

그리고 조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통제된 차원에서 개선조치를 하기 때문에 그 결과나 영향은 비관적일 거라고 봅니다. 사실 7·1경제관리개선 조치만 하더라도 북한은 물론 중국도 어떤 부분에 대해선 기대를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6·28방침’을 성공시키려 한다면 일본과의 관계정상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죠. 중국에게는 지금까지 받아낸 것 이상의 획기적인 걸 받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또 다른 돌파구는 남한입니다. 이제 곧 남한 정부가 바뀌기 때문에 남한으로부터의 대북지원을 받는 겁니다. 그 다음으로 일본과도 관계정상화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경제개선 조치는 그림의 떡에 불과할 것입니다.

 

양운철=북한의 환율과 물가가 최근에 뛴 걸 보면서 일반 주민들은 일련의 조치들이 거의 실패할 거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개혁·개방 조치와 관련해서 우리는 너무 농촌문제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것 같습니다. 북한이 농업 국가인가요? 북한은 공업국가잖아요.

 

식량문제의 경우 장마당만 합법화시키면 상당부분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봅니다. 감춰둔 쌀도 나올 거예요. 기업소도 마찬가지예요. 독립채산제나 월급문제나 모두 맞는 말이지만 공장 가동률이 극도로 낮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월급제를 실시하기가 힘들다고 봅니다. 결국 ‘6·28방침’이 하나의 제스처일 순 있지만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쌀 문제 등에 대해 어떻게든 묘안을 내서 시작을 한다고 하지만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에서 분조제를 하면 망한다고들 해요. 왜 그러냐고 했더니 당 간부들은 농사를 짓기 싫어한다는 거예요. 농장에서 생산된 것을 빼앗아서 시장에 내다팔아 돈을 벌면 되는데 자신들이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분조제에는 찬성하기 어렵다는 거죠.


 

안찬일=김정은 체제가 내놓은 ‘6·28방침’을 비롯해 중국과의 황금평, 위화도, 나선지구 공동 개발 등 일련의 제스처들을 놓고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전초전 격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우선 현재적 시점에서 북한의 개혁·개방 가능성과 성공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간다면 중국식 모델과 베트남식 모델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모델 중 도입 가능한 모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거기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양운철=북한이 말하는 개혁·개방을 나름대로 해석하면 독재체제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경제적인 시스템을 개조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개혁·개방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즉 북한의 개방 의지는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현재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에 의존하는 겁니다. 중국과의 무역이 작년에 106%가 늘었다는데 그런걸 보면 북한은 갈수록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북한의 현실에는 베트남식 모델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베트남식 모델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들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의 경우 90년대에 미국과 관계개선이 되고, 무역대표부 개설이 발표되자마자 외국의 투자 자금이 몰려오는 등 대외무역이 급증했어요. 북한도 그런 방향을 따르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영태=먼저 개혁·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개혁·개방은 북한이 말하는 경제관리개선 같은 차원이 아니라 그야말로 경제면 경제, 정치면 정치를 전면 자유화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재 북한에게 기대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예를 들어 수출입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비교적 확대되고, 좀 더 자유로운 이동 등이 가능한 상태를 개방이라고 얘기한다면, 북한이 이런 부분은 상당 부분 허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일례로 우리가 한때 중동에서 건설붐이 일어나 노동자들을 파견해 외화벌이를 했던 것처럼, 북한도 인력송출 문제에 있어서 좀 더 과감하고 확대된 인력송출, 개발, 해외개발 인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개혁과 관련해서는 권력이 1인에게 집중되는 체제가 아닌 분권이 되어야 하고, 서구 민주주의와 같은 자유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북한에 기대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재 유일지배 체제의 완화된 형태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정책에 있어서도 좀 더 유연하고 실용적인 방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혁·개방의 성공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봐야 합니다.

 

