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정상회담 대표단의 '아리랑' 관람을 반대한다 인쇄하기
이름 NKnet
2007-09-19 10:31:41  |  조회 2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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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대표단의 '아리랑' 관람을 반대한다

[논설]아동학대 전형극에 박수치며 환호해선 안돼
[2007-09-18 18:18 ]

남북정상회담 실무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18일 “아리랑 공연에 관한 관람 요청이 오면 우리로서는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아리랑 공연은 북측에서 만든 상당히 자랑스러운 하나의 공연작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점에서 존중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먼저 이 장관이 아리랑 공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이런 발언을 하는지 의심스럽다. 이 장관은 최근에도 NLL은 영토 아닌 안보개념, 납북자 중에 자진 월북자가 있다는 발언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김정일 정권이 대규모 집단체조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다. 수만명을 동원해 기계처럼 훈련시켜 체제 위용을 과시하고 수령 우상화를 선전하는 내용이니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우리 통일부 장관이 개인숭배와 군사독재, 남한 침략을 형상화 하는 내용을 한가하게 '북측이 자랑하는 공연작'이라며 관람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그의 사리 분별력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아리랑은 알려진 것처럼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한국전쟁을 미제와 남조선 괴뢰를 몰아낸 성스러운 조국해방전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2장은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고 선군 정치의 기치를 드는 과정을 미화하고 있다. 북한군이 남한군을 격퇴하는 장면도 나온다. 제5장에서는 김일성을 21세기 태양으로 선전하며 충성을 촉구하고 있다.

공연 내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아리랑 공연은 연습기간만 반년이 넘는다. 정교한 동작은 1년이 걸린다. 실제 공연은 2∼4개월 정도다. 유치원생부터 중학교 학생까지 수만명이 1년 가까이 학업과 생활을 포기하면서 매달려야 한다.

공연 참가자들은 군대조직과 같은 중대, 대대, 연대 단위에 소속돼 훈련한다. 매주 주생활총화가 진행되고 연습에 충실하지 않으면 날선 비판과 폭력도 가해진다. 연습 중에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해 신장질환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공연에는 유치원생 전원이 체조선수처럼 제자리 물구나무서기, 물구나무 돌기를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큰 함성을 지르며 뭉쳐서 “장군님과 함께 가면 천리 전승길”이라고 외친다. 아이들은 이 구호를 외치면서 수천번, 수만번 한 동작을 반복 연습한다. 육체와 정신을 모두 지배하는 심각한 인권유린이 아닐 수 없다.

북한 당국은 이렇게 공연 준비자들의 피와 땀으로 번 외화를 모두 착복한다. 공연 준비자들에게 기념품 하나 던져주고 그만이다. 고사리 같은 아이들 손을 외화벌이에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공연’ 자체에 ‘분노’와 ‘슬픔’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성직자 출신인 이 장관이 그런 판에 가서 공연을 즐기겠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은 스스로 민주화와 인권운동 경력을 가장 앞세우고 있다. 그런 대통령이 대표적인 아동학대 공연에 참석해 박수를 치며 관람하는 모습을 우리는 원치 않는다.

때론 남북관계를 위해 양보하고 눈감아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아리랑 공연 관람은 그 한계 밖의 일이다. 북한이 참가를 요청해도 공연의 성격과 내용이 우리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면, 참가하지 않는 것이 옳다.

가치관이 의심스럽고 생각이 짧은 이 장관이야 논외로 하더라도, 나름의 소신과 고집을 가진 노대통령이 설마 김정일의 눈치를 보며 관람 요청에 응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상회담을 반(反)인권회담으로 역사에 기록하지 않기 위해서는 북측의 공연 관람 요청을 단호히 거절해야 할 것이다.

[이광백 논설위원]

* 이 글은 이광백 연구위원이 '데일리NK'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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