조동호

▲ 조동호
조동호=
개혁·개방을 국어사전식으로 이해하면, 개방은 경제를 여는 것이고, 개혁은 안 좋은 것이나 잘못된 것을 좋게 고치는 것이죠. 경제학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면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됩니다. 개방이라 하면 한 나라가 세계 수준의 어떤 규범이나 제도, 경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경제의 문을 열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혁이라고 하면 영어로는 reform을 하는 건데요, 정치적 리폼은 앞에 사실은 ‘market oriented’라는 말이 빠져 있는 거예요. 시장경제 체제를 위한 개혁이라는 말이 빠진 건데, 바꿔 말해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를 자본주의 시장주의 체제로 전환해 나가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개혁이라고 부릅니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의미와는 많이 다르죠. 경제학 교과서의 개혁·개방 정의대로 북한을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겁니다. 북한의 개혁을 시장경제 체제로의 변화노력 정도로 이해하면 일반 국민들의 생각, 또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의미와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방의 경우는 기존에 해오던 개방의 폭이나 규모가 더욱더 확대, 심화되어 나간다면 개방적으로 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개혁은 아직 멀리 있고,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가는 것도 시장이라는 수단을 계속 도입하려고 하겠지만, 체제 자체를 개혁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혁·개방 모델과 관련해서 중국식, 베트남식으로 나누는 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혁·개방의 근본적인 지향점은 정치의 변화거든요.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단일전환, 이중전환이라고 말하잖아요. 자본주의 국가들은 흔히 정치개혁과 경제개방이 한꺼번에 일어난 케이스고, 중국과 베트남은 경제의 개혁·개방이 먼저 되고 정치적 개혁·개방은 아직은 천천히 가고 있는 모델이죠.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북한의 경우를 중국식이다 베트남식이다 나누기보다는 굳이 따진다면 ‘평양스타일’이 있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안찬일=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아간다면 권력체계는 그대로 유지한 채 경제 분야에 국한된 개혁·개방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 국한된다고 하더라도 체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향후 2~3년간 개혁·개방 전략을 꾸준하게 펼쳐 나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북한 사회 전반의 변화나 그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정치체계의 변혁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영태=중국의 경우 집단 지도체제라고 해서 정치국 상무위원을 9명 뒀는데 이제 7명으로 줄인다고 해요. 북한도 상무위원이 5명 있지만, 이들을 로봇으로 볼 거냐 아니면 실질적 권한으로 볼 거냐에 따라 북한 권력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북한은 세습체제이기 때문에 유일집권체제의 형태가 될 수 있지만 수령의 권한이 김정일 시대처럼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보다는 상당히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을 나름대로 활성화시키면서 당 조직을 통한 수령체제 유지를 목적으로 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당 정치국이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조동호=만약 개방 노력이 성공하면 주민들의 삶이 개선되겠죠. 그와 동시에 개방이 확대된다는 얘기는 그만큼 시장이 확대된다는 얘기입니다. 시장이 확대된다는 얘기는 그만큼 경제 내에 경제 주체들이 많아진다는 겁니다. 이는 분권화가 진행된다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다양한 계층이 출현한다는 의미죠. 엘리트들의 입장에서 본다고 해도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훨씬 더 복잡한 양상이 전개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 사회가 상당히 분권화된 사회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죠. 그러나 개방 노력이 실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옛날처럼 계획경제, 폐쇄경제, 자립경제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미 그럴 능력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결국에는 개방을 그전보다 더 확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북한의 개혁·개방은 결국 시간의 문제입니다. 우여곡절도 있겠습니다만 다원화, 분권화된 사회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거기에서 정치적 안정성, 정권의 안정성을 어떻게 안고 갈 것인가가 김정은 체제의 끊임없는 고민거리가 되겠죠.

 

양운철=북한의 개혁·개방은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 정치적인 백업이 없으면 성공가능성이 없죠. 조 교수님 말씀처럼 2~3년 안에 개혁·개방이 잘되면 주민들의 생활이 개선되면서 국가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겠지만, 반면에 외부세계에 대한 동경이 커지고, 부(富)가 일부 계층에게 독점될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부정부패에 대한 반감, 부의 쏠림에 대한 반감 등으로 부정적인 요인이 더 커질 수밖에 없죠. 개방이 된다면 지금보다 이동의 자유가 확대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되면 권력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통제할 수 없는 수준에까지 갈 가능성이 많습니다. 때문에 이러한 자유를 무한정 확대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안찬일=국제사회가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나 역할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 두 나라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양은철

▲ 양은철
양운철=
국가 간의 교섭이라는 것은 결국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 관계인데, 북한은 지금까지 버티기로 일관해 오고 있어요. 미국은 북한의 혁폐기에 대한 보상을 내걸고 계속 거래를 했는데 지금까지는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보니 미국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소원해지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근본적으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미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 아무리 개혁·개방을 유도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양국의 관계는 결국 한계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한국이나 일본이 핵무장을 하면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것이 덜 비난 받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이 문제를 무한정 끌고 나갈 수는 없고, 결국 중국과도 상당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국은 겉으로는 계속 투자를 하고 개혁·개방을 유도하는데, 북한 쪽에서는 핵을 포기하지 않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테스팅을 하잖아요. 이런 북한의 행태가 언제까지 국제사회에서 용인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영태=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데 있어서는 사실 우리나라가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직접적인 방법과 간접적인 방법이 있는데, 직접적으로 한다면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레버리지를 삼아서 영향을 주는 방안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좀 어려운 상태입니다. 결국에는 중국이나 미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을 통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는 방식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가장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혈맹관계니 동맹관계니 하며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껴안고 가려고 했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이제는 중국도 나름대로 내부적인 경제시스템이라든가 정치시스템이 구조화되어가고 있어서 중앙정부가 무조건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중국은 북한에 개혁·개방을 요구하면서 나름대로 조건을 달아 지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정치적으로도 개입하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과거에 미국이 동맹 차원에서 한국에 정치민주화를 위한 압력을 넣었던 것처럼 중국도 북한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핵문제 같은 것에 정치적 개입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중국의 개입을 우리가 좀 더 구체화시켜 내기 위해서는 한중관계를 상당히 합리적이고 생산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북핵문제는 핵심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 문제를 전제조건으로 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이 일정한 부분은 북한의 변화를 위한 다변적인 수단을 동원할 수 있도록 우리가 일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려면 핵이 필요 없는 정권을 구축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답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대북정책, 대미정책에 대한 방향을 잡는다면 북한에 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권이 구축되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동호=저는 한 문장으로 얘기하겠습니다. 흔히 채찍과 당근이라고 그러죠. 중국은 좀 더 채찍을 들었으면 좋겠고, 미국은 당근을 좀 더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안찬일=끝으로 북한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향후 5년은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장기집권 체제에 돌입하느냐, 아니면 급변사태를 맞이하느냐에 대한 중대한 시점과 맞닥뜨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어떠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북 강경책, 상호주의, 햇볕정책, 남북경협 확대 등 차기 정부가 취해야 할 대북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동호=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의 공통점은 전략이 없다는 거죠. 그냥 순진하게 기대만 했다는 겁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먼저 주다보면 변화하겠지 하는 거였고, 이명박 정부는 우리가 안 주다보면 쟤네들이 못 버티겠지라는 거예요. 그러니까 방법론의 문제인데, 먼저 주느냐 나중에 주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사실은 전략 없이 기대만 했다는 것은 모두 같아요. 그래서 다음 정부는 정말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북정책이 유연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정말 다면적이어야 해요. 강경정책, 상호주의, 햇볕정책 등 모든 것이 가능해야 합니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일관성보다 유연하면서 다면적인 전략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북한의 변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서는 일관성 있게 가야 하지만 구체적인 대북정책에서는 상황과 사안에 따라 강경해질 수도 있고, 조금 유연해질 수도 있어야 합니다.

 

양운철=대통령이 누가 되든 간에 지금과 같이 틀에 갇힌 사람은 아닐 거라고 보지만 북한을 아우르는 것은 매우 어렵고 자꾸 갈등이 생길 겁니다. 이번 수해지원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고요. 북한과 뭘 하려고 하면 자꾸 돈을 달라고 하는데 그 기대치가 너무 커요. 때문에 여론수렴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수시로 사안별로 통일부에서 여론수렵을 해서 홈페이지에 공개하면 좋겠어요. 대북지원 같은 경우엔 70%가 조건부 지원을 원하거든요. 무조건적인 지원은 안 된다는 것이죠. 핵을 개발하고 있는데 무조건 퍼주는 것은 반대한다는 것이죠. 근본적으로는 결국 대북전략은 지도자들이 짜는 것이기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어떡하든지 북한의 기대수준을 낮추는 방법을 개발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영태=어떤 대북정책이든지 안보문제와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 햇볕정책이 나름대로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안보적인 문제가 그만큼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자세히 보면 1994년에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거든요. 그 합의를 기점으로 북한에 경수로도 지어주고 대북지원도 대대적으로 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아무래도 안보적인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지 않았고, 노무현 정부 시절 초창기까지는 마찬가지였지만 나중에 북한이 핵실험(2006년)을 하고 난 다음부터는 참여정부 때도 어려워졌습니다.

 

이명박 정부로 들어와서는 박왕자 씨 피살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등 안보상황이 매우 악화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대북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입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즉 안보적 사안과 결부시켜서 볼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면 다음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인데, 안보적인 면을 보면 북한의 핵문제는 여전하고 오히려 심화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저는 안보적 환경을 두 개로 보는데, 정치적인 것과 군사적인 것으로 봅니다. 정치적 안보는 북한의 대남전략전술이라든가 하는 것에 대한 상황이 어떠하냐는 것이고, 군사안보적으로는 핵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시각을 비교하면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어요.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대북정책에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일관된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 있는데, 어떠한 환경에서든지 북한과의 최소한의 교류나 협력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게 남북관계의 기본입니다. 이것조차 끊어지면 대화조차 끊어지기 때문에 나쁜 안보환경을 재생산해낼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어떻게 해서라도 소위 교류를 할 수 있는 그런 기본적인 전략은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대북정책이나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